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출범 때 ‘탈원전을 하면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두 차례 보고됐지만 임기 내내 묵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 정부는 또 이런 보고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숨겼고 관련 공무원을 협박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그동안 미뤘던 전기값 인상이 이제는 불가피졌고 폭염이 우려되는 올해 요금 급등이 우려된다.
문 정부 출범 직후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선 공약대로 탈원전을 하게 되면 13년간 140조원의 전기료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산업부는 이런 내용을 2017년 5월24일과 6월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이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했다. 산업부는 인상액 산정 때 △국제 유가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태양광·풍력발전을 위한 송전망 추가 건설 등 불확실한 요인은 모두 제외했다.
그러나 문 정부는 산업부 보고서의 존재조차 국민에게 감췄다. 오히려 보고서를 작성한 산업부 공무원들을 윽박지르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입막음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국정기획자문위원들은 산업부 공무원에게 “전기요금 인상 문제를 지금 꺼내는 이유가 뭐냐”“탈원전에 반대하는 거냐”며 겁박했다는 것이다.
당시 산업부가 속한 경제2분과 위원은 6명인데, 전체 자문위원의 절반이 넘는 20명이 산업부 업무보고 자리에 몰려왔다고 한다. 보고자리에 참석했던 홍종학 위원(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회의에 참석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사회분과위원이던 최민희 전 국회의원은 “나는 에너지 전문가가 아니어서 (당시) 내가 한 말은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문 정부 출범 초 전기 요금은 ㎾h당 원자력발전이 60원, 석탄은 80원 수준이었고 LNG는 120원, 태양광·풍력은 200원 안팎이었다. 탈원전을 한다며 값싼 원전·석탄 비중을 낮추고 대신 비싼 태양광·풍력과 LNG를 늘렸다.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건 초등생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또 1400MW급 신형 원전 1기를 돌리는 대신 LNG를 가동하면 한 달에 600억원씩 적자가 난다. 이것이 최근의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함께 한전의 급격한 적자 누적을 초래한 요인이었다. 한전은 문 정부 5년간 부채가 34조원 늘었고, 올 1분기에만 7조8000억원의 충격적인 적자를 냈다.
5년간 억눌려온 전기요금은 현 정부로 넘겨졌고, 한전의 급속한 경영 악화 등의 문제는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문 정부가 임기 말 인상을 결정함에 따라 국내 전기 요금은 지난 4월 kWh당 6.9원 오른 데 이어 10월 4.9원 더 오른다. 하지만 올 들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나들고 있어 전기 요금은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한전은 분기당 최대 3원, 연간 5원인 연료비 연동제 상하한 범위를 더 확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만큼 전력 상황이 다급하다는 뜻이다. 전력업계는 “에너지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고 한전의 적자를 해결하려면 전기 요금을 30~50%는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프랑스는 지난해 2월과 8월에 이어 올 2월 전기 요금을 24%나 올렸고, 영국은 올 4월 54%로 대폭 인상했다.
값싼 원전 가동을 줄이고 태양광·풍력·LNG 발전을 늘리면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문 정부는 “탈원전으로 국민에게 추가 부담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은 “전기요금이 절대 안 올라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고, 김태년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탈원전을 해도 향후 5년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측근들의 거짓말 때문에 대한민국 전력상황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구상권이라도 청구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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