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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뒤에 곧바로 밀려오는 고금리 3중고는 과거 외환위기와 국제금융위기에 뒤지지 않는 위기입니다. 올 말, 가까이는 9월 ‘위기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를 흘려듣지말고 대비해야 합니다.”
지난달 20일 취임하고 이제 보름밖에 지나지 않은 시석중 신임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6일 잠시 만나 차 한잔 나눴다.
경기신보 16대 이사장인 그는 각 부서 업무보고 받기 무섭게 현장으로 내달렸다고 한다. 현장에 섰을 때 냉기류 한파를 가장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맨 출신으로서 서민금융, 소상공인 금융의 마지막 보루인 신보 수장이라는 중압감이 얼른 보기에도 작지않아 보였다. 경제위기가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란 걸 직감한다는 얘기다.
특례보증 업체와 규모가 늘어도 한계기업들이 속출하는 현실에서, 도산하는 소상공인들은 그보다 더 헤아릴 수 없이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쓰나미앞에서는 어떠한 인간의 노력도 무기력하듯, 금융위기 앞에서는 한계기업, 한계 소상공인의 줄도산은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다행히, 지금 경기도는 경제기획통 고위관료와 금융맨 출신 서민금융 보루가 버티는 형국이다. 배로 말하면 김동연 지사와 시 이사장은 선장과 조타수다. 경제를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라 다행이다. 서민경제의 숨통이 이들 손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최대한 버텨내주느냐에 따라 피해와 파장을 최소화하며 3중고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다.
시 이사장은 취임 이후 단 하루도 편히 쉬지 못한 채, 본부와 도내 31개 각 시군 지점 상황을 챙기기 바쁘다. 이미 관료화할 대로 관료화한 신보 시스템에 그마저도 대부분의 영업부 직원들이 업무폭주상태다.
3년 가까이 코로나19 상황을 버텨오느라 출연기금은 한계상황에 내몰렸다. 더 부담하려고 해도 각 시군 지자체들은 금융위기를 경험해보지 못한 곳이 많아 섣불리 동의받기가 쉽지않은 형편이다. 위기대응력을 발휘하는데는 취약점이다.
저신용 고금리비중이 높아가면서 경기도내 서민금융 이용 소상공인 여신규모는 대략 10조 원에 이른다. 184만 도내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지역경제가 붕괴되는 것이고, 한번 무너지면 다시 일으켜세우기는 더 어렵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로부터 임명장을 받던 날, 김 지사의 주문도 ‘재기지원’에 아낌없이 나서 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시군 출연금이 늘었다고 해도, 그간 코로나19 극복 목적에만 쓰기위해 모은 탓에 탄력성이 떨어지고 목적이외 전용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상상하기 어려운 경제위기에 신보가 소상공인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의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먼 미래보다는 당장의 버팀목기능이 급합니다.”
그가 말하는 현장, 민생의 바닥경기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코로나로 인해 건수면에서 코로나 이전보다 2배, 금액면에서는 4배로 부실 특례보증 규모가 늘어났다. 종래 2조 원 규모에서 지금은 10조 원대에 육박한다. 서민 소상공인 점포가 도산하는 것도 문제지만 악화하는 경제상황에서 대책없이, 시간만 1년 연장하는 상환연기 탓에 ‘시한폭탄’ 돌리기란 형국이다.
게다가 서민들 상황을 살필 영업점 직원들도 폭주하는 업무량에 거의 나가떨어질 지경이란다. 시스템이 버텨주며 소상공인 기업들을 상담하고 위기대응력을 키워줘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적 한계를 말해준다. 지금 경기신보 각 지점은 평균 150건정도 매월 처리해야 하는, 절대적인 ‘일손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취임 후 일선 지점을 살피며 느낀 점은 직원들이 일손 부족으로 고생은 많이들 하는데 시스템이 최적화하지 못한 측면이 많다는 겁니다. 어떤 지점에는 최대 1만8000개 가량의 소상공인 점포 상황을 살피고 채권관리를 해야해 그 처리서류만도 수백 박스에 달하는 곳도 있더군요.”
여기에 출산휴가 등으로 장기 휴직중인 직원도 전체 10% 가량인 30여 명에 달해 시스템으로 대응하기가 쉽지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도민중심, 현장중심 경영’을 모토로 내세웠다. 현장은 곧 도민이시고, 그 현장 요구에 즉각 대응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위기라고 하는 특수상황을 돌파할 시스템을 신속히 만들어가야 하는데, 공무원 조직하에서는 쉽지않다고 직감한다. 공직사회는 자신같은 금융맨들이 들여다보는 것보다 현장의 바닥상황을 잘 꿰지 못하는 외에도, 부처 눈치보기 때문이란다. 인력 늘려달라고 해봐야 고착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다. 무작정 인력을 늘린다는 것은 공공기관평가에서 유리할 게 없다는 생각을 먼저하는 부류때문이다.
해서, 그는 우선 시군 협조를 얻어 인턴 등 외주인력 투입으로 일상 업무 또는 컨설팅 업무를 맡도록 한다는 것이다. 허드렛일이라도 맡기면 낫지 않을까 싶어서다.
“어떤 상황에서도 영업현장을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시군 출연금 확충을 위해 ‘포괄 캐피탈콜’ 방식으로 시군에 독려도 하고 있다. 총 출연금을 약정하고 부실 발생에 따라 더 부담해가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그는 서둘러 T/F를 구성했다. 난세에 위기대응력이 발휘되는 법이다.
“경제위기를 몸으로 겪으며 이겨온 지자체 경험자들이 많지 않아 걱정이긴 하지만 더 설득하고 더 노력해 반드시 경기도 소상공인들을 지켜내는데 혼신을 다하겠습니다.”
기업은행 출신이자 IBK자산운용 대표이사 출신답게, CEO는 문제해결과 위기관리에서 빛난다는 것을 입증해보이겠다는 각오로 들렸다.
경기도 서민금융의 ‘구원투수’로 이제 막 등판한 시석중 이사장. 그의 ‘어깨’에 다가오는 위기를 무사히 넘기느냐, 넘기지 못하느냐가 8할은 달렸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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