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은 바코드를 ‘막대 모양’으로 정의
입법 연혁상 QR코드를 바코드로 보기 어려워
타 부처 고시도 바코드와 QR코드 구별 정의
유독 선관위만 QR코드도 바코드라고 강변 중
설득력있는 해명없이 또 QR코드 사용할 방침
법 어기는 선관위, 선거관리 자격 있나 의문
이번 대통령 선거의 특징은 역대 어느 선거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거관리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점이다. 앞선 2020년 총선에서는 수도권 지역 당일 투표에 야권 후보가 이기고도 사전투표 결과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는 바람에 여권이 압승한 것을 두고 부정선거 시비가 일었다. 통계적으로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었기 때문인데 물론 뚜렷한 증거도 없이 선거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매우 강했다. 그러나 일부 낙선자와 유튜버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했던 선거무효 소송에서 일부 투표함이 열렸는데 배춧잎 투표지, 빳빳한 투표지, 접착제가 붙어 있는 투표지 같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물증이 나온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관리의 부실함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부정 투표는 결코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런 선관위 해명이 개운치는 않다. 하지만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았으니 부정 선거라고 속단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사전투표 용지에 사용된 QR코드의 문제다. 공직선거법(제151조 제6항)에 따르면 사전투표용지에 인쇄하는 일련번호는 바코드 형태로 표시하는데 공직선거법은 이 바코드를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한 막대 모양의 기호’라고 정의하고 있다. 문언상으로 분명히 ‘막대 모양’이다. 그렇다면 누가 봐도 막대 모양이 아닌 QR코드를 사용하면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것 같은데 기존 바코드는 1차원적 바코드이고 QR코드는 2차원적 바코드로서 모두 바코드에 해당돼 문제가 없다는 것이 선관위의 해명이다.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싶어서 위키백과에서 바코드를 검색해 보았다. 전통적인 막대기(bar) 모양의 바코드는 많은 정보를 담기 어려워서 고안된 것이 QR코드라는 것인데 그 모양이 더 이상 바(bar)는 아니지만 흔히 2차원 바코드로 불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QR코드도 바코드라는 선관위 해명자체는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에 바코드 규정이 들어 온 때가 2014년 1월인데 QR코드는 그 이전부터 쓰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QR코드의 정체를 알려주마!」라는 2010년 10월 4일 자 한겨레신문 기사도 검색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코드와 QR코드가 둘 다 존재하던 2014년 상황에서 공직선거법이 바코드를 굳이 ‘막대 모양의 기호’라고 정의했다는 것은 사전투표용지의 바코드에서 QR코드는 배제했다고 보는 것이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바코드를 굳이 ‘막대 모양의 기호’라고 정의한 연혁도 추적해 보았다. 19대 국회 시절이던 2013년 8월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이찬열 의원의 공직선거법 대표발의안에서 바코드가 등장했는데 “투표용지의 일련번호를 바코드 형태로 표시하여 일련번호지를 떼지 않고 투표용지를 교부할 수 있도록 하여 선거인의 투표대기시간을 줄이는 등 사전투표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여 선거인의 투표참여를 제고하려는 것임”이라고 제안이유에 적혀 있다. 사전투표율이라도 높이려는 의도에서 발의된 법안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대로 하면 선관위가 제일 편해지니 선관위 측이 야당 의원을 통해 소위 ‘청부입법’을 한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암튼 취지는 좋다. 그런데 발의 안에는 그냥 ‘바코드’라고만 되어 있지 ‘막대 모양의 기호’라는 정의 규정까지는 없다가 2013년 12월 제출된 해당 상임위원회 대안에 비로소 ‘막대 모양의 기호’라는 설명이 추가된 것으로 나온다. 왜 이런 설명이 들어갔는지를 추적하기 위해 당시 회의록도 뒤졌지만 별다른 토론은 없었다. 그래서 상임위가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의 규정을 추가한 것으로 보이는데 두 가지 바코드 중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QR코드까지는 필요 없고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 딱 막대 모양의 1차원 바코드로만 한정한 취지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법률해석의 방법론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제일 우선이 문언에 충실한 문리해석이다. 바로 이 문리해석상 공직선거법상 바코드는 막대 모양의 1차원 바코드만 지칭한 것이 명백하다. 문언이 불분명할 경우 동원되는 방법론에 논리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 그리고 입법자의 의사에 따른 역사적 해석 등이 있는데 입법자의 의도로 보더라도 바코드에는 QR코드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해석이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정확히 어느 선거부터 QR코드를 썼는지를 명확히 확인해 주는 자료는 검색이 안 되지만 본지의 2018년 7월 26일자 「QR코드·바코드 구분 못하는 선관위 “잘못없다” 당당」이란 기사가 검색되는 것으로 보아 2018년 지방선거 때부터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QR코드 시비는 지난 2020년 총선의 부정을 주장하는 세력이 처음 제기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이 기사는 매우 흥미로운데 선관위는 이때부터 QR코드도 바코드에 포함된다는 주장을 했지만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방부 등의 고시에서는 바코드는 ‘평형 막대의 조합’으로, QR코드는 ‘정사각형의 모양의 모듈’이라는 식으로 명백히 구별되게 정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선관위만 딴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2월 19일 선관위가 보도자료를 내서 또 해명을 했다. QR코드는 1차원 바코드에 비해 차지하는 면적이 적고 투표용지가 훼손되더라도 인식률이 우수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법이 정한 4가지 정보(선거명, 선거구명,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명, 일련번호)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면적이 부족하면 용지 사이즈를 늘리면 되지 왜 법에 없는 QR코드를 쓰는지, 투표용지가 훼손될 경우는 대체 어떤 경우를 가정한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안 간다. 의문이 여기서 그치지 않는데 선관위는 대법원 판결도 바코드라는 용어에 2차원 바코드인 QR코드도 포함된다고 인정했다고 하면서 2021년 11월 11일 선고된 어떤 판례를 들었다. 그러나 필자가 대법원 사이트에서 해당 선고일의 모든 판례를 검색해도 그 판례는 검색되지 않았다. 본지의 2019년 11월 15일 자 「중앙선관위, 사전투표 위법 논란 대법원 팔아 물타기」라는 기사를 보면 대법원이 직접적으로 QR코드 사용의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아닌데 선관위가 아전인수한다는 비판이 있고 국회조차도 2018년에 이미 QR코드 사용이 공직선거법에 위배된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이번 대통령선거에 또 다시 QR코드를 넣겠다는 방침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공직선거법을 대놓고 위반하는 선관위가 과연 이번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