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내 개발되지 않은 땅을 사들여 시기에 맞춰 개발사업을 꾀하던 부동산 개발 회사들이 사상 유례없는 세금 폭탄을 맞게 생겼다. 사업 특성 상 땅을 매입한 후 개발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갑자기 오른 공정시장가액, 공시지가 등으로 인해 세금 부담이 기존에 비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이에 과도한 세금 부담으로 인한 개발사업 무산, 그로 인한 도시경쟁력 저하 등의 우려가 나온다.
불형평·불균형 명문 내건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에 국고는 살찌고 국민은 가난해진다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서울, 수도권 집값을 잡지 못한 문재인정부는 집값 상승의 원인이 다주택자에게 있다고 보고 이들을 압박하는 카드를 끊임없이 내놨다. 그 중에는 세부담을 늘리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 세금부담에 못 이겨 기존 주택을 매도하도록 압박한 것이다. 세부담을 늘리기 위한 명분으론 공시지가 현실화를 내걸었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2019년 12월 ‘부동산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을 통해 공지시가 현실화 계획을 수립했으며 지난해 4월 부동산공시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공동주택·단독주택·토지 등 모든 부동산의 공시가격의 2030년까지 실제가격의 90%까지 맞추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계획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공시가격은 조세·복지 등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 활용되는 국민부담의 형평성과 복지제도의 공정성 등을 담보하는 기반이나 그간 50∼70% 수준의 낮은 시세반영률, 유형·가격대별 현실화율 격차 등 불형평·불균형 문제 지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동주택은 지난해 현실화율 69.0%에서 10년, 단독주택은 현실화율 53.6%에서 15년, 토지는 8년 등에 걸쳐 90%로 제고한다는 세부적인 계획을 밝혔다.
공시지가 인상으로 다주택자를 비롯한 유주택자의 세부담이 급격하게 늘면서 경제적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불거져 나왔다. 각종 규제로 집값을 크게 오른 상황에서 세금 책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까지 끌어 올린 탓에 세부담이 급격하게 커졌다는 원성이 자자했다.
개발 목적에 잠시 맡아 둔 토지에도 세금폭탄, 부동산 개발사업 ‘올스톱’ 우려
공시지가 현실화는 단순히 국민 세부담뿐 아니라 기존에 없던 부작용 가능성까지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개발 사업자들의 세부담 증가로 인해 개발사업 무산, 그로 인한 도시경쟁력 저하 등의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개발사업 특성 상 토지를 매입했다 하더라도 사업환경과 발주, 인·허가 등에 따라 착공시기가 늦춰지는 경우가 허다한 데 그 기간 동안 내야 할 세금이 급격하게 늘어나 사업비용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는 반응이다.
국내에서 대형 부동산개발회사로 알려진 ‘신영’의 경우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종부세 등 부과해야하는 세액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영은 2019년 세금과 공과금이 급격히 늘어났다. 2019년 세금 및 공과으로 사용된 금액은 59억 3804만원으로 전년 25억 2802만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신영은 세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부동산개발 및 분양 규제 등이 강화되면서 수익성마저 뚝 떨어졌다. 2018년 485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19년 41억원으로 무려 91.5%나 급감했다. 신영 관계자는 “세금과 공과금이 늘어난 것은 분양일정 등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보유한 토지 등에 대한 세부담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개발 업계 관계자들은 현 정부 출범 후 세부담이 지나치게 늘었다며 이에 따른 개발무산 등의 우려감을 내비쳤다. 김철희 호연개발 대표는 “개발 업체의 입장에서 부동산 매입 후 바로 인허가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수익성을 고려하다보면 바로 개발을 하지 못하고 시기를 지켜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관할 지자체 등에서 인·허가 절차를 제대로 협조를 해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한데 착공되지 않은 토지에 매기는 세금이 다소 과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개발회사 관계자는 “당사의 경우 경기도의 한 부지 매입 후 인허가 절차도 다소 오래 걸렸다”며 “이후 시공사 선정 과정에 공사비 책정과 전후 상황에 등에 문제가 생기면서 개발을 다소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부담해야할 종부세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회사 경영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토지에 종부세를 걷는 것 자체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동산 디밸로퍼의 경우에는 어찌 보면 잠시 소유권을 갖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이다”며 “종부세 산정에 쓰이는 공시지가과 공정시장가액도 매년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착공되지 않은 토지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다소 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밸로퍼들의 세부담 증가 등이 증가하면 부동산개발이 크게 위축돼 도시 경쟁력이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더욱이 정부가 주택공급을 통해 주택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데 착공되지 않은 용지에도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민간공급도 위축 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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