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8월 1일부터 25일까지의 평균기온은 31.6도였다.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이 계속 지속된 것이다. 지금도 회자되는 1994년의 여름은 역사상 최악의 더위로 기록됐다. 적어도 올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의 평균기온은 34.34도였다. 1994년보다 1.74도 높은 수치다. 22년 전보다 에어컨 보급률은 높아졌지만 시민들이 선뜻 틀기엔 부담이 컸다. 전기료 누진제 때문이었다. 집집마다 속속 ‘전기료 폭탄 고지서’를 받아들고 있는 지금까지도 누진제 논란은 진행형이다. 더욱이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더 많은 전력이 쓰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전력공사(이하·한전)를 향한 누진제 폐지 요구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는 비단 올 해만의 일은 아니었다. 해마다 비슷한 논란이 제기돼왔지만 그때마다 한전은 묵묵부답으로 버텼다. 공기업 한전은 현재 국내 전기 공급 독점권을 갖고 있다.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들이 민간이라며 그 기업들이 발전한 전기를 사들여 공급하는 ‘그들만의 거래방식’이다. 이는 한전이 국민적 원성을 무서워하지 않는 꼼수이기도 하다. 스카이데일리가 창간5주년 기획 ‘권력형 공기업 인맥’ 그 세 번째로 독점의 대명사 한전의 권력구도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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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법 상 공기업 임원은 업무수행에 필요한 학식과 경험을 갖춘 능력 있는 인사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전(사진·나주본사)과 그 자회사들에게는 이 법이 유명무실하다. 경제부처 고위공무원 출신 인사들부터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이 임원으로 곳곳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은 계속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한전이 100% 지분을 보유한 6개 자회사의 임원진들 중 상당수가 정부와 정치권 발(發) 낙하산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전을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동서발전의 경우 낙하산 사장이 임명돼 있었으며 이 밖에도 감사, 상임감사위원, 사외이사 등 명목의 낙하산들도 다수 발견됐다. 각 인사들의 임명에 맞춰 혹은 국정감사가 실시될 때마다 지적은 계속됐으나 한전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관피아’ 온상 한국전력…前 경찰청장, 낙선한 前 국회의원 등 감사 선발
한전은 지난 4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성한 전 경찰청장과 조전혁 전 의원을 각각 상임감사위원, 비상임감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 전 의원의 경우 재선임이었다.
한전 외부에서는 전력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여론이 들끓었지만 임명은 강행됐다. 상임감사와 비상임감사위원은 한전으로 추천을 받은 뒤 기획재정부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 감사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을 갖춘 이’를 임명해야 한다는 것에 비춰봤을 때 이들 두 사람이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것이 한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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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디자인=고윤석] ⓒ스카이데일리 |
조전혁 비상임이사는 2007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과 18대 국회의원(당시 한나라당)을 역임한 인사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인천 남동을에 출마했다가 낙마했다. 낙마 후 곧바로 한전에 재선임 된 셈이다.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이강희 전 의원도 전문성 논란 등이 일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인사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적을 바꿔가며 국회의원에 도전했던 그는 13대, 15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이 같은 점들 때문에 두 비상임이사의 선임 배경에 여권 측 인사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문성 논란은 조환익 사장 선임 당시에도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012년 선임된 조 사장은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후 산업자원부 차관까지 등용됐다. 이후 한국수출보험공사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사장을 역임했다.
공직생활 중 무역·통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았던 조 사장도 앞선 두 공기업 사장 임명 당시 ‘경영능력’ 측면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재직시절 부실 보증심사로 조단위 손실에 대한 책임론이 일기도 했다.
자연히 한전 사장직에 그가 낙점됐을 때 전력분야에 대한 전문성논란과 더불어 앞서 불거진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다. 결국 산업자원부 출신 ‘관피아’라는 멍애를 진 채 현재까지 한전 사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 한국수력원자력(사진·경주본사)를 비롯한 한전의 6개 발전 자회사들 역시 임원진들 중 다수가 낙하산으로 분류된다. 그 중 한수원은 총 4명의 인사가 낙하산으로 분류돼 한전 발전계열사들 중 가장 많은 낙하산 임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한국중부발전(3명)이 뒤를 이었다 ⓒ스카이데일리
6대 발전자회사 곳곳도 낙하산 인사들 투성이…공무원·여당 출신 압도적
한전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 등 6개 자회사 임원진들 중 상당수도 발전업무와 무관한 정부 관료 및 정치권 낙하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진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기획재정부 대변인과 사회예산심의관 출신이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지역발전기획단장으로 파견된 바 있어 관료와 친정권적인 성향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인사로 꼽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행정부·사법부 출신 임원이 포진했다. 업무 유관성 등을 이유로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던 인물들이다.
조석 사장은 1981년 행정고시를 통해 임용된 후 2011년 12월 지식경제부 제2차관까지 오른 관료 출신이다. 2013년 3월 차관직에서 물러난 지 6개월 만에 한수원 사장에 발탁됐다. 위재민 상임감사위원은 전주지검 정읍지청장, 광주지검 부장검사,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등을 역임했다.
사외이사 중에는 친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포진했다. 조정제 이사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외협력특보를 지낸 인물이다. 류승규 이사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사회·노동분야 정책을 담당하는 선진비전 제4본부장 출신이다.
한국남동발전 최상화 상임감사위원도 친박계로 분류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절 취임준비위원회 실무추진단 단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2013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대통령비서실 춘추관장을 지낸 인물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한국중부발전 역시 관료·정치권 출신 인사가 포진됐다. 사외이사진들 중 진홍 이사는 지식경제부 출신이며 MB정부 시절에는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재직한 바 있다. 김종학 사외이사와 오정섭 이사 역시 각각 15대 국회의원(자민련), 새누리당 공주당협위원장 등을 맡은 정치권 인사다.
한국서부발전 박대성 상임감사와 한국남부발전 임정덕 감사 모두 각각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새누리당 정책개발본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논란 속 계속되는 낙하산그룹 ‘한전그룹’…“독점적 전력공급 막강권력”
한전은 전력유통사다.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 소비자에 전기를 공급하는 형태를 띄지만 발전자회사들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기를 판매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발전부터 공급까지 독점하고 있는 거대 권력기업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독점적 전기 공급의 권력이 있었기에 끊임없는 논란 속에서도 낙하산 인사가 자행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누진제 논란과 같이 소비자들에 전기요금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보를 거듭하는 것이란 비판여론도 적지 않다.
지난 4월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계열사 수는 27개, 자산총액 208조3000억원 등을 기록했다. 자산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12조원 상승한 수치며 기업집단 전체 매출액은 94조7400억원이었으며 순이익은 14조6530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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