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항저우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대회. 3000m 계주에서 결승선을 1m 앞두고 승리를 예감한 한국 선수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우승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러나 뒤따라오던 대만 선수가 앞발을 들이민다. 그것도 모르고 한국 선수는 경기장을 돌며 우승 세리머니를 펼친다.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0.01초 차로, 대만 선수가 우승이었다. 찰나에 한국 선수는 군 면제라는 특혜가 날아가고 말았다. 대만 선수는 보름 후 자국 전국체전 100m 경기에서 우승을 예감하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세리머니를 펼쳤으나 뒤이어 쫒아온 다른 선수가 들이민 앞발에 0.03초 차 2위로 밀리고 만다. 순간적으로 희비가 엇갈린 데자뷰였다.
승점 7대 75, 세트스코어 0대 3. 여자배구 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나온 아프가니스탄의 점수다. 홍콩 전에서도 0대 3, 카자흐스탄전에서도 0대 3이었다. 그러나 관중의 환호성은 결승전 이상이었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아프간 여자배구 대표팀의 눈빛은 비장했다. 2년 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집권한 뒤로 여성의 사회생활이 금지됐다. 남성 없이는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 중·고교 여학생들은 집단 퇴학당했고, 저항하던 여자선수는 탈레반에게 살해당했다. 이에 그녀들은 목숨을 걸고 탈출해 유럽에 정착한 후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것이다. 이들은 탈레반으로부터 모두 살해 협박을 받고 있었다.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에서 거행된 아시안게임엔 45개국 1만2500명이 참가해 483개의 금메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한국은 금메달 42개·은메달 59개·동메달 89개로 3위에 올랐다.
1993년 미국 아이오와대 농구팀의 선수 크리스는 한 시즌 34개의 자유투를 성공시킨 전설적 존재였다. 그러나 그는 집으로 가는 길에 끔찍한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2018년 미 대학농구 경기에서 아이오와대 보아논 선수는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천금 같은 자유투를 얻었다. 그도 34개째 자유투 영웅이었다.
‘통·통·통.’ 보아논이 골대를 바라보며 여유를 부렸다. 1초 후면 자유투 35개로 최고 영웅이 탄생할 것이다. 지름 24cm 농구공이 허공을 가르며 지름 45cm 골대를 향해 포물선을 그렸다. 그러나 공은 빗나가 골대에 맞고 만다. 성공할 경우 미 대학농구 역사를 새롭게 장식할 드로잉이었으나 어이없는 실수였다.
그런데 공이 골대를 스치며 빗나가자 보아논은 주먹으로 가슴을 툭툭 치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르켰다. 25년 전에 하늘로 간 크리스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관중석으로 달려가 크리스의 가족을 끌어안았다. 보아논이 말했다. “그 기록은 제 것이 아닙니다. 그 기록은 크리스의 이름으로 남아야 합니다.”
어깨에 기관총을 둘러멘 무장용병들이 눈을 번득였다. 이글거리는 뙤약볕에 웃통을 벗어제낀 16살 템바 고린보는 강제노동과 고문에 시달리며 아프리카 광산에서 다이아몬드를 캐고 있었다. 생계가 어려웠던 템바는 좁쌀만한 다이아몬드를 훔쳐 팔다가 무장용병들에게 들켜 도망친다. 그러나 이들은 사냥개를 풀어 뒤쫓았고 템바는 온몸을 물어뜯긴 채 붙잡히고 만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온몸에 남은 끔찍한 흉터는 템바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희망을 잃은 그는 우여곡절 끝에 격투기 선수가 된다.
10년 후인 2022년, 템바는 UFC 종합격투기에서 승리한 최초의 짐바브웨 선수가 된다. 그가 받은 승리수당은 2만 달러였다. 하지만 며칠 뒤 그의 통장 잔고는 고작 7달러였다. 목숨을 걸고 번 돈을 모두 짐바브웨의 고향으로 보내 물 펌프를 설치한 것이다. 그는 고향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은 체육관 구석진 곳에서 노숙을 했다.
그런 그에게 거구의 한 남자가 찾아왔다. 그 남자는 템바를 낯선 집으로 데려갔다. 수영장과 정원이 딸린 집으로 초대된 템바는 깜짝 놀랐다. 아늑한 거실에 템바의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집은 ‘더락재단’을 설립해 불우한 세계 어린이를 지원하는 슈퍼스타 드웨인 존슨이 템바에게 선물한 저택이었다.
4년 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패러게임에 출전한 시각장애인 유도선수가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굴의 의지로 은메달을 목에 거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러나 은베달의 기쁨은 동료선수들이 시력을 속여 장애인 국가대표 선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유도팀 13명이 경찰수사를 받는 치욕으로 얼룩지고 만다.
9일 아시안게임 최초로 디지털 성화 점화가 거행되었다. 목표 지점을 정확히 찾아가는 AR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무인 셔틀버스 등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인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난 다음 날 저녁 600여 명의 탈북인을 강제 북송한 중국과 대피소에 수류탄을 던지고 간이화장실 칸마다 조준사격을 가해 이스라엘 국민 1300명을 살해한 하마스가 지구촌을 달궜다.
중국과 하마스의 잔인성에 치를 떨어야 할 2023년 가을, 22일 장애인 선수들의 기량을 펼칠 항저우패러게임에서 4년 동안 갈고 닦은 선수들의 최고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도록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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