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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원기 선수(종합격투기 MMA스토리)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냉혹한 싸움꾼입니다”
‘러시안 킬러’ 떠오르는 파이터…평소 자상한 아빠·가정적 남편 ‘외유내강’
유은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1-26 00:03:59
 ▲ 김원기 종합격투기 선수는 지난해 러시아 파이터들과 싸워 연이어 승리를 거두며 ‘러시안킬러’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됐다. 내달 앞둔 경기에서 역시 러시아 종합격투기계에서도 강자로 불리는 샤밀 자브로프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상대방 선수를 죽이지 않는다면 내가 죽는다는 결연한 각오로 경기에 임합니다. 그러면 무서울 것이 없어지죠”
 
창동에 소재한 한 종합격투기 체육관에서 만난 김원기(34) 선수는 자칫 섬뜩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그는 강하다고 소문난 러시아 파이터들과 싸워 연달아 승리를 거둬 ‘러시안킬러’라는 별명까지 붙은 떠오르는 실력자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단체대회 MFP(MODERN FIGHTING PANKRATION)에서 상대의 팔과 목을 감싸 상대방을 압박하는 ‘암트라이앵글’ 기술로 사빈 안드레이 선수를 제압해 승리를 거뒀다. 또 같은 해 12월에 열렸던 경기에서도 러시아 선수를 제압해 2연승을 기록했다.
 
내달 11일 열릴 예정인 ‘로드FC 100만불 토너먼트’에서는 러시아의 ‘베테랑 파이터’인 샤밀 자브로프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샤밀 자브로프는 레슬러 출신의 무패 파이터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선수의 사촌형이다. 하빕 선수는 종합격투기 팬들 사이에서 ‘괴물’이라고 불릴 정도의 강자다.
 
한번 빠지면 ‘올인’…일·훈련 병행에도 놓지 않았던 프로의 ‘꿈’
 
한번 어딘가에 빠지면 자신도 놀랄 정도로 그곳에 열중하게 된다는 김 선수는 중·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비보이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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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격투기 선수가 꿈이었던 건 아닙니다. 학창 시절에는 비보잉에 한창 빠져있었죠. 당시만해도 지금처럼 비보이가 대접받지 못했습니다. 춤도 운동처럼 매일 연습해야돼요. 체력적으로 힘든데다가 돈이 되는 일이 아니다 보니 5년 정도 하다가 관두게 됐습니다. 비보잉을 관둔 이후에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 하루 10시간 이상 미친듯이 연습하기도 했죠”
 
학창 시절 그렸던 꿈이 현실의 벽에 부딪힌 그는 우연히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20대 초반 취미 삼아 배우던 종합격투기의 매력에 빠져 ‘파이터’라는 꿈을 갖게된 것이다. 용접공이였던 그는 고된 일상에도 틈틈이 인근 체육관을 찾아 파이터의 꿈을 놓지 않았다.
 
“처음에는 퇴근 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종합격투기에 푹 빠지게 됐죠. 남자라면 누구나 더 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주짓수, 킥복싱 등 다양한 무술을 접목해 배울 수 있는 종합격투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김 선수는 평소 다니던 체육관이 없어지자 종합격투기 동호회를 만들었다. 계속 운동을 하고 싶다는 열정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일과 훈련을 병행했던 그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강도 높은 훈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김원기 선수는 세 아이의 아빠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일과 프로선수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한 훈련을 병행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고충을 털어놨다. 2년 전부터는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힘든 시기를 견뎌낸 그는 드디어 프로선수로 데뷔할 수 있었다. 일반 선수들에 비해 비교적 늦은 나이인 29살이었지만 결국 ‘프로 파이터’의 꿈을 이룬 것이다.
 
“사실 프로로 데뷔하고 첫 경기를 뛸 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그런데 경기를 재밌게 본 로드FC 관계자로부터 ‘경기를 더 뛰어봐라’는 제안을 받고 선수 생활을 꾸준히 해온 결과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됐습니다”
 
프로 파이터, 세 자녀의 가장…평소 다정한 아빠로 산다
 
김 선수는 세 자녀를 가진 가장이다. 올해 8살된 딸과 5살 아들, 3 살배기 딸을 뒀다. 평소 훈련하느라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주말만큼은 가정적인 남편이자 자상한 세 아이의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털어놨다.
 
“사실 아이들이 아직 어려 데리고 다니기 쉽지않다보니 큰 딸을 가장 많이 데리고 다닙니다. 악기를 배우거나 운동할 때도 자녀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합니다”
 
결혼 8년차를 맞은 그는 아내의 내조가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2년 전 일을 관두고 체육관을 하면서 수입이 전혀 나지 않던 시절 그의 아내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정도로 헌신적인 내조를 해왔다.
 
“지금은 체육관이 수입을 내지만 초반에는 금전적으로 정말 힘들었습니다. 돈 문제로 아내와 많이 다투기도 했죠. 운동을 시작할 때 위험하다는 이유로 아내가 몹시 반대했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됐죠. 항상 고맙습니다”
 
김 선수의 왼쪽 귀는 일명 ‘만두귀’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에게는 흔하다. 주짓수나 유도·레슬링 등을 오래 수련하면 귀가 눌리는 일이 많아서 미세혈관이 터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제 귀가 이랬기 때문에 (만두귀가)이상한 줄도 모릅니다. 가장 큰 부상을 꼽자면 심리적 부담감이 있던 시합에서 코뼈가 부러진 적이 있었습니다. 손가락 관절이 부러지는 것은 흔한 일이죠. 운동을 하기 전과 지금의 얼굴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에 아내가 속상해 하기도 합니다”
 
 ▲ 종합격투기를 하다보면 부상은 흔한 일이 돼 버린다. 김 선수는 부상 및 상대방 선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마인드컨트롤 방법을 실행하고 있다. 경기 전 상대선수의 사진을 자주 보는 것 또한 그가 대비하는 방법 중 하나다. ⓒ스카이데일리

종합격투기 선수라는 직업 특성상 부상이 잦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부상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덕분에 은퇴 후 성형해 코를 높여보고 싶다며 소탈하게 웃어보였다. 추성훈 선수처럼 가정에서는 다정하면서도 경기장에서는 강한 파이터가 되고 싶다는 그는 내달 열리는 시합을 마치고 가족들과의 여행을 준비중이다.
 
“지난해 말 승리한 경기에서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아시아나 항공권 왕복티켓을 부상으로 받았습니다. 비록 1인이긴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결혼기념일 날 아내에게 티켓을 선물할 때 뿌듯했습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 실력보단 정신력이 승패 좌우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파이터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수들은 저마다의 필살기를 훈련한다. 김 선수는 마인드 컨트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대와의 승부에서 기 싸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력은 거의 다 비슷합니다. 대부분 기술 싸움이지요. 기싸움에서 밀리면 몸이 굳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반대로 기싸움에서 승리하면 더욱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되죠”
 
김 선수는 심리적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는데 그 중 하나가 상대 선수의 얼굴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시합 전 경기를 보면서 상대 선수를 파악합니다. 특히 경기장에서 마주쳐도 어색하지 않도록 상대 선수의 사진을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해놓거나 프린트로 인쇄해 방에 붙여놓기도 하죠”
 
내달 열릴 경기가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힌 그의 눈동자는 결연한 각오가 엿보였다.
 
“사실 다 똑같은 인간입니다. 강하다고 하지만 그들도 똑같은 인간일 뿐 괴물이나 로봇이 아니죠. 이번에 붙게 될 샤밀 자브로프 역시 30승5패 전적을 가진 러시아 강자지만 사람은 붙어봐야 아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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