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탈원전·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결국 ‘전기료 폭탄’의 결과를 낳았다. 일찌감치 저비용·고효율이 최대 장점인 탈원전의 비중을 낮추고 고비용·저효율 지적을 받아 온 친환경 발전을 우후죽순 늘릴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안정성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나 실험 없이 단순히 겉보기에 위험하단 이유로, 혹은 우리나라와 환경조건이 전혀 다른 선진국들의 추세라는 이유로 벌인 일의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지난 17일 전기요금 개편안을 기습 발표했다.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전력생산 단가가 상승해 전기요금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한전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생산 단가를 유동적으로 적용해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내용이다. 그동안은 정부가 정해진 단일 전기요금을 전력 사용량에 비례해 부과해왔다. 이에 탈원전·친환경 정책으로 전력생산 단가가 올라도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한전이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한전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재무구조도 크게 악화됐다. 비판은 전부 한전과 수장인 김종갑 사장의 몫이었다. 문재인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에 수긍하느라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한전의 피해는 외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해당 사안은 지난 수년 간 국정감사의 단골 소재였다. 그럼에도 한전과 김 사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실적과 재무 악화의 이유를 탈원전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번 전기요금 개편안은 한전과 김 사장의 충성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보답 성격이 짙다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앞으로 탈원전·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전력생산 단가가 늘어도 한전의 피해는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연료비 등 생산단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급격하게 증가해 전기요금 급등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안정장치를 마련했다고는 하나 결국 정부가 초래한 일을 정부가 수급한다는 점에서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것을 국민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착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번 전기요금 개편안은 정부와 한전이 탈원전 국민피해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 성격도 지니고 있다. 한전은 전력생산 원가가 올라가도 전기료를 올려 충당할 수 있게 돼 실적·재무 악화 부담이 사라진다. 정부는 탈원전 부작용으로 전기료가 올라도 오히려 국민 부담을 해소해주겠다고 큰소리치며 혈세를 맘껏 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속내가 뻔히 드러나는데도 여전히 정부와 한전은 ‘국민 최우선’을 외쳐댄다. 평소 정부가 국민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작금의 사태는 우리나라 실정과 맞지 않는 정책을 억지로 꿰맞추다 생겨났다. 막대한 경제적 효과는 제쳐두고 최악의 상황만을 나열해 국민의 공포심을 키우고 이를 해소한다며 탈원전을 시도했다가 지금의 사달이 났다. 우리나라의 직접 피해가 예상되는 중국 동쪽 해안에 중국산 원전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도 세계 최고의 안정성과 효율을 자랑하는 ‘메이디 인 코리아’ 원전 때리기를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참담한 결과다.
여기에 대통령 주변에 포진한 자칭 ‘충신’들의 과잉충성까지 더해져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김 사장은 그 선봉에 서 있었다. 탈원전·친환경 정책에서 비롯된 모든 부작용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사실상 방관이다. 그 과정에서 월성원전 경제성조작 정황이 드러났는데 이 과정에서 김 사장은 묵인·방조 의혹을 사고 있다. 한 번이라도 그가 옳은 말, 아니 사실을 말했다면 과연 사태가 여기까지 왔을 지 싶다.
과정이야 어찌됐던 간에 결국 모든 부담은 국민이 짊어지게 생겼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통령의 환상과 주변의 과잉충성에 허를 내두르는 국민이 한 둘이 아니다. 탈원전 폐기라는 명확한 해결책이 있는데도 결국 국민 부담을 키우는 악수를 택한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이번 전기요금 개편을 두고 현 정부가 지닌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 보여주기 정책과 주변의 동조와 침묵, 그리고 국민피해 이것으로 민심의 이동 이유는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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