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28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정부처럼 특정 에너지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각 에너지의 장점을 두루 살려 균형 잡힌 에너지 정책을 마련키로 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상식이 회복될 지 주목된다.
원자력은 풍력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은 에너지이다. 에너지원인 우라늄 공급 국가가 다수로 분산돼 있어 2년치 연료를 저장할 수 있다. 모든 나라가 추구하는 △탄소 중립 △에너지 안보라는 두 가지 핵심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에너지원이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탈원전이라는 허황된 정책으로 원전 산업 생태계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윤석열정부가 내놓은 에너지정책의 핵심은 원전 비율 확대·화석연료 의존 축소·재생에너지의 합리적 조정이다. 잘못 박은 탈원전의 대못을 뽑고 급진적인 신재생 드라이브를 바로잡아 기후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2030년까지 24기에서 18기까지 원전 기수를 줄이겠다는 문 정부와 달리 28기까지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원전만 장려하는 식이 아니라 각 에너지의 균형 있는 조합을 추구한다. 전력 중 원전 비율은 지난해 27.4%에서 30% 이상으로 확대한다. 지난 정부가 중단시킨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재개한다.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되면 폐쇄키로 했던 기존 원전 10기는 모두 계속 가동한다. 원전 설비용량도 23.3기가와트(GW)에서 28.9GW로 커진다. 독자적인 소형모듈원전(SMR) 노형 개발에도 약 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고준위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 부지 선정을 위해 특별법을 마련하고 국무총리 산하에 전담 조직을 만든다.
부진했던 원전 수출에도 공을 들인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난에 몰린 유럽은 원전을 대폭 늘리려 하고 있다. 영국(8기 추가 건설)·프랑스(6기 신규 건설, 8기 추가 검토)·폴란드(6기 건설)·체코(최대 4기 추가) 등이다. 러시아와 중국 배제 움직임 때문에 원전 수출이 가능한 국가는 한국·프랑스·미국 3국뿐이다. 미국은 30년 이상 건설 중단으로 핵심 기기·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없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을 프랑스·미국의 절반 비용으로 정해진 기일 내에 건설해 ‘온타임, 온버짓’ 능력을 입증했다. 정부가 적극 나서기만 하면 ‘2030년까지 10기 수출’ 목표도 불가능하지 않다.
‘에너지 안보’ 강화도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거진 폐해에 대처하기 위해 ‘자원안보 특별법’을 제정해 원유·천연가스 등에 대한 비축 의무를 강화한다. 한국전력 적자와 관련해선 전기요금을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하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주민 수용성에 기반을 둬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재수립한다. 이번 에너지 정책이 차질 없이 이행되면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가 2021년 81.8%에서 2030년 60%대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의 큰 의미는 2가지 상식의 회복을 노린다. 첫째 ‘전기 요금 원가주의’ 상식이다. 이제는 국민 눈치를 보느라 ‘가격 정상화’를 미루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며, 시장원리에 따라 전기 요금이 결정되는 전력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상식의 회복에는 국민 고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둘째 ‘재생에너지 만능, 원전 악마’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다. 특정 에너지를 무조건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원전·태양광·풍력의 장단점을 사실에 입각해 따져서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는 에너지 조합을 추구하겠다는 선언이다. 왜곡됐던 에너지 분야의 상식이 회복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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