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 2명 중 1명이 취업 준비 등에 따른 정서적 소진인 ‘번아웃’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7일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청년층 실업 및 임금근로자 지위별 번아웃 현황 및 시사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분석 결과 실업 청년의 번아웃 경험률은 52.7%로 취업 청년 32.4%보다 1.6배 높았다. 구직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 번아웃 경험률은 61.8%까지 높아졌다.
번아웃은 취업 준비나 업무, 학업 등으로 정서적으로 고갈돼 지쳐 있음을 느끼는 상태로 이번 조사는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취업청년의 고용 형태에 따른 차이도 컸다. 임시·일용직 청년의 번아웃 경험률은 41.1%로 상용직 청년 29.6%의 약 1.4배였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정서적 소진을 경험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청년층의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도 과거보다 길어졌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를 보면 임금 일자리 첫 취업 평균 소요기간은 2020년 5월 12.5개월에서 2024년 5월 14개월로 늘었다. 지난해 5월에는 13.5개월을 기록했다. 한경협은 취업 지연과 고용 불안이 청년층의 번아웃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번아웃 원인에서도 실업 여부와 고용 형태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실업 청년의 68.4%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진로 불안’을 꼽았다. 이어 업무·취업준비·학업 등 일에 대한 회의 9.9%, 일과 삶의 불균형 7.1% 순이었다.
임시·일용직 청년도 진로 불안이 57.0%로 절반을 넘었다. 일 과중이 13.6%, 일에 대한 회의가 12.1%로 뒤를 이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적인 상용직 청년은 일 과중이 23.2%로 가장 높았고 진로 불안 20.5%, 일에 대한 회의 19.9% 순으로 응답이 분산됐다.
실업 상태에서는 ‘일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자체가 청년층의 정서적 소진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진로 불안으로 번아웃을 경험한 실업 청년에게 취업 준비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물은 결과 취업 준비 비용 지원이 36.3%로 가장 많았다. 직업훈련 23.3%, 고용 상담 서비스 20.5%, 어학 교육 10.6% 등이 뒤를 이었다.
임시·일용직 청년도 취업 준비 비용 지원이 22.6%로 가장 높았고 고용 상담 서비스 20.3%, 직업훈련 20.0%, 어학 교육 18.9% 순이었다.
한경협은 청년층의 진로 불안을 낮추기 위해 단순한 소득 보전보다 직업훈련과 취업 상담, 직업소개 등 일자리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국내 직업훈련이 현장과 충분히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24년 한국의 전체 직업훈련 지출 가운데 교육기관 등을 통한 ‘기관 직업훈련’ 비중은 8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평균 67.4%를 웃돌았다.
반면 기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현장 직업훈련’ 비중은 1.5%에 그쳐 OECD 평균 11.7%의 8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GDP 대비 직업훈련 지출 규모도 한국은 0.07%로 OECD 32개국 평균 0.11%보다 낮았다.
한경협은 정부 일자리 사업 가운데 성과가 낮은 부문의 재원을 기업 현장훈련으로 전환하고 훈련을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비용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기 구직이나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진로 불안이 큰 청년을 조기에 찾아 전문 심리상담과 연계하는 맞춤형 고용서비스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청년층의 높은 정책 수요를 고려해 취업 준비 비용 지원과 고용 상담 등 고용서비스의 접근성과 실효성을 높여 청년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직업훈련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기업 현장 훈련 지원을 강화해 직업훈련의 현장 연계성을 높이는 등 양적·질적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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