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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표 전락한 최정우의 ‘기업시민’

스카이데일리 칼럼

임현범기자(hby6609@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12-01 00: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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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범 부장(산업부)
포스코가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선포한 지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기업시민은 최장이 회장이 포스코 취임 이후 선포한 경영이념으로 ‘기업이 경제 활동의 주체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현대사회 시민처럼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기업의 경영활동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만큼 포스코가 사회공동체 일원으로서 경제적 이윤 창출을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겠다는 게 최 회장의 포부였다.
 
사실상 최 회장이 선포한 기업시민은 그간 재계에서 강조해 온 ESG 경영의 연장선에 있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선택에서 필수로 변하고 있는 만큼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게 최 회장이 말한 기업시민인 셈이다. 이를 위해 그는 회장 취임 1년 만인 지난해 7월 기업시민헌장을 선포한 데 이어 올해 기업시민 실천가이드를 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의 임기가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강조해온 경영이념인 기업시민이 얼마나 잘 실천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의문어린 목소리가 곳곳에서 일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있어서다. 최 회장 스스로 포스코 경영의 최우선가치가 ‘안전’이라고 강조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되풀이되는 노동자 사망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최 회장이 취임한 이후 포스코의 재해율이 증가세를 그리고 있는 데다 중대 재해자 수도 별차이가 없다는 점은 안전을 중시한 최 회장의 경영이념이 공수표에 불과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포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최 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5년부터 2017년까지 0.036 수준이었던 평균 재해율은 2018년 0.05, 2019년 0.06 등을 기록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중대 재해자 수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간 평균 1.3명이었다. 2016년 4명의 중대 재해자가 발생하긴 했지만 2015년과 2017년은 0명을 기록한 덕분이다.
 
반면 최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에선 매년 중대 재해자가 발생했다. 2019년 2월2일 포항 하역시 협착 사망사고, 6월 1일 광양 수소가스 폭발 사망사고, 7월 11일 야간 설비점검 중 사망사고, 2020년 7월 13일 추락 사망사고와 24일 3명의 사망사고로 이어진 폭발사고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가치라고 강조해 온 최 회장의 발언이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더욱이 포스코 재해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상당수가 은폐되고 있다는 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전국 금속노조 포항지부와 포스코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포스코의 포항·광양제철소 하청업체 100곳 중 한 곳의 산재 은폐 실태를 조사한 결과 12년 간 갈비뼈 골절, 베임, 협착 등 10건의 심각한 재해 사고가 있었지만 산재로 인정되지 못했다. 노조 차원에서 일부만 조사한 결과가 이런데 정부가 제대로 조사할 경우 은폐 건수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미지수다.
 
하청업체에서 재해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은폐하는 건 공공연한 관행이다. 포스코와의 하도급계약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포스코는 1년 마다 하도급계약을 맺는데 KPI지수라는 평가지표를 통해 하청업체를 관리한다. 산재발생률이 주요 평가지표 중 하나다보니 하청업체가 스스로 산재를 은폐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포스코가 중소 협력업체에게 요구하는 공급사 평가(SRM)의 평가항목을 살펴보면 신용부터 가격, 품질, 납기, 협조도, 환경·안전, 가점, 감점 등이 존재한다. 이러한 성과 평가를 통해 나온 점수는 포스코가 공급사를 지원하거나 퇴출시키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사회적, 도덕적 책임과 의무에 대한 기준을 둬 사회적으로 비판받는 행위를 했거나 민원을 야기한 공급사에 대해 거래를 제한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평가항목 중 감점에는 안전사고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건당 3점이 감점되고, 일반재해는 건당 1점, 안전위반은 건당 0.25점 씩 감점된다. 이밖에 CSR 저촉행위나 정도경영실 지적이 있을 경우에도 각각 3점, 2점씩 감점된다. 포스코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는 하청업체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 하청업체들이 감점될 게 뻔한데 산재 사고를 그대로 보고할 리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 회장이 강조한 기업시민이 오히려 노동자를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 평가지표를 맞추기 위해 사고가 발생해도 하청업체에선 이를 은폐하기 바쁘다보니 제대로 된 안전관리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 포스코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뒤늦은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하지만 잊을만하면 되풀이되고 있다는 건 최 회장의 안전경영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노후화된 설비를 개선하는 것이지만 장치산업 특성상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안전 분야에 7600억원을 투자했음에도 잇달아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번에 노동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 이후 최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고원인 파악과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은 있었지만 포스코의 수장으로서 책임지는 자세와 구체적인 재발방지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포스코에서 언제 또 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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