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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과세를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쪽은 가상자산을 당장 시행할 만큼 시장의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했고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해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기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유예를 반대하는 쪽은 자본시장 육성 등 가상자산 과세를 미룰 만한 어떠한 명분도 찾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자산을 과세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상자산에 세금을 매기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작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준비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는 과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여당의 과세 유예 주장에 “작년에 여야가 (과세에) 합의해 준 취지와 과세의 필요성을 보면 정부는 과세를 예정대로 해야 하지 않나 싶다”며 “정부는 과세할 준비가 돼 있는데 이제 와 (과세를) 유예하는 것에 동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과세가 가능하고 자신 있다”고 말했다.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서 발생하는 소득 가운데 250만원을 공제한 뒤 남은 금액의 20%를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 한다. 예컨대 가상자산 소득금액이 400만원이면 과세 공제한도인 250만원을 제외한 150만원에 대해서 과세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의견이 충돌했다. 가상자산과 주식 간 형평성 문제다. ‘왜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느냐’라는 점이다. 주식은 금융소득으로 분류된 상태다. 정부는 2023년부터 국내 상장주식 거래수익 중 연간 5000만원 이하에 대해선 비과세를 적용할 계획이다. 가상자산의 공제한도(250만원)와 비교하면 훨씬 크다. 해당 과세를 적용하는 시기도 가상자산보다 1년 늦다. 이러한 이유로 가상자산 양도차익을 기타소득이 아닌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 공제한도를 주식과 똑같이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 발의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가상자산의 양도·대여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세금을 1년간 유예하고 소득금액 또한 현행 기타소득에서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 합산 5000만원까지 공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문제는 형평성을 이유로 제기한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또 다른 형평성 문제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 등 금융투자소득의 공제한도는 가상자산과 마찬가지로 250만원이다. 이 중 국내 상장주식만 5000만원을 공제하는 혜택을 받았다. 그밖에 해외주식과 비상장주식·채권·파생상품 등의 경우 양도·대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득 중 250만원만 공제된다. 이런 가운데 가상자산의 공제한도를 5000만원으로 늘리면 해외주식이나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상장주식에 대해서만 공제금액을 높인 건 국민들의 자산 형성 지원뿐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원활한 자금을 조달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받은 중소·벤처기업은 생산시설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고 일자리를 늘리며 국가경제에 이로운 점을 제공할 수 있다. 가상자산은 이와 다르다. 가상자산에 돈이 몰려도 그 돈은 생산적인 부분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급격한 변동성으로 오히려 자산 격차만 키울 뿐이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보상이므로 분명히 발전시켜야 하는 산업이지만 과세를 한다고 해서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을 저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은 연간 600달러(약 71만원) 이상 가상자산 거래 시 수익·입출금 내역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가상자산으로 인한 이익에 대해서 종합소득에 포함해 과세한다. 수익이 20만엔(약 206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과세하지 않는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가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중요한 건 형평성이다. 가상자산 투자가 국가경제에 도움을 줄만한 근거가 있다면 공제한도를 높여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혜택을 줄 이유는 충분하지 않다. 형평성을 위해서 제기된 주장이 또 다른 차별을 불러오지 않는지 정치권에서 다시 고민해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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