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부동산 정책에도 서울의 집값 상승을 잡지 못한 정부와 서울시는 그동안 강화해왔던 정비사업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면서 공급확대를 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공공재건축·재개발을 시작으로 서울시가 미니 재건축 등을 예고하면서 서울 도심에 주택공급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미니 재건축’ 공급 방안을 두고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관련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보니 미니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층수 규제 완화 소식이 나온 이후 거래가 늘면서 시세가 올라 공급확대는 커녕 투기만 자극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택공급 충분하다더니…돌연 입장 바꾼 정부, 영끌 공급 ‘미니 재건축’ 발표
임기 중반에 이를 때까지 서울, 수도권 내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주장해 왔던 정부가 돌연 말을 바꾼 것은 지난해 중순부터다. 임대차3법 법안 도입에 맞물려 아파트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매매가격까지 덩달아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집값 폭등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자 정부는 그동안 고수해왔던 ‘주택공급충분론’을 철회하고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선택했다.
그동안 일관되게 개발을 억제해온 서울시도 정부의 공급확대 방안에 발맞추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원칙적으로 7층 이하까지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도 소규모 정비사업인 가로주택사업을 할 때 최대 15층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소규모 주택정비사업(가로주택, 자율주택) 심의기준’을 마련했다.
그간 서울시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해선 공공임대 20%를 짓는 경우 최고 용적률 250%를 허용했다. 반면 2종 일반주거지역은 도시경관 훼손 방지를 위해 층수를 7층으로 제한해 왔다. 층수 규정 때문에 공공임대를 넣는다고 해도 법적 상한 용적률 250%를 다 채울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심의 기준이 마련되면서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도 용적률 및 층수규제가 완화됐다. 서울시가 마련한 기준안에 따르면 새로 짓는 건물에 임대아파트를 포함하면 용적률 개선을 적용 받는다. 새로 지을 건물에 공공임대가 10%를 올리면 용적률은 225%, 공적 임대(공공임대+공공지원임대)가 20%면 250%까지 올릴 수 있다.
여기에 시에 부지나 시설 설치 비용 등을 제공하는 공공기여 비율을 높이면 최고 15층까지 건립 할 수 있다. 대지가 구릉지일 경우 공공기여 5% 시 최고 13층까지, 평지일 경우 공공기여 10% 시 최고 15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다. 공공기여는 ‘서울시 공공시설 등 기부채납 용적률 인센티브 운영 기준’에 따른다.
혜택을 보려면 임대 기간도 30년을 채워야 한다. 서울시의 심의 기준에 따르면 공공 지원 민간 임대의 임대 의무 기간을 10년으로 설정할 경우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최고 용적률은 230%만 인정된다. 기간을 10년씩 연장할 때마다 용적률도 10%씩 올라간다. 즉 공공 지원 민간 임대도 30년을 의무적으로 임대해야 최고 용적률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규제 완화로 가로주택사업을 통한 공급이 약 두 배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내 가로주택사업 총 172곳 중 2종 일반주거지역은 57.6%(99곳)에 달한다. 1종 일반주거지역 1곳, 3종 일반주거지역 25곳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층수 완화 조건…“참여 지역 저조한데 투기심리만 자극”
서울시의 기대와 달리 시장에서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용적률 상한을 올리기 위한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실질적으로 15층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와 공공기여 등의 조건을 수립해야 하는 데다 평지여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는다. 실질적으로 층수를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정부와 서울시는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소규모 주택정비 사업 공모를 했지만, 신청은 저조하기만 하다. 시에 따르면 2차 공모에 사업을 진행한 주택 단지는 36곳에 불과하다. 서울 시내 지역 곳곳마다 많은 다세대, 빌라 주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신청을 하자니 조건이 까다롭고 혜택이 적어, 신청을 안 한다는 게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도봉구 소재 D부동산 관계자는 “뉴스를 통해 층수 완화가 됐다는 소식에 재건축을 원하는 건물주들이 더러 있었다”며 “하지만 임대주택 의무화를 비롯한 공공기여를 추진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하니 대다수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니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작 투기심리만 자극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정부가 다세대 주택 등지에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연립·다세대 주택의 매수세가 높게 붙고 시세마저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12월 28일까지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2107건으로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1633건)를 크게 웃돌았다. 작년 12월 중에는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가 총 5341건으로 같은 해 11월(4309건) 대비 20%나 늘었다.
주택 매매 건수가 늘어난 건 아파트 가격 급등과 정부의 공공재개발, 재건축의 규제 완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성동구 소재 S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규제 완화 시그널을 많이 보내면서 매수세가 높게 붙고 있다”며 “미니 재건축을 비롯한 다른 정비사업을 기대한 은퇴 세대들이 매수를 많이 하는 양상인데 실상은 기부채납 등 문제도 있고 사업으로 연결짓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층수 완화가 강조되다 보니 기준이 까다로운 실상을 파악하지 못한 투자수요가 늘어났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가 최근 공공재개발을 비롯한 연립·다세대, 단독주택을 통한 공급 확대를 꾀하는 것이 강조되면서 실상을 파악하지 못한 매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매수를 자극했으면 공급도 덩달아 늘어나야 하는데 조건이 까다로워 공급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함정이다”고 지적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