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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배터리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배터리 분쟁을 마무리 지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이어 삼성SDI까지 미국 내 생산 거점 건설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미국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유일 각형 배터리 업체로서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에서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향후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과정에서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스바겐이 발표한 각형 배터리 탑재 계획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는 엄청난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며 “이를 고려한 삼성SDI가 최근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중국 각형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투자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한 상황을 감안하면 폭스바겐 등에 각형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삼성SDI가 유일하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폭스바겐은 전기차 배터리 전략을 소개하는 ‘파워 데이(Power Day)’에서 “2023년부터 비용과 성능을 개선한 신규 각형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생산·출시하고 2030년까지 폭스바겐 전기차의 80%에 각형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다. 삼성SDI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도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키로 했다.
13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비안은 전기 픽업트럭 ‘R1T’와 SUV ‘R1S’ 등에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키로 했다. R.J.스캐린지 리비안 최고경영자(CEO)는 “리비안의 모듈·팩 설계가 적용되는 삼성SDI 배터리의 성능과 안정성에 기대가 크다”고 했다.
이렇듯 미국 내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면서 삼성SDI의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건설 추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가 검토 중인 미국 배터리 셀 생산 공장 후보지는 미시간주와 선벨트 지역 두 군데다. 업계는 두 후보지 중 선벨트 지역의 경쟁력이 더욱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선벨트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핵심 고객인 BMW와 원통형 배터리의 잠재적 수요처인 테슬라 등이 위치해 있어서다.
다만 삼성SDI는 “미국 공장 증설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삼성SDI의 미국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돼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올해 115만대에서 2025년께 22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2025년 7월부터 발효되는 신북미무역협정(USMCA)으로 인해 미국 내 생산 비중을 75%까지 올리는 기업에게만 무관세 혜택이 제공된다는 점도 삼성SDI의 투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거점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긴 하나 (미국 무관세 혜택 시한인) 2025년까지는 아직 시일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향후 삼성SDI가 미국 배터리 공장을 짓게 되면 국내 배터리 업체 3개사 모두 미국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건설 중인 공장 외의도 추가적인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 7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 2곳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에 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오하이오주에 짓고 있는 35GWh 규모 배터리 합작 공장 ‘얼티움셀즈’는 내년에 가동을 시작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1·2공장 건설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2023년까지 추가적으로 3조원을 투입해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1·2공장을 모두 가동하면 SK이노베이션은 50kw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매년 약 43만대를 만들 수 있는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게 된다.
현재 미국 현지에 대규모 배터리 생산 설비를 확보한 기업은 국내 배터리 업체 3개사를 제외하고는 파나소닉 정도밖에 없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진출은 사실상 막혀 있는 만큼 K-배터리 3개사가 급속도로 성장 중인 미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K-배터리를 향한 미국 내 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 배터리를 수급할 수 없는데다 현지에서 배터리 자체 생산이 당장은 어려워 K-배터리에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며 “폭스바겐, 테슬라 등이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향후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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