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3일 미국으로 출국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54일만인 12월 27일 오후 일본에서 삼성그룹 전용기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위임장 작성과 공증이 같은 날짜에 이루어져… 부실공증 의혹
삼성 이건희 회장이 하와이 별장매입 위임장의 공증을 삼성 X파일 사건 당시 참여연대 소속으로 이 회장을 검찰 고발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차병직 변호사에게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보도했다.
안씨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지난 해 12월 23일 하와이 호눌룰루 다이아몬드헤드 인근 나대지 2필지, 0.9에이커(1075평)을 1326만달러에 매입했다. 이 부동산 거래와 관련, 이 회장 측이 하와이 등기소에 제출해 등기한 서류는 나대지 2건의 매입증서 2건과 이 회장의 위임장 등 모두 3건이다. 위임장 관련 서류는 이 회장이 자필 서명한 위임장 및 공증문서 등 모두 7페이지이며,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23일 나대지 매입에 앞서 지난해 12월 6일 위임장을 작성하고 영문으로 서명했다.
위임장에는 “이건희는 홍라희의 남편으로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135-50번지가 주소이며, 서울시 강남구 일원본동 샘터마을아파트 110동○○○○호에 주소지를 둔 박○○의 남편 김병욱과 서울시 서초구 서초4동 아크로비스타아파트 C동 ○○○○호에 주소지를 둔 한○○의 남편 김태진을 하와이 호놀룰루 부동산 2건의 매입대행자로 지명한다”고 기재돼 있고 안씨는 전했다.
이 회장이 이들 두 김씨에게 위임한 업무는 부동산 2건의 매입과 등기 등의 업무이며, 위임장 효력기한은 서명일로부터 12월 31일까지지만 기한전이라도 등기가 끝나면 위임장 효력은 종결된다고 돼 있다. 이 회장은 위임 당사자인 자신이 위임장 공증을 직접 받지 않고 제3자인 김태진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차병직 변호사로부터 공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증증서에는 법무법인 한결의 차 변호사가 12월 6일 서울 종로의 법무법인 한결 사무실에서 ‘특별위임장과 관련, 이건희의 대리인 김태진이 자신의 면전에서 위 본인이 서명한 것임을 확인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와 관련 안씨는 위임장 작성과 공증이 같은 날짜에 이루어지는 것은 가능했는가 하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3일 미국으로 출국해 54일 뒤인 지난해 12월 27일 귀국했다. 따라서 이 위임장 작성 당시인 지난해 12월 6일에는 해외에 체류 중이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차 변호사가 이 회장의 대리인 김씨를 만나 공증한 날짜도 12월 6일, 공증장소는 서울 종로의 법무법인 한결 사무실이라고 공증증서에 기재돼 있어 위임장 작성일자와 동일하다. 이 회장이 미국에서 위임장을 작성한 날, 차 변호사가 서울에서 그 위임장을 가지고 온 김씨를 만나 공증한 셈이지만 한국과 미국의 시차를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안씨의 해석이다.
안씨는 “차 변호사가 반드시 문서내용을 확인할 의무는 없지만 위임장 작성일자는 확인했을 것이고 대리인에 의해 촉탁될 경우, 즉 대리인에 의해 공증요청을 받으면 그 대리 사유와 대리권 증명서류를 받도록 공증인법에 규정돼 있으므로 왜 이 회장을 대신해서 왔는지를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다면 이 위임장 작성일자에 의문을 품었을 법도 한데 공증은 집행됐다.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여건임에도 차 변호사가 같은 날 위임장을 받아 간인까지 찍으면서 공증했음은 부실공증 등 여러 가지 의혹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 변호사, ‘안기부 X파일’ 당시 이 회장 등 검찰 고발한 주역
무엇보다 이 회장의 위임장 공증을 차 변호사가 맡았다는 점이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안씨는 “이 회장의 하와이 별장 매입은 그 성격상 삼성그룹 내에서도 아주 극소수만 알고 재경팀 상무 등에게 극비리에 위임된 일이기 때문에 한때 ‘삼성저격수’로 불렸던 차 변호사에게 별장예정지 지번과 주소까지 상세히 적힌 이 회장의 위임장 공증이 맡겨진 것은 의외의 일로 여겨지고 있다”며 “즉 삼성이라는 기업의 운영에서 발생하는 공증업무가 아니라 로열패밀리의 내밀한 비밀과 관련된 업무가 이 회장을 고발했던 사람에게 맡겨진 것이다”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민권변호사로 알려진 차 변호사는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05년 7월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과 관련해 이건희 삼성회장, 이학수 당시 삼성부회장, 홍석현 당시 주미대사 등을 20여명을 검찰에 고발한 주역이다. 당시 차 변호사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삼성그룹의 여야 정치권에 제공한 불법비자금의 규모와 관련자, 로비의 실체 등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차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22일 삼성언론재단 신임감사로 선임돼 삼성과 대립각을 세우던 지난 삼성X파일 사건 때와는 전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안씨는 “차 변호사는 현재 참여연대 임원은 아니지만 ‘참여연대 20년 20장면’을 2012년 9월부터 2014년 4월까지 20개월간 기고하는 등 외견상으로는 지금도 참여연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없는 이면에서는 차변호사에게 이 회장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알 수 있는 업무가 맡겨졌고, 이는 삼성, 특히 로열패밀리로부터 ‘우리 사람’이라는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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