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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폭력의 시·공간 제약도 덩달아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이나 온라인 게임 등에서 실시간으로 타인에게 험담이나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내뱉는 것이 거의 문화처럼 자리잡은 요즘이다.
산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는 ‘메타버스’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가상현실이라는 특성에 따라 폭력의 유형이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모욕·비하·인신공격 등 고질적인 온라인 폭력 문제는 물론 주로 현실에서 이뤄지던 범죄까지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땅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애꿎은 피해자만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메타버스란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여성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피해 사례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성적 피해를 경험했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해당 주장 등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여성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불순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거나 신체사진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용자의 아바타를 스토킹하거나 아이템을 빌미로 이용자 아바타에게 음란행위를 시키는 등 교묘한 방법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이 이러한데 현행법 상으론 이 가해자들에게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가 아닌 가상현실이기 때문에 형법상 강제추행죄(폭행) 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이 성립되지 않는다. 직접 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메타버스 내 아바타를 이용해 상대방 아바타 가슴 등을 만지는 행위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만한 행위들을 했을 경우 현행법에서는 범죄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메타버스라는 공간도 결국 가상현실이기 때문에 타 인터넷 공간과 다르지 않다고 판단해 메타버스만을 특정한 처벌 규정은 따로 없다는 입장이다. 단 욕설이나 폭언, 명예훼손 같은 경우 현재로서는 기존 처벌 법안을 따르고 있다며 처벌 규정에 대해 설명했다.
김상균 산업공학부 교수는 “메타버스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가 실제 동일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받는 스트레스 정도와 동일하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를 감안했을 때 인터넷 게시글이나 댓글과 같은 정도로 처벌하는 것은 너무 가벼운 처사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세대가 봤을 때는 메타버스 내 아바타들이 아기자기한 게임처럼 보인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안에서 발생하는 사안은 아기자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메타버스 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알렸다.
메타버스 이용자 주요 연령층은 10대다. 메타버스 내에서 이뤄지는 범죄 행위를 향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메타버스 안에서 이뤄지는 범죄들은 주로 실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아바타 스토킹, 아바타 몰래카메라, 아바타 성희롱 등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다. 자칫 10대들이 이런 범죄 행위들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고 이를 범죄 행위로 인식하지 못할까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과 제도는 모종의 범죄행위나 위협을 사전에 예방하고 차단하는 등 안전장치의 기능을 한다. 아무리 메타버스가 떠오르는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지만 가상현실 속 폭력과 범죄에 대해 마땅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정부가 메타버스에 숨어 아동과 청소년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족속들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메타버스라는 황금의 영역이 범죄소굴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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