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숨지게 하는 ‘존속살해’가 최근 잇따라 발생해 모두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더구나 범행에 이르게 된 사연을 들어보면 무조건 손가락질만도, 동정만도 할 수 없는 깊은 비극이 숨겨 있다.
7일 법원은 조현병을 앓던 30대 딸을 살해한 60대 여성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공무원이던 피의자는 딸이 중학생이던 1997년 조현병 및 양극성 정동장애 질병을 앓게 되자 즉시 퇴직하고 정성껏 돌봐왔다. 하지만 딸의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엔 약 복용도 거부하고, 부모한테 욕설까지 하며 수시로 가출하는 등 병세가 더욱 악화됐다.
이에 피의자는 23년 노력에도 딸의 상태가 좋아질 기미가 없고, 점차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과 남편이 죽은 후 혼자 남을 딸이 냉대 속에 살 수 있다고 판단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검찰도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와 보호의 몫 상당 부분을 국가와 사회보다는 가정에서 담당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비극적인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참작동기살인’을 적용해 징역 4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3년형을 선고했다.
14일엔 또 하나의 비극적인 일이 알려졌다. 중병을 앓아 거동이 힘든 50대 아버지를 간호하던 20대 아들이 8일간 음식을 주지 않아 결국 숨지게 했다가 실형을 받았다. 아들은 심부뇌내출혈·지주막하출혈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던 아버지의 병원비를 대기가 어렵게 되자 “퇴원하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의사의 만류에도 퇴원시킨 후 자택에서 간호하다 역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퇴원 당시 아버지는 팔다리가 마비돼 스스로 거동할 수 없었고, 코에 호스를 삽입해 음식물을 위장으로 바로 공급하는 ‘경관급식(經管給食)’을 하고 있었다. 또한 늘 누워있기 때문에 욕창 방지를 위해 2시간마다 체위를 바꿔줘야만 했다. 무직 상태로 아버지와 단둘이서만 살던 아들은 “아버지를 간호하며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범행동기를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2019년 등록장애인은 약 261만명으로 총인구의 5.1%다. 이중 발달장애인은 약 18%인 47만명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10대 2.3%, 20대 3.7%인 반면 40대는 9.7%, 50대는 18.2%로 급격히 증가한다. 평균수명 증가와 교통사고 등 후천성 장애인이 많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돌보는 사람은 가족 구성원이 81.9%를 차지한다. 특히 지적장애인·뇌병변장애인·자폐성장애인 등은 대부분 부모, 그중에도 어머니에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성인발달장애인 어머니의 회복탄력성 증진을 위한 치료적 음악감상과 토의’를 주제로 학위논문을 쓴 윤혜령 씨에 의하면 “장애자녀 어머니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 상황은 주로 양육 부담이 가중된 자녀의 특성, 치료 및 교육에 소비되는 비용의 어려움, 주위 사람들의 시선, 선입견과 편견을 견뎌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가족 간의 협업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책임감 있게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20년 사이 ‘자녀 살해 후 자살’을 선택한 사례가 426건이나 된다. 장애자녀 살인 피의자는 범행 당시 한 가지 일에 집중하던 사람이 갑자기 무기력해지는 ‘번아웃증후군’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장애자녀 부모는 딜레마 상황에 빠진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일부 후보는 ‘전국민 보편적 복지’를 거론하고 있다. 존속살해까지 불러온 이런 비극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손길을 내미는 맞춤형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