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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상장 공기업 8곳 중 7곳의 주가가 폭락했다. 주가변동률은 평균 -20%에 달했다. ‘국민주’로 불렸던 한국전력이 4년 9개월 동안 절반이상인 54%나 떨어졌고 강원랜드와 기업은행도 각각 33%, 19% 곤두박질쳤다. 주가가 오른 곳은 원자력 발전 설계업체인 한전기술 뿐이었다. 공기업이 증권시장에서 사기업에 비해 대체로 낮은 평가를 받긴 하지만 이같이 과도하게 하락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적 부진이다. 상장 공기업들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박근혜정부 마지막해인 2016년 8곳의 평균 순이익은 1조원 수준이었지만 2017~20년 동안 이들의 순이익은 약 2200억원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2019년에는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1년 실적도 밝지 만은 않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컨센서스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상장 공기업 8곳의 지난해 순이익은 평균 -1900억원으로 드러났다.
공기업들의 수익성이 줄곧 악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과도한 개입 때문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공기업 경영에 간섭한 탓이다. 탈(脫)원전 정책이 대표적이다.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정부 시책에 발맞춰 값싼 원전 가동률을 줄이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면서 비용을 키웠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요금을 올려야 했지만 정부는 허락하지 않았다. ‘서민 물가 안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전기요금의 경우 동결과 인하를 반복할 뿐 절대 인상하지 않았다. 작년 12월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한 게 전부다. 그것마저 대통령선거 직후, 문재인 대통령 퇴임 한 달 전인 4월부터 시행하기에 문 대통령 임기 내 공기업들의 주가가 회복할지 미지수다.
소액주주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공기업 주식 3조8121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주가 하락으로 투자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실적마저 곤두박질치자 주주권리 중 하나인 배당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지난 4년 동안 배당금은 모두 지급한 곳은 기업은행, 한전KPS, 한전기술 등 3곳에 불과했다. 공기업 대장주인 한국전력은 실적 부진 탓에 단 2차례만 배당금을 지급했다.
상장 공기업에게 일반 상장사만큼의 수익성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공공성만을 강조해서도 안 된다. 정부가 100% 보유한 비상장사라면 상관없지만 자본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장 공기업의 경우 수익성만을 보고 투자한 이들도 많기에 주주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공공성을 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소액주주를 외면하는 대주주의 횡포로 해석될 수 있다. 프랑스 등 주요국들처럼 상장 공기업의 최우선 목표로 수익성 극대화를 제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공기업 디스카운트(할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사 선임에 있어 정부의 영향력을 줄이며 공기업의 경영 자율성과 운영 독립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소액주주의 발언권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게끔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공기업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굳이 하고 싶다면 비상장 공기업으로만 해 정부 스스로 책임과 피해를 짊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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