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가 치러지기도 전에 공직선거법 제230조 선거인 매수혐의로 피소됐다. 클린선거시민행동 등 17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어제 “피고발인이 10만원의 경제적 이익을 유권자인 시민에게 준다고 한 건 매표 행위”라며 이를 처벌하지 않으면 금권선거가 자행되고 만연 돼도 어떤 처벌도 못하는 걸 선관위가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박 후보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박 후보는 19일 “서울시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씩 블록체인 기반 KS서울디지털화폐로 지급되는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드리겠다. 서울시장이 되면 1호 결재로 이 같은 재난지원 계획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4.7재보궐선거 때 자신을 찍어주면 10만원씩 주겠다는 노골적 매표 행위다.
이어지는 박 후보의 발언은 점입가경이다. 박 후보는 이를 위해 1조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이는 지난해 발생한 4조원의 순세계잉여금으로 충당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민이 낸 세금을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돌려드리면서 서울을 블록체인과 프로토콜 경제의 허브로 만드는 마중물로 쓴다면 재투자 효과가 발생함은 물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세금을 왜 시장 후보가 자기 당선을 위해 쓴다는 말인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유고가 원인이다. 민주당은 애초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을 꼼수로 바꿨다. 박 후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와 박원순 피해자의 ‘피해 호소인 3인방 퇴출’ 요구 기자회견으로 지지율 하락이 심상찮자 ‘10만원 지급’ 카드를 급히 꺼내 든 것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 논평대로 “공약의 탈을 쓴 사실상의 매표행위”가 분명하다. 시민단체가 나서기 전에 선거관리위원회가 먼저 검찰에 고발했어야 했다.
박영선 후보는 정치인이 되기 전에 20년 이상 언론계에 근무했다. 그것도 공영방송 기자와 앵커, 특파원, 경제부장을 역임했다. 국회의원을 4번 하는 동안에는 법사위원장과 원내대표까지 역임했고, 출마 직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냈다. 누구보다 법과 상식을 잘 아는 후보이다. 그런 박 후보가 위법이 빤한 매표 공약을 한 건 유권자인 서울시민을 우습게 봤거나 여권에 장악된 사법부와 선관위를 과신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예비후보 때인 2월 8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내놓은 ‘1억원대 결혼·출산 지원 공약’을 두고 “국민들은 아무 근거 없이 마구 국가가 돈을 퍼주는 것을 그렇게 썩 좋아하지 않는다”며 돈을 주는 것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번엔 “박근혜정부도 대선 때 노인수당을 20만원씩 지급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매표 행위를 정당화 하고 있다.
서울시가 어제 발표한 1조원 규모의 ‘위기극복 재난지원금’ 살포도 부정선거 혐의가 짙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시-자치구 협력 위기극복 재난지원금 설명회’에서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했지만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5000억원을 직접 나눠주고, 5000억원 규모의 대출 지원 발표가 어찌 선거와 무관하겠는가.
박 후보와 수백억 혈세를 낭비케 한 보궐선거 유발 책임이 있는 서울시의 돈 공약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 재난지원금 100만원 살포로 재미를 톡톡히 본 여당의 매표 행위가 분명하다. ‘적폐 청산’을 구호로 박근혜정부를 탄핵하고 들어선 문재인정부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실망스럽다. 1950~60년대 고무신·막걸리 선거를 연상시키는 후진 정치, 유치한 매표 놀음은 그만하기 바란다. 시민은 개돼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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