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얼마 전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방만한 경영행태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그 중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바로 기부금 문제였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올해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에 8000만원을 기부했다. 그 외에 다른 단체들에 대한 기부금이 100~500만원 사이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큰 액수였다. 최근 현 정권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K스포츠·미르재단 등에 대한 거액의 기부금 문제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도로공사의 거액 기부금 관련 문제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김 사장이 취임 초기부터 줄곧 낙하산 인사로 분류돼 온 점은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김 사장은 과거 한 때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될 만큼 현 정권과의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다. 스카이데일리 창간 5주년 기획 ‘권력형 공기업 인맥’ 마지막 순서로 권력형 비리인사의 온상으로 지목 된 한국도로공사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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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공기업 중 하나인 한국도로공사(사진, 김천 본사사옥)가 ‘낙하산 천국’으로 불리고 있다. 정권과 관련있는 인사들이 주요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장인 김학송 사장부터가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최근 한국도로공사(이하·도로공사)는 ‘낙하산 천국’라는 오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 정권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물들이 도로공사 사장 및 계열사들의 주요직을 한 자리씩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퇴직자에 대한 전관예우 관행 역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퇴직한 임직원이 도로공사와 관련된 기관에 재취업하는 것은 예삿일에 가까웠다. 퇴직자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도 포착됐다.
김학송 사장, 공천 배제 상황에도 친박 행보 굳건해 ‘선심성 낙하산 인사’ 논란
한국도로공사 및 정치권,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를 둘러싼 낙하산 인사 논란은 수장인 김학송 사장에서부터 불거져 나왔다. 김 사장 선임은 전형적인 ‘코드인사’라는 지적이 많다. 이력이나 성향 등을 볼 때 현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는 2000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지난 2008년 3선에 성공하며 중진 국회의원으로 자리매김했다. 3선 국회의원으로서 마지막 임기를 마친 지 약 1년 6개월 후인 2013년 말 그는 도로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김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줄곧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도로공사의 주요 업무와는 직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그의 이력은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실제로 그는 오랜 기간 정치권에 몸담아 온 ‘프로 정치인’이며, 대학 전공 역시 정치외교학이었다.
김 사장은 정치인 시절부터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거론돼 왔다. 그는 2000년 정치에 처음 입문한 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내 ‘475모임’이란 친목단체에서 활동했다. 40대, 1970년대 학번, 1950년대에 태어난 초선의원들의 모임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당대표를 역임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모임의 고문을 맡았다.
김 사장을 포함한 ‘475모임’ 멤버들은 박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를 맞을 때마다 조력자 역할을 자처했다. 당시 박 대표가 이회창 총재의 1인 지배체제에 맞설 때 힘을 보탰고, 2002년 2월 박 대표가 탈당하자 복당을 강력 권유해 마음을 움직였다.
2012년 실시된 19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 공천에서 배제되며 잠시나마 박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공천 탈락 후에도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오르기 직전까지 지근거리에서 물심양면 도왔다. 19대 총선 이듬해인 2013년 박 대통령은 18대 대통령에 올랐고, 그 해 말 김 사장은 도로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일부 진보시민단체들은 ‘공천 배제에 따른 선심성 인사’라는 비판 섞인 시선을 보냈다.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도로공사의 행보는 김 사장이 ‘친박 낙하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주고 있다는 시선이 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2016년 기부금 2억28000만원 중 35%인 8000만원을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에 기부했다. 또 지난해 직원들 명함에는 박정희 서체를 새겨 넣으라고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임이사 8명 중 非낙하산은 단 한명…대부분은 권력 측근 인사들로 가득
친박계 인사가 지휘봉을 갖고 있는 도로공사는 주요 임원진 중 상당수가 정치권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비상임이사 자리는 8명 중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치권에 몸담았거나 긴밀한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 꿰 차고 있다. 비상임 이사는 일상적인 업무에 종사하지 않으며,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을 처리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한국도로공사 및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유병곤 이사는 박 대통령과의 공통분모를 다수 보유한 인물이다. 서강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동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했다. 서강대는 박 대통령의 모교다. 그는 또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경선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는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위원직을 맡기도 했다.
오문성 이사는 박 대통령과 같은 서강대 출신이다.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국세청에서 오랜 기간 몸담아 온 세무 전문가다. 오 이사는 특히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 감사로 활동하며, 각종 연구자료를 발표해 왔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일명 ‘그림자 내각’으로 불리는 곳으로, 박근혜 정부가 내각을 구성할 당시 국가미래연구원 출신들이 대거 등용된 바 있다.
▲ 자료: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 시스템,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박재식·오창근 이사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민주평통)와 관련이 있다. 민주평통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대통령이 위촉하는 자문위원은 지역주민이 선출한 지역대표와 정당·직능단체 및 주요 사회단체 등의 직능대표 및 재외동포 대표들로 구성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출신인 박 이사는 민주평통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다. 영남고 출신인 오창근 이사는 예천경찰서장, 민주평통 예천군 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김항술 이사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인연이 있다. 그는 새누리당 전북도당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올해 4.13 총선을 앞두고 전북도민들에게 새누리당의 지지를 호소했다. 박찬우 이사는 선진화시민행동의 사무총장으로 활동한 이력을 지녔다. 선진화시민행동은 보수단체인 선진화국민회의가 대중단체로 변한 시민단체다. 친박 인사로 유명한 서경석 목사가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유영준 이사는 청와대 경호실에서 일한 경력을 지녔다.
도로공사의 출자회사인 한국건설관리공사 역시 현 정권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인물이 수장을 맡고 있다. 한국건설관리공사 수장 자리는 새누리당 출신 인물인 김원덕 사장이 꿰차고 있다. 김 사장은 새누리당 중앙당 부대변인 출신으로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새누리당 강원도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출연재단, 출자기업, 용역업체 곳곳 퇴직임원 내려 앉아…‘도 넘은 전관예우’ 눈총
정치권 및 진보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 퇴직자 챙기기 논란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 같은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퇴직한 도로공사 임직원들이 계열사나 하청업체로 자리를 옮겨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는 부정청탁,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부작용을 낳아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이 같은 상황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우선 행복의길장학재단이 65%의 지분(3월 말 기준)을 보유하고 있는 전자카드 제조업체 ‘길사랑장학사업단’에는 도로공사 출신들이 요직에 앉아있다.
▲ 김학송 사장(사진)이 이끌고 있는 도로공사는 최근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에 거액의 기부를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이 복지단체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길사랑장학사업단은 고속도로 교통사고 희생자 가족을 위한 장학금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행복의길 장학재단에서 출자한 회사다. 매년 이익금을 행복의길 장학재단에 배당 및 기부하고 있다. 차량용 가스 및 하이패스 판매, 편의점 운영 등의 사업을 실시 중이다.
길사랑장학사업단을 이끄는 박권제 사장은 도로공사 부사장 출신으로, 전형적인 도피아(도로공사+마피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도성환 감사 역시 도로공사 경기지역본부 수원지사 서수원평택팀 팀장을 역임한 이력을 지녔다.
도로공사가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부산울산고속도로 역시 도로공사 퇴직임원이 사장자리를 꿰차고 있다. 김낙주 부산울산고속도로 사장은 도로공사 건설본부장 출신이다. 부산울산고속도로는 개통 3년 만인 2012부터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을 만큼 재정건전성이 좋지 않아 대표이사의 책임론이 지속적으로 불거져 나오고 있다.
도로공사의 퇴직자들 챙기기는 단순히 재취업으로만 끝나지 않아 큰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퇴직자 관련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다. 올해 국감에서도 도로공사는 퇴직자 관련 기업 챙기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일례로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도로공사로부터 설계용역을 수주한 41개사 중 93%에 해당하는 38개사가 퇴직자가 근무하는 회사였다. 설계를 독식하고 있는 이들 38개 회사에서 재직 중인 도로공사 퇴직자는 총 65명이다. 전체 사업비 1160억원 가운데 38개사가 수주한 금액은 1040억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업계에서 도로공사 퇴직자를 모셔오지 않으면 도로공사에서 발주하는 용역을 수주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며 “이런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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