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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유통대기업 전통시장 상생 르포
당진 어시장 간 재벌 정용진 ‘서민코드’ 입었다
면세점 목적 ‘속다른 의심’ 정면돌파…품목 겹치기 피해 집객 시너지 기대
김도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6-11-02 14:13:25
우리 경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10% 안팎의 고성장을 이어가던 때가 있었다. 어제보다는 내일, 지난달보다 내달이 되면 더욱 살기가 좋아지던 시절이었다. 지난해보다 나아진 살림살이에 내년은 더욱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들떴던 국민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은 1997년 IMF사태였다. 하지만 이 마저도 잘 극복한 뒤 또다시 성장을 이어갔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점차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제순위 수위권에 진입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재벌가가 직접 빵집·카페·식당 등을 차렸고 기업도 전략적으로 골목에 모여들었다. 같은 상권에 위치한 대기업의 질·분위기 좋은 가게로 사람들이 몰렸고 기존의 골목상인들은 뿔이 났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지난 2010년 12월 31일 서울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동반성장위원회가 설립했다. 동반위는 관련법 등에 의거해 매년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을 선정하고 대기업들의 해당 사업 진출 및 운용에 있어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상생을 위한 조치였다. 전통·재래시장 입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상대는 유통대기업의 대형마트다. 가격·입지·편리성·주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통시장을 앞서기 때문이다. 최근 껄끄러울 것만 같은 유통사와 전통시장 간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기업이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대기업이 제시한 상생방안과 이를 둘러싼 현장의 반응 및 각계의 지적 등을 현장에서 진단해봤다.

 ▲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지난달 제12회 전국우수시장 박람회서 민간기업 최초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지난 8월 말 문을 연 충남 당진어시장 2층 노브랜드 매장(사진)이 주효했다. 전통시장 건물에 이마트 브랜드관이 입점함으로써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 새로운 상생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카이데일리

[충남 당진 = 김도현 기자] 최근 유통 대기업에서는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움직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당진어시장 2층에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을 입점 시켰다. 이를 인정받아 지난달에는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된 제12회 전국우수시장 박람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상을 민간 기업이 받은 것은 최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9월 29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열린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중 유일하게 전통시장을 지원한 바 있다. 전국 15개 백화점 점포 주변 11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다양한 홍보활동에 나선 것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 9월 상생 업무협약을 체결한 중곡제일시장을 중심으로 적극 지원에 나서는 분위기다. 워커힐호텔이 유치한 중국인관광객 500여명을 대동하고 지난 10일 시장을 찾아 한국문화 체험행사를 진행하는 등 시장 활성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업계는 최근 유통가에서 빈번한 전통시장지원을 두고 내달 13일로 예정된 신규 서울 시내 면세 특허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총 3장이 걸린 이번 입찰에 응찰한 업체들은 총 5곳이다. 앞서 언급한 신세계·현대백화점·SK네트웍스 등을 비롯해 롯데와 HDC신라 등이다.
 
 ▲ 갈등의 두 축이었던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상생모델을 제시한 당진어시장(사진)은 시장건물 신축 후부터 약 2년여 간 2층은 비워진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현재 이곳에는 노브랜드를 비롯해 ‘신세계 이마트 희망 장난감 도서관’이 들어서 있으며 푸드코트가 입점을 준비 중이다 ⓒ스카이데일리

전통시장·대형마트 新 활로모색…가격파괴 노란혁명 어시장 동반상생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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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5일장이 열린 지난달 31일 갑자기 궂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장을 찾았다. 그야말로 ‘장날’이었다. 거리를 메운 좌판에는 각종 생필품, 농수산물 등이 팔리고 있었다. 옛날통닭·떡갈비 등 다채로운 먹거리 장터도 동시에 열렸다.
 
장이 열린 시장 옆 도로에 비해 정작 시장 내부는 썰렁한 모습이었다. 당진시장 측 상인에 따르면 시장운영은 연중 상시 이어가지만 시장 앞 도로에서 열리는 5일장은 이름 그대로 매달 1·6일에 맞춰 열린다고 했다.
 
오픈돼 있는 시장과 다르게 어시장은 건물 내부에 밀집돼 있었다. 이곳 역시 5일장의 여파로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40년 넘게 장사를 이어왔다는 최기목(78·여) 씨는 신식 개량화된 이후 어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졌다고 전했다.
 
최 씨는 “2년 전 어시장이 오픈돼 있는 일반 시장과 달리 건물 내부로 들어오면서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며 “5일장이면 매대를 버리고 물건을 들고 좌판으로 나가 장사를 할 정도다”고 전할 정도였다.
 
실제 어시장 내부는 유독 한산한 모습이었다. 매대 곳곳은 주인들조차 자리를 비운 채 덩그러니 남겨진 상태였다. 최 씨 매대 인근에서 건어물을 파는 한 상인은 “장날이 되면 외지인들까지 와 장사를 하는데 정작 당진사람들인 우리는 가게 속에 갇혀 고립된 듯하다”고 하소연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듯 적막했던 이곳에 한 모녀가 등장했다. 2층에서 내려온 이들 중 딸의 손에는 노란색 플라스틱 원통이 들려 있었다. 노브랜드 버터링쿠키였다. 송악면에 거주한다는 박인선(46·여) 씨는 “장날에 맞춰 딸아이와 구경 왔다가 노브랜드 매장이 있어 구경 오게 돼 과자 한 통을 구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건축 단계부터 대형 슈퍼마켓 입점을 고려했으나 어시장 신축 후부터 2년여 간 비워진 채 방치됐던 2층은 현재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과 ‘신세계 이마트 희망 장난감 도서관’이 위치했다. 한 쪽에는 푸트코트 공사가 진행 되고 있었다.
 

 ▲ 시장 상인들은 건물 신축 후 실내에 매대를 설치하면서부터 매출이 급감했다고 입을 모은다. 당진장(1·6일)이 섰던 지난달 31일 어시장 앞은 붐볐으나 내부(사진 위)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상인들은 매대를 버리고 거리로 나서 장사를 이어가는 모습(아래)이었다 ⓒ스카이데일리

노브랜드 매장에는 몇몇 방문객들이 물건을 둘러보고 있었으며 도서관에는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과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와 함께 방문했다는 주부 박미정(26·여) 씨는 “한 곳에서 장도 보고 아이들 놀이시설에 방문할 수 있어 긍적적으로 생각한다”며 신세계가 신설한 시설 등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상인은 “지난 8월 말께 해당 시설이 생긴 후 방문객이 예전보다 늘었지만 직접적인 매출 상승효과로 아직 나타난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반응이 좋다는 점에서 악화된 시장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잇단 유통재벌의 전통시장 지원…“고민 없는 1회성 후원” 실효성 논란도 제기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마트의 당진어시장과의 상생정책은 업계 안팎의 호응을 얻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난제로 꼽혔던 대형마트와 전통시장과의 상생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용산역 아이파크몰 지하에 위치한 이마트의 경우 다른 곳들과 달리 전자기기 등을 판매하지 않는다”며 “몰에 전자상가가 자리했기 때문인데 이처럼 각 지방의 전통시장과 서로 판매 품목을 달리해 대형마트 혹은 관련 브랜드 매장들이 동시에 입점하는 구조를 통해 상생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춰 상생정책을 펼친 앞선 사례와 다른 경우도 있다. 지원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효성 없는 일방적인 지원을 비판하는 목소리 또한 있다.
 
현대백화점은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에 맞춰 전국 15개 백화점 점포 주변 11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활동에 나섰다.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중 유일하게 전통시장을 지원한 업체로 홍보됐으나 정작 지원을 받은 시장 측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은 이번 행사 기간에 맞춰 서울 구로구 구로시장과 남구로시장에 각각 쇼핑카트 50대를 지원했다. 대당 7만원씩 700만원 상당의 지원이었다. 최근 한 주간 스카이데일리가 이곳 시장 두 곳의 카트사용을 점검한 결과 이용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남구로시장은 상인회 건물 인근에 카트를 비치해 둔 상태다. 카트는 새 것이었으나 먼지가 다소 쌓여있을 만큼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카트 손잡이에는 ‘전통시장의 성공을 기원합니다’고 적혀 있었다.
 
상인회 측은 카트가 진열된 곳 인근에 ‘사용 후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세요. CCTV가 24시간 감시 중입니다’는 현수막을 붙여 놨으나 이용이 사실 상 전무한 상태서 절도를 걱정하는 것 같아 무색해 보일 정도였다.
 
 ▲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은 9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개최된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을 맞아 인근 구로시장·남구로시장에 각각 카트 50대씩을 기증했다. 남구로시장의 경우 도난을 우려하는 모습(사진 왼쪽)을 보였으나 이용객은 사실 상 전무했다. 구로시장의 경우 카트를 비치할 곳을 찾지 못해 3~5대씩 분산시켜 끈으로 묶어놓은 상태(오른쪽 위)다. 기증된 카트 손잡이에는 ‘전통시장의 성공을 기원합니다’라는 문구(아래)가 쓰여 있다. ⓒ스카이데일리

실제 상인들 역시 카트를 끌고 오는 이를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정수성(48·남) 씨는 “보통 이곳에 오는 방문객들은 바퀴가 두 개 달린 장바구니를 들고 오기 마련이다”면서 “아무래도 마트도 아닌 시장에서 큰 카트를 이용하는 것이 어색할뿐더러 이용에도 불편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구로시장의 경우 카트를 비치할 공간이 없어 시장 곳곳에 카트 3~5대씩을 끈으로 묶어 비치하는 수준이었다. 이용객이 끈을 풀고 장을 본 후 제자리로 찾아가 다시 카트가 세워진 곳에 묶어둬야 할 판이었다.
 
이곳 시장 상인회는 “어느 날 갑자기 현대백화점 측으로부터 지원하고 싶다는 연락과 함께 카트가 설치되게 된 것이다”면서 “현대화작업을 거쳐 바닥면이 비교적 평평해 져 카트를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는 편이지만 이용률은 극히 적은 편”이라고 전했다.
 
면세점 ‘상생점수’ 노린 기획 상생…“1회성 아닌 진정한 협력 제시할 때”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내달 13일 개최되는 면세점 사업권 획득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현재 관세청은 응찰한 5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심사는 크게 다섯 가지 분야 총 1000점 만점으로 이뤄진다. ▲운영인의 경영능력 300점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 250점 ▲관광인프라 등 주변환경요소 150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정도 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 150점 등이다.
 
이 중 기업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총 300점이 배점된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정도와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미 면세점 운영 특허를 보유했거나 장기간 면세점을 운영한 전례가 있는 업체들 간 경쟁이라는 점에서 대다수가 강남 등 비슷한 입지를 택했단 점에서 결국 상생이 면세 특허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해석이다.
 
 ▲ 자료: 관세청 ⓒ스카이데일리

실제 또 다른 경쟁업체인 롯데와 HDC신라 등의 경우도 전통시장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각종 지원 정책을 펼치는 상황이다. 롯데의 경우 제주·경주 등에 각종 후원금을 지원하면서 릴레이기부에 나선 상황이며 HDC신라의 경우 지난달 초 용산전자상가 활성화를 위한 축제를 개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단순히 이권 획득을 위한 1회성 지원이 아닌 서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한다. 마구잡이식 후원이나 1회성 이벤트 개최 대신 유통대기업들과 지역 전통시장 등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당국 관계자는 “이마트와 당진어시장 간 상생협력은 새로운 상생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할만하다”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대기업이라면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는 것뿐 아니라 국민들의 생계를 함께 고민할 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의무도 있는 것 아니겠냐”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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