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재계 전체에 불안감이 드리우고 있다. 대부분의 권력형 비리 사건처럼 이번 사건 역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줄’ 역할을 하게 된 기업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기린아로 불리는 부영그룹은 최순실 사태의 직격탄을 맞는 기업 중 하나다. 부영그룹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이중근 회장이 직접 만나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80억원 추가지원과 국세청 세무조사 편의를 맞바꾸려 한 것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 이 회장은 안 전 수석의 제안에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며 “대신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으니 이 부분을 도와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이들의 합의는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공교롭게도 부영그룹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4월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해당 사실이 알려진 후 엄밀히 따지면 부영그룹은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청탁을 시도하려 한 정황 때문에 대중의 지지를 받진 못했다. 주목되는 것은 이중근 회장은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수조원 규모의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매입했다는 점이다. 부동산 재벌로 익히 알려진 부영그룹의 남다른 부동산 사랑은 “부동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이 회장의 평소 철학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는 평판이 나왔다. 그런데 부영그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후계구도와 연관 짓는 시각이 적지 않아 그 배경을 궁금해 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부영그룹이 매입한 부동산 현황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
▲ 최근 부영그룹의 공격적인 부동산 매입에 대한 배경으로 후계구도와의 연관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최근 매입한 축구장 187배 크기의 남양주촬영소(사진)는 그동안 부영이 매입해 온 부동산들의 성격과 달라 시선을 모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부영그룹이 거액의 부동산 매입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그 목적이 후계구도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그룹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매입한 부동산들의 면면을 보면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중근 회장의 자녀들과 관련성이 있다는 게 재계 일각의 시각이다. 특히 이 회장의 세 아들들을 주축으로 한 분리경영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16일 재계 및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부인 나길순 씨와 슬하에 3남 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3명의 아들들은 모두 부영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남은 부영 부사장을, 삼남은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을 맡고 있다.
차남은 과거 부영파이낸스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으나 유학길에 오르며 회사경영에서 한 발 물러났었다. 그러나 올해 초 골프장 사업을 하고 있는 천원종합개발의 관리인으로 임명됐다. 부영그룹이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천원종합개발을 인수했고, 아직까지 법정관리가 해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관리인이 대표이사 권한을 갖고 있다.
남양주촬영소 1100억 매입 “영화감독 출신에 부영엔터 대표 막내아들 염두” 분분
부영그룹 및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몇 차례의 부동산 매입 행보 때문에 부영그룹의 후계구도가 재조명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4월 대규모 골프장 부지를 보유한 천원종합개발 및 지난달 이뤄진 남양주종합촬영소 매입 등이다. 특히 남양주종합촬영소의 경우 그동안 매입해 온 부동산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남양주종합촬영소는 지난 2014년부터 수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매입의사를 밝힌 주체가 없어 소유주인 영화진흥위원회의 골칫거리로 불렸다. 부산지역에 새로운 촬영소 건립을 준비하고 있는 영진위 입장에서는 남양주종합촬영소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올해도 부영그룹이 매입하기 전 이미 2차례나 매각이 무산됐었다.
▲ 이성한(사진)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부영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재계에서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영화감독 출신이라는 이력을 지닌 막내 아들을 위해 남양주종합촬영소를 산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영그룹은 이러한 영진위의 고민을 깔끔하게 해소해 줬다. 공개매각에 참여해 1100억원이나 되는 돈을 주고 남양주종합촬영소를 사들였다. 부영은 그동안 임대사업을 위한 부동산을 주로 매입했다는 점에서 당시 부영의 결정은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부영그룹 안팎에서는 남양주종합촬영소 매입 배경을 궁금해 하는 여론이 높게 일었다. 축구장 187개를 합쳐 놓은 대규모 부지인 만큼 이미 갖춰진 시설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헐고 임대주택을 짓기에는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의 막내아들이자 한 때 부영그룹의 유력 후계자로 꼽혔던 이성한 대표를 염두한 결정이라는 주장은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이 대표가 바로 ‘영화감독’ 출신 이라는 이력을 지닌 데다 지금도 부영그룹 내 엔터계열사인 부영엔터테인먼트의 경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부영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부친인 이중근 회장이 유독 아끼는 아들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이 회장이 그룹 주력사업과는 거리가 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여러 차례에 걸쳐 지원을 단행한 게 그 이유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영화감독 출신인 이 대표의 전문 분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이중근 회장의 부인 나길순 여사가 최대주주에 올라 있던 대화기건은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다 결국 자본잠식에 빠진 부영엔터테인먼트 지분 100%를 이 대표로부터 매입해줬다. 표면적으로는 무상양도였지만 사실상 빚을 대신 떠안아준 것과 다름없는 거래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화기건은 부영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합병한 뒤 사명을 소멸 법인명인 부영엔터테인먼트로 변경했다. 당시 그룹 안팎에서는 부실계열사가 알짜계열사로 재탄생한 셈이라는 비아냥이 적지 않았다. 그 후 나 여사는 나머지 지분들의 주식까지 매입하면서 부영엔터테인먼트를 100%로 개인소유로 만들었다. 실질적인 경영은 줄곧 이 대표가 맡았다.
770억 들여 경기도 안성 골프장 인수, 운영사 관리인에 차남 오르자 ‘설왕설래’

▲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6년 8월 31일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후계구도를 염두한 부동산 매입으로 평가된 사례는 또 있다. 재계 등에 따르면 부영그룹은 올해 초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18홀 회원제 골프장 ‘마에스트로컨트리클럽(마에스트로CC)’을 보유한 천원종합개발을 인수했다. 인수가는 770억원이었다.
그로부터 8일 후 천원종합개발의 관리인이 변경됐다. 신임 관리인은 이중근 회장의 차남 이성욱 씨였다. 천원종합개발은 아직까지 법정관리가 해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관리인이 대표이사 권한을 갖고 있다.
그동안 부영대부파이낸스 기타비상무이사로 등기돼 있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었던 이 씨의 등장에 주변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중근 회장의 세 아들 모두 그룹 경영에 참여하게 된 만큼 부영그룹의 경영승계 작업이 닻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게 일었다.
장남 주력사업, 차남 레저, 삼남 엔터 등 형제 간 분리경영 가능성 ‘솔솔’

▲ ⓒ스카이데일리
재계 및 부영그룹 등에 따르면 얼마 전부터 부영그룹 후계구도와 관련, 이중근 회장의 아들들 간에 분리경영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몇 차례의 부동산 매입 행보로 주력 사업 외 나머지 사업에도 무게감이 실리면서 각 사업 부문별로 각자가 맡게 될 역할이 더욱 명확해 졌기 때문이다.
현재 이중근 회장의 장남은 그룹 경영전반을, 차남은 골프장 사업을, 삼남은 엔터사업을 각각 맡고 있다. 부영그룹의 사업도 크게 부동산·레저·엔터로 구분돼 있다. 각 사업 부문 별 분리경영 가능성이 나오는 배경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부영그룹의 부동산 행보를 보면 기존 주력 사업 외에 나머지 레저·엔터 사업 쪽에 무게를 싣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결국 사업 분야가 크게 3가지로 나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중근 회장의 세 아들이 각각의 사업 분야에 포진해 있어 분리 경영 가능성이 상당한 신빙성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부영그룹은 후계 승계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남양주종합촬영소는 주변 경관이 뛰어나고 부지가 좋기 때문에 매입하게 된 것이지 어떤 특정 목적을 염두에 두고 산 것이 아니다”며 “아직 촬영소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서도 정해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천원종합개발의 관리인으로 (차남이)선임된 것을 놓고 후계경영을 거론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부영이 재계 서열이 높은 큰 기업인데 작은 계열사 하나를 맡은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구 삼성생명·삼성화재 빌딩·포스코건설 등 불과 1년여 사이 2조원 대 부동산 쇼핑행진
▲ 최근 1년 간 부영그룹이 매입한 부동산 규모만 해도 2조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매번 수천억원씩을 투입해 가며 대기업의 사옥까지 연이어 매입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왼쪽부터 전 삼성생명, 포스코건설, 삼성화재 사옥 ⓒ스카이데일리
최근 몇 년 동안 부영그룹이 보인 공격적인 부동산 매입행보도 새삼 화재다. 일각에서는 ‘이중근 회장의 수조원대 부동산 쇼핑’이라는 이야기까지 회자될 정도다.
부동산업계 및 부영그룹 등에 따르면 남양주종합촬영소, 천원종합개발 등을 포함 지난해 10월부터 약 1년여 간 부영그룹이 부동산 매입을 위해 들인 돈만 무려 2조원에 육박한다. 주택임대뿐만 아니라 부동산 업계에서도 ‘큰 손’으로 부상한 것이다.
부영그룹은 지난해 10월 구 대우자동차 판매 부지인 송도유원지 일대를 3150억원에 매입했다. 부영그룹 측은 7200억원을 투입해 해당 부지 일부에 2020년까지 도심형 복합테마파크인 ‘부영송도테마파크’를, 나머지 부지에는 아파트를 각각 건립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매입 행보는 올해 들어 본격화 됐다. 올해 1월에는 삼성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구 삼성생명 본관인 태평빌딩을 5750억원에 매입해 재계를 놀라게 했다. 4월에는 강원도 태백시에 위치한 오투리조트의 운영법인 ‘오투리조트’를 800억원에 사들였다. 같은 달 태백시가 매각공고를 낸 구 KBS태백방송국 부지도 133억원에 낙찰 받았다.
5월에는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더클래식CC&리조트의 운영법인인 ‘호원’을 384억원에 매입했다. 9월에는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화재 빌딩을 4390억원에 사들였다. 또 지난 8일에는 인천관역시 송도구에 위치한 포스코이앤씨타워를 3000억원에 매입을 결정한 후 이달 초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