임대차 3법이 거여(巨與)의 폭주 기관차에 실리면서 일사천리 국민들 삶으로 거침없이 파고들고 있다.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지난달 29일 법사위, 30일 국회 본회의, 31일 국무회의를 잇달아 무사통과 하며 단 3일 만에 빛을 보는 전무후무 ‘속도전 입법’의 기록을 남겼다. 수많은 ‘서민 집주인’들은 단 며칠 사이에 죄인 아닌 죄인 신세로 전락한 상황을 맞았다.
초스피드 입법이 진행된 후 주말 부동산 공인중개사 등에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대부분 빚으로 집을 사거나 전세를 낀 집주인들은 예상되는 자금운용 걱정에 발을 동동 구르며 속전속결 입법 폭풍우에 ‘살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미 목소리 커진 세입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탓에 자신들의 다급한 처지는 아무도 몰라준다며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집 한 채 달랑 있거나 두 채가 있어도 빚과 보증금을 빼고 나면 깡통에 가까운 서민 집주인들이 대거 위기에 내몰렸다. 특히 정작 임차인으로 살면서 집 한 채 있는 빚쟁이 집주인들은 임차인 권리보다 임대인 의무에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당황하고 있다. 집주인이라고 자부해 온 이들은 순식간에 사유재산권의 최소한 권리를 빼앗기는 무늬만 주인 신세가 되면서 임차인보다 못한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들은 아무리 급전이 필요해도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세입자가 온갖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도 갱신청구 2년을 포함한 4년 동안 옴짝달싹 상전 예우하듯 해야 할 처지에 빠졌다. 임차인 서민에게는 권리가 높아져 좋아 보이지만 집주인들 역시 대부분 서민이란 점을 감안하면 상호 손해를 보지 않으려 배수진을 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반드시 생긴다. 임차인들까지 전 방위 피해가 미칠 그 시그널이 이미 감지된다.
22년 만에 전향적으로 바꾸는 법을 전광석화처럼 처리한 거여의 횡포에 가까운 명분은 전세가 폭등이다. 참으로 실소를 금치 못할 이유다. 이미 전세가는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집값 고공행진과 함께 폭등의 폭등을 수없이 반복해 왔다. 이번 임대차 3법 입법 전에도 무려 57주 연속 전세가가 급등했다. 서울의 경우는 지난달 27일 기준 7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포인트를 찍는 기염을 토하기까지 했다.
두더지 게임 식으로 집값을 잡겠다면서 실거주 요건을 강화한 것이 전세값 폭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끝내 전세가 사라지며 품귀가 발생한 시장 상황을 뻔히 보고도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를 들어 거여 홀로 ‘스피드 굿판’을 벌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월세 시장까지 요동친 것 또한 물론이다. 정부가 전세보다 월세시장을 의도치 않게 키우는 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격이다. 임대료 상한선과 월세전환 금지가 전세품귀를 재촉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을 키우는 ‘월세 대세’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내 집 마련 꿈의 중간과정에 있었던 대한민국 특산품 전세가 사라지면 부동산 시장에서는 잠재하고 있던 엄청난 폭발이 현실화 될 우려가 높다. 중산층이라고 자부해 왔던 1~2채 또는 3채를 소유한 ‘깡통 집주인’들이 자금운용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금 주담대(주택담보대출) 뇌관을 건드렸다. 주담대가 바로 금융위기 도화선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래학자로 저명한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의 ‘빅체인지:코로나19 이후 미래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국의 2차 금융위기가 조만간 심각하게 예고돼 있다.
실제로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세계부채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올 들어 1분기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이 GDP 대비 97.9%에 달해 조사대상 39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EU를 한 국가로 감안한 통계인 만큼 한국은 사실상 전 세계 최고의 가계부채국에 올랐다. 더 심각한 문제는 증가율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6% 올라 조사대상국 중 세 번째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2분기는 가계대출이 수직 상승해 충격을 줬다. 6월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한 달 전에 비해 8조원 증가해 한 달 기준 2004년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는 한가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임대차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던 날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임대차 3법을 정확히 모른다’, ‘전세금 인상이 아니라 주택시장을 안정화 시키려는 것 같다’, ‘전세값 올리는 사례가 있을 것 같긴 하다’ 등의 모호한 말들을 이어갔다. 일국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이 참으로 한심하고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말꼬리를 흐린 것을 보면 임대차 3법이 미치는 금융위기에 대해 자신이 없는 태도가 역력하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을 자료를 보면 2019년 말 기준 금융사를 뺀 한국의 총 부채는 가계 1827조원을 비롯해 정부 759조원, 기업 1954조원 등 무려 4540조원에 달한다. 총부채 규모가 1년 만에 무려 290조원 늘어나 증가속도 역시 세계 네 번째다. 이중 주담대 기반 가계부채가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다. 우리는 결국 BIS의 옐로카드 경고까지 받은 놓은 상태다.
끝내 작년 한국 주담대 증가율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IMF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44개국 중 증가율 8.3%로 최고 수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평균치 1.4%에 비해서도 6배에 달했다. 의문점은 조사기간 중 문재인 정부 9·13 대책이 작동 중이었다는데 있다. 이 대책은 규제지역 내 주담대를 대폭 옥죈 시기였다. 이 기간에 주담대가 전 세계 가장 빠른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방증하고 있다.
대부분 무리하게 빚을 지고 있는 한국의 집주인들은 지금 살 길을 치열하게 모색 중이다. 설상가상 세금폭탄까지 무제한 짓눌러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합법적 테두리에서 전월세 변칙 인상 등 다양한 활로를 찾고 있다. 그 결과가 실거주 수요를 증가시켜 전세품귀를 빛의 속도로 앞당기고 있다. 그 후 다시 일정주기 폭등의 반복을 가져올 것이 뻔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경제전문가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그 마지막 방점으로 전세소멸을 심각하게 예측했다.
최종 피해자는 월세 세입자들로 향하고 있다. 이들이 더 어려워지고 대폭 증가할 것이 자명해진다. 서민들 전반의 피해가 임대차 3법 핵폭탄이 낙하한 이후 낙진처럼 뿌려질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들 법안이 기막힌 정치적 승부수로 통하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전대미문의 신속처리 입법이 서민 표밭갈이용 한바탕 이벤트로 거대여당의 작품이 되고 있다.
임대차 3법은 22번이나 나온 부동산 정책 실패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은 찍을 역사적 사건으로 남을 만한 일이다. 부자로 올라가려던 중산층들을 향해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를 정부가 대신 해줬다. 두꺼워야 할 중산층이 오히려 아래로 빠지며 서민층을 두텁게 하는 그림이다. 나아가 전세와 대출이라는 내집 마련의 기막힌 ‘한국형 이중주’를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만들었다. 수백만 하우스 푸어들의 앞날이 불투명해 지면서 사회불안까지 키우고 말았다.
아직도 임대차 3법이 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모두의 가난을 몰고 올 사회주의 경제를 맹신하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국민을 기만한 정치적 쇼를 부렸을 뿐이다. 현실을 도외시한 그들만의 이상하고 야릇한 정의감 속에 펄럭인 임대차 3법은 언젠가 닥칠 독주권력의 치명적 부메랑이다. 시장에 반한 부동산 정책의 역습을 부를 폭주입법은 국가와 국민 모두에 큰 피해를 안겨줄 돌이킬 수 없는 자가당착 설계라는 것이 얼마안가 확인된다. 그 예고편을 틀면서 즐기는 웃음들이 참으로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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