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손실을 보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손실보상법 처리를 예고해 파장이 일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이미 국가 재정상황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또 다시 현금 지원성 정책이 등장할 경우 국민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코로나 피해 복구 취지에 맞게 현금 살포성 정책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인 지원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궐선거 전 현금살포 카드 또 꺼내든 與… 수십조 국민혈세 물 쓰듯 ‘펑펑’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본 업종을 돕기 위한 상생3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여당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인해 영업을 중단하거나 집합제한으로 인해 매출에 피해를 본 업종의 손실을 지원하기 위한 손실보상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벌써 민주당에서만 손실보상제와 관련한 법이 5개나 발의됐다. 세부적으로 민병덕 의원이 발의안 법안에 따르면 정부 방역으로 영업이 금지된 업종은 전년보다 줄어든 매출의 70%를 월 3000만원 한도 안에서, 집합제한 업종은 손실 매출의 60%를 월 2000만원 한도 안에서 보상을 받게 된다. 일반 업종도 줄어든 매출의 50%를 월 1000만원 한도 안에서 보상받는다.
업체별 매출 감소분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민 의원은 최근 한 토론회 참여한 토론회에서 이 법을 통해 한 달에 24조7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영업금지가 본격화한 것을 감안하면 최근 5개월 동안 최대 123조원을 손실 보상해줘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당 강훈식 의원은 코로나19 등 재난으로 집합 제한 또는 영업시간 제한 조치가 내려졌을 경우 조치 기간 동안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따른 최저임금과 임대료·세금 등 고정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강 의원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과 임대료 등을 차등 지원하면 한 달에 1조2370억원, 연간 14조844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어떤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지 결정하지 않았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 손실보상제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손실보상제 등과 관련해 “당정간 어느 정도 속도를 높인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3월 안, 늦어도 4월 초에는 지급이 이뤄져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법을 하거나 기존에 있던 일반법을 활용하든 간에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것이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정책위의장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통한 재원마련을 시사했다. 그는 “필요하면 추경을 해야 한다. 규모나 방식에 따라 추경규모나 논의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에 우선 원칙과 기준을 정한 뒤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을 활용했을 때 국가재정운용에 어느 정도 부담이 갈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재정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가장 최대한으로 보상을 해드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與 포퓰리즘에 ‘국민 죄인’ 내몰린 자영업자들…“돈 보단 돈 버는 환경부터 만들어 달라”
여당이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코로나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입법을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미 국가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또 다시 현금성 지원을 단행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전 국민의 죄인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국가재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기재부)는 민주당의 손실보상제 추진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적자 국채 발행이 지난해 약 103조원, 올해 약 93조5000억원, 내년에도 100조원 등을 넘어설 전망이고 국가 채무 총액은 내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능한 한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지만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상황, 재원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변수 중 하나다”고 밝혔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등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부채는 2198조원, 가계부채는 1600조원, 기업부채는 1118조원 등이다. 이를 모두 합치면 약 5000조원에 육박한다. 추 의원이 추산한 국가부채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빚의 총량으로 공식 국가부채(중앙정부+지방정부 채무)에 공공기관 부채, 공무원과 군인 등 연금충당 부채까지 더한 것이다.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4.5%에 달한다. 국민 1인당 4251만원, 1가구당 1억927만원이다. 국채를 발행할 경우 국가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손실보상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채발행이 필수적으로 보이는데 100조원 이상 국채발행을 단행할 경우 국민 1인당 갚아야할 부채가 500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인 지급 기준도 제시되지 않은 채 보상방안만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자영업의 경우 명확한 매출 파악이 어렵고 업종, 사업장 별로 규모도 다르며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용 등도 다양하다. 소득을 축소신고 하는 경우도 있어 형평성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과도한 국채 발행에 대한 우려를 피하기 위해 여권 일각에서는 소득 상위계층에 대한 증세 및 부담금 신설 등도 논의되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여당발 손실보상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나태나고 있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 원장은 “지금도 부채가 너무 많은 상황에서 또 다시 국채를 발행할 경우 국가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내년에 국가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 출산율이 저조한 이 같은 돈은 갚지 못하는 돈이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난해 국민 1인당 갚아야할 국가 부채가 약 4200만원 정도였다”며 “만약 또 다시 국채를 발행한다면 국민 1인이 갚아야할 금액은 5000만원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추가 국채를 발행할 경우 외환유동성경색이 올 수 있다”며 “국채를 많이 발행하면 국채 가격은 떨어지지만 국채 금리는 올라간다. 이 경우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국채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해 빠져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오 원장은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 피해가 심각한 만큼 무분별한 현금지원 정책 보단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접 돈으로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형평성 있는 방역 기준을 도입해 하루 빨리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이 시급하다”며 “대출요건 완화 등의 금융지원, 한시적 부가세 면제, 카드수수료 지원 등 일시적 정책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영업자들 역시 오 원장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일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재현 씨는 “코로나 위기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당장 얼마를 준다 해도 자영업자들에게 당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코로나 상황에서도 꾸준히 영업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역 기준을 도입 한다던가 한시적으로 부가세를 면제해주는 등의 장기적이면서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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