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74년 창립된 한국소설가협회는 국내 유일의 소설가들을 위한 단체다. 협회 회원은 모두 등단한 소설가들이다. 협회는 소설가들의 권익 옹호와 친목 도모를 위해 앞장서고 있으며 근래엔 ‘종이소설’을 지켜내는데도 힘쓰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소설가의 꿈을 놓지 않도록 돕고 있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독려합니다.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소설가들이 갖고 있는 고집, 바꿔 말하자면 인내와 끈기가 40년 넘게 협회를 끌어온 비결입니다”
한국소설가협회는 1974년 창립된 국내 유일의 소설가 단체다. 창립 목적은 소설가들의 권익 옹호와 친목 도모인데 근래엔 ‘종이소설 지키기’가 주요 과업에 속한다. 종이소설은 웹 또는 모바일이 아닌 ‘책’ 형태로 나온 소설을 말한다. 협회 회원과 집행위원은 모두 등단 소설가다.
40년 역사 동안 벌써 김동리(金東里), 백시종(白始宗) 선생 등 12명의 이사장이 거쳐 갔고 현재 김지연(75) 13대 이사장이 협회를 이끌고 있다. 회원 수는 약 1200명에 달한다. 회원 모두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종이로 된 책 형식으로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예작가 등단 돕는 공모전, 회원들 작품 15편 간추려 월간 ‘한국소설’ 펴내
협회가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소설가들의 설 자리를 지켜내는 일이다. 지난해 1월 취임한 김지연 이사장은 소설이 처한 시대 상황에 대해 깊이 고민 중이다.
김 이사장은 문학에 대한 정부지원은 점점 줄고 있는데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에 종이소설책은 예전만큼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한다. 소설가들은 작품을 출간하고 싶어도 펴낼 형편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소설에 대한 무관심입니다. 예전만큼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소설가들이 설 자리도 점점 줄고 있죠.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위축되지 않고 소설에 대한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게 바로 협회의 역할입니다”
협회는 매년 연초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등단 3년 이내인 신예작가들을 위한 포럼을 개최하고, 봄·가을마다 심포지움을 열고 있다. 또 매월 회원들이 발표한 작품 가운데 15편을 뽑아 월간 ‘한국소설’에 소개한다.
분기별 공모전을 개최해 소설가협회를 통해 작가로 등단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기성 작가들에게는 한국소설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 해외한국문학상 등 연간 3차례나 수상 기회를 열어 주고 있다. 대외 기관과 협력해 만우박영준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직지소설문학상도 시상하고 있다.

▲ 협회는 소설가들이 설 자리를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에 매월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작품 가운데 15편을 선정해, 협회가 발간하는 월간 ‘한국소설(사진)’에 소개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현재 협회 회원들은 매년 책 1권씩을 출판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어요. 소설을 내기 위해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책을 펴내면 서로 많이 사주고, 읽고, 격려하죠. 인세와 원고료가 열악한 상황이지만 끈끈한 친목으로 서로의 꿈을 응원해줘요”
협회는 소설가 지망 학생들을 위한 ‘미래인재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남산도서관과 공동으로 연간 800~1000명의 서울 시내 학생들에게 한국문학소설과 독서 전반에 대한 교육을 한다.
“벌써 햇수로 7년째 학생들을 만나고 있어요. 만난 학생만 해도 수천 명에 달하죠. 많은 친구에게 한국소설도 알리고, 독서법과 글로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어요”
디지털 시대에 고전하는 소설가들…“종이 소설만의 아날로그 감성, 제2전성기 올 것”
김호운(67) 상임이사 겸 편집위원에 따르면 디지털 시대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종이소설 시장이다. 사람들은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글을 읽고 만화를 보는데 익숙해졌다. 출판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고 소설가는 책 한 권 내기도 어려운 시대가 왔다.
디지털문학은 발표 방식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종이에서 웹으로 소설을 발표하는 매체가 변했을 뿐, 소설이 주는 인간 정신의 정화와 구원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종이소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것은 여전히 안타깝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독자들 관심이 줄어 책이 팔리지 않으니 문학에 대한 지원도 대폭 줄었죠. 디지털문학에 지원하고 있다곤 하지만 ‘기술 지원’이나 ‘웹툰 지원’인 경우가 훨씬 많아요. 그러나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에 종이소설이 다시 인기를 끄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해요”
▲ 김지연 이사장(사진 왼쪽)은 소설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청년기라야만 쓸 수 있는 글쓰기가 따로 있다면서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김호운 위원은 독서의 즐거움은 내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읽는 행위 그 자체에 있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데일리
협회의 각종 행사, 예산 등을 관리하는 김명희(49) 사무국장도 화면으로 보는 전자소설은 종이소설만의 향취를 전해주진 못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얼마 전 회원들과 만났을 때 찍은 사진을 핸드폰으로 공유했어요. 사진을 저장하는데 문득 집에 있는 손때 묻은 ‘앨범’이 생각나더라구요. 대대손손 함께 빛바래도록 공유해온 앨범의 아날로그적 정취를 핸드폰 속에서는 느낄 수 없었어요”
“소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어머니의 손때 묻은 책을 아들이 꺼내 보고, 또 그 아들이 보던 책을 손자에게 전하는 책의 의미는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죠. 때 묻은 종이와 누렇게 바랜 책, 종이소설의 매력은 바로 그 속에 담긴 세월의 향기와 정취라고 생각해요”
협회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한국소설’의 편집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성달 편집국장도 종이소설의 매력은 ‘종이’가 주는 느낌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질감, 냄새, 여백의 사유, 상상, 행간의 의미 등 종이소설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지금은 침체돼있지만, 종이소설이 완전히 죽을 수 없는 이유죠. 내 오감을 들여 읽는 느낌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여운을 줍니다. 실용성과 편리성은 그 다음이죠”
독자 관심 줄어도 소설가 숫자는 늘어…“작가의 꿈 주저 말고 도전하세요”
협회 집행위원들은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사라져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소설가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김 이사장은 “여전히 소설가를 꿈꾸면서도 ‘굶는 직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 김성달 편집국장(사진 왼쪽)은 종이소설의 매력에 대해 질감, 냄새, 여백의 사유 등 오감을 들여 읽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김명희 사무국장도 때 묻은 종이와 누렇게 바랜 책 등 종이소설에 담긴 세월의 향기와 정취가 바로 종이소설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
“사실 ‘글 값’으로 먹고 사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에요. 예전에야 책 시장이 활발하니까 작가 지망생들이 베스트셀러라는 꿈을 갖고 도전했지만, 요즘은 종이소설 시장은 가망 없다는 생각들이 팽배해요. 그래서 도전을 주저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죠”
김 이사장은 무엇보다 인생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장의 성공이나 큰돈을 기대할 수는 없더라도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는 ‘열정’을 잃지 말아야 해요. 그 열정이 소설에 있다면 특히 더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죠”
협회에 따르면 회원들 중 20대는 드문 편이다. 40~70대의 연령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10~20대 때 꾸던 소설가의 꿈을 80대가 돼서야 이루겠다고 찾아오는 분들도 많다. 세월의 연륜이 쌓인 그들은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과 농익은 글을 지금도 쏟아내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금의 상황이 무조건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래 소설계를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젊은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시기의 설익은 글도 굉장히 소중한 작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대·20대 친구들이 젊은 감성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청년기의 소중한 감성을 글로 옮기는 일은 청년만이 할 수 있어요. 지금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청년기에 쓸 수 있는 글을 포기해서 훗날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죠”
“요즘은 돈이 되는지, 안 되는지가 중요한 가치판단이 된 시대에요. 그렇지만 꿈을 펼치고 싶다면 당장 소설에 도전했으면 해요. 소설이 가진 ‘story(이야기)’의 힘을 발휘해 사회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고 서로를 위안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동참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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