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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시는가? 윤석열정부 출범 1년을 넘어섰지만 좌파 편향의 문화·예술계 지형은 그대로다. ‘한민호 사건’은 문화부의 무개념 선언이었다.
문화부 공무원 한민호 국장은 문재인 정권 시절 반일 선동 적대 외교,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가 파면당했다. 그 후 치열한 소송에서 힘겹게 승소했지만 문화부는 새로운 징계위원회를 열어 품위 손상·성실의무 위반 등의 명목으로 한 국장을 해임 처분했다. 물에 빠졌다가 겨우 헤엄쳐 나왔더니 다시 밀어넣어 빠뜨린 셈이다. 사선을 넘어 어렵사리 탈북한 주민을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낸 문 정권의 만행과 다를 게 없다.
새로운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고 해임을 결정한 책임자는 박보균 문화부 장관이다. 취임 후 첫 실적이 구사일생으로 생환한 장수의 목을 친 것이라니 기가 막힐 뿐이다. 정작 해야 할 문 정권 기간에 대한 문화정책백서를 만드는 일도 하지 않았고,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은 무엇인지도 내놓지 못했다. 행사에 참석해 테이프나 자르고 축사나 하는 게 문화정책의 전부라고 믿는 듯, 장관도 문화부도 있지만 그 존재감은 유명무실할 뿐이다. 새 판을 짜야 할 문화부 장관이 정권과 국가의 정상화가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고 있는 꼴이라니….
문화정책의 기수 역할을 해야 할 장수가 최전선의 상황을 외면·방관하며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선풍에 기대어 한류 자랑이나 하며 임기를 마칠 작정인가. 무능한 장수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역대 정부에서 있었던 교육문화수석 자리는 대통령실 직제 개편 과정에서 없어졌다. 작전 본부의 지휘관이 사라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말을 여러 번 다짐하듯 했다. 그러나 이 말은 새 정부의 문화정책은 ‘없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영국에서 시작된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겠다’는 이 개념은 문화행정의 절대 원칙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 원칙을 따르고 있다. 이 개념이 겉으로는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화·예술은 기본적으로 수익성을 따지지 않는 분야로 인식되기 때문에 공공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를 비롯한 각 분야의 공공기관들이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문화·예술이 정치적 정파성을 띠지 않는 순수 창작활동일 때에 한해서여야 한다.
1980년대 이후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스며든 이념 문제는 우리 사회를 극단적으로 갈라 놓았다. 민주화는 무조건 선(善)이고 그것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부패한 기득권, 권위적인 독재세력의 잔당쯤으로 낙인 찍었다. 정치 분야는 물론이고 교육계·노동계·언론계·종교계, 그리고 중심을 지켜야 할 법조계와 군·경까지 우리 사회 각 분야를 좌파 세력이 장악하거나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 몸을 사리는 지경이 되었다. 좌파의 집요한 진지화 전략과 그것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한 우파의 무개념이 만들어 낸 결과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정책은 좌파 문화·예술인들에게는 ‘내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명분이 되었고 우파 정부에서는 좌파들이 정권을 공격하는 수단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는 사이 문화·예술계는 좌파들의 해방구가 되다시피 하여 온갖 정치적 선동과 왜곡이 난무했다. 국군·경찰·미군은 양민을 학살하고 짓밟는 원흉처럼 묘사하거나 독재 권력의 앞잡이로 묘사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각종 관련법 규정에 위반된다는 지적을 하면 문화·예술에 대해 턱없는 검열을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쳐댄다.
한편 우파라고 자처하는 인사나 관료들은 미술 전시회나 음악회에 가고 책 몇 권 읽는 것이 문화·예술의 전부라고 믿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논쟁에 끼어드는 것은 점잖지 못하다는 태도로 애써 모른 척하기도 한다.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는 사이 사회 각 분야가 온통 좌파 천지가 되었다.
문화·예술을 우리 사회의 이념화 수단으로 삼고 있는 좌파들이 장악하고 있는 기울어진 지형에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겠다’는 선언은 좌파 패거리들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하던 대로 계속하라며 부추기는 북소리나 다름없다. 우파 예술인들에게는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며 낙담하게 만든다.
지원을 하면 그것이 바르게 쓰이는지를 살피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율이라는 명분을 뒤집어쓰고 대한민국을 전복시키려는 좌파 문화·예술이 이대로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외교·경제·국방에 쏟는 관심과 같은 크기로 문화·예술 분야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없어진 대통령실 교문수석 직제를 살리고 책임과 역량 있는 인물을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해 지휘부의 라인업부터 재정비해야 한다. 작전을 지휘할 장수도 없이 문화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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