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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의 청담유감(有感)

‘국민의힘’의 못 말리는 패배주의

지지율 따라 안절부절 못하는 제1야당의 조급증

총선 때 실패한 반문연대, 또 여당 도와줄 우려

미국 대선의 ‘국민 분열’ 심판과 文정권의 똑같은 죄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11-11 11:50:19

 
▲홍찬식 칼럼니스트(전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
 지루한 혼전 끝에 조 바이든 대통령을 탄생시킨 이번 미국 대선은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또 다시 의문을 갖게 만든 선거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바이든의 승리를 맞추기는 했으나 “바이든 우세”라는 다수 여론조사의 예측과는 달리 개표 과정은 초(超)접전 양상이었고,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예상이 뒤집힌 선거구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여론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무용론이 대두될 만하다.
 
내년 4월 7일 한국의 보궐선거를 앞두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 내부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크게 요동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로 시장을 선출하는 서울과 부산의 지지율이 조금이라도 낮게 나타나면 안절부절 못하며 “국민의힘 간판을 포기하고 ‘반문(반 문재인) 연대’로 가야한다”는 등 여러 아이디어들을 쏟아낸다. 그러나 지지율이 조금이라도 높아질라 치면 그런 얘기들은 쏙 들어가 버린다. 미국 대선과 개표가 이뤄진 지난주가 바로 그랬다.
 
10월 4주차 정당지지도 여론조사(한국갤럽)에서 국민의힘 서울 지지율이 16%, 더불어민주당이 39%로 나타난 데다, 대구 경북 지역의 지지율마저 국민의힘 30%, 민주당 34%로 뒤졌다. 서울에선 형편없이, 텃밭인 대구 경북에서도 민주당에 밀린 수치였다. 이럴 때 그 집단의 맨얼굴이 드러나는 법이다. 이 소식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부리나케 대구로 달려가 현지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었다. 당 일각에선 ‘간판 포기론’을 주장하는 목청이 치솟았다.
 
하지만 바로 뒤 11월 1주차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서 서울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이 31.4%, 민주당이 30.3%로 역전되면서 이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더 도드라지고 말았다. 아무리 궁지에 몰려 있다고 해도 이런 패배주의에 빠진 정당에게 어떤 유권자가 믿음을 주고 지지를 보내겠는가.
 
해당 여론조사 내용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자료에서 찾아봤다. 전체 조사 대상은 1001명이었고 이 가운데 서울 지역 표본은 195명, 대구 경북은 98명이었다. 서울 응답자 중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사람은 76명, 국민의힘은 31명이었다. 국민의힘이 판세가 뒤집혔다고 난리법석을 떤 대구 경북의 응답자 중에는 ‘민주당 지지’가 34명, ‘국민의힘 지지’가 30명이었다. 이 정도 적은 표본으로 지역 민심을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무작위 전화걸기로 연결된 고작 34명의 민주당 지지자가 대구 경북의 민심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 여론조사에 다소 의미를 부여한다면 전체적인 판세 흐름 정도일 것이다.
 
여론조사가 ‘신기루’임은 올해 4월 총선에서도 확인됐다. 총선 하루 전에 이뤄진 여론조사(한국갤럽)에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각각 41%, 25%로 16% 포인트의 차이가 났으나 실제 총선의 전국 지역구 득표율은 8.4% 포인트(민주당 49.9% 통합당 41.5%) 격차에 그쳤다. 비례대표 득표에선 되레 통합당의 ‘위성정당’이 민주당의 ‘위성정당’보다 0.5% 포인트 앞섰다. 선관위 사무총장도 시인한 ‘재난지원금 효과’와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그 차이는 훨씬 줄어들었을 공산이 컸다.
 
한국에서 여론조사가 틀리는 이유는 상당수 여론조사 업체들이 채용하는 자동응답 방식(ARS)의 한계에다,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도 작용한다. 녹음된 음성이 질문하는 대로 전화기 번호판을 눌러 응답하는 ARS 조사는 얼마든지 거짓 응답이 가능하기 때문에 과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당 지지자일수록 여론조사 응답에 적극적인 것도 결과 해석에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냉정하게 보면 여론조사는 하나의 참고자료에 불과한데도 많은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분열된 상태임을 드러낸다. 여론조사 결과가 상대방을 무력화하는 공격 무기가 된지 오래다. 현 정부는 정책 결정을 할 때 장기적인 국익이나 미래까지 염두에 두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어느 쪽이 표가 많이 나올까만 따진다. 그러나 세상일이 여론조사로만 해결된다면 정치도, 정치인도 필요 없다. 민심은 이런 뻔한 한계에 염증을 느끼는 것도 빠르다. 국민의힘이 같은 춤을 춘다면 ‘원조’인 민주당을 절대 이길 수 없다.
 
나는 오히려 현 정권이 작심하고 ‘국민 화합의 정치’에 나설 경우 야당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전임 시장의 소속 정당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면서 후보를 내지 않고, 조선시대 정조처럼 탕평책으로 좌우 가리지 않고 능력주의 인사를 하며,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하지 않고, 수시로 생각이 다른 전문가들을 청와대로 불러 의견에 귀 기울인다면 말이다. 당장은 조금 손해 볼지 몰라도 국민들은 이런 정권에 박수를 보낼 것이고 야당은 그만큼 정권 탈환의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이는 쓸데없는 공상일 뿐이고 이 정권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따논 당상’인 연임에 실패하는 치욕을 당한 것은 인종 차별과 폭력 조장 등 ‘국민 분열’의 죄를 추궁 받은 것이다. 문재인 정권도 똑같은 죄를 짓고 있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른 목소리를 일체 용인하지 않는 민주당의 풍토는 자칭 민주화 세력이 스스로를 부정하는 꼴이다. 이 정권이 친중(親中)과 반미(反美)에 매몰되어 있는 반면 국민들은 한미동맹에 대해 90.2%의 압도적 지지(통일연구원 2020년 6월 조사)를 보내고 있는 사실도 언젠가는 민심 이반의 단초로 작용할 것이다. 이것들은 또 다른 구태이자 ‘꼴통’ 이미지여서 유권자의 외면을 받는 것은 시간문제다.
 
‘반문 연대’는 지난 총선 때도 실패로 끝난 바 있다. 당명과 색깔을 바꾸고 난리법석을 떨었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자꾸 여기에 집착하면 “야당 역시 권력 욕심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나쁜 인식만 키울 수 있다. 그보다는 현 정권과 차별화를 통해 당당함과 차분함, 품격과 민주주의 존중의 자세를 국민 앞에 보여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좌파 학계의 원로인 최장집 교수도 최근 “민주주의를 위해 보수당이 민주당보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목소리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의힘에겐 편법이나 꼼수가 아닌, 정공법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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