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SNS 댓글이 논란이 일면서 재벌 총수 일가들의 SNS 활동이 재조명 되고 있다. 재벌들의 활발한 SNS 소통은 그룹 홍보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한 순간에 비호감이 될 여지가 상존하기도 한다. 실제로 SNS에 남긴 글로 인해 일부 오너들은 이미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사진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스카이데일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SNS 댓글이 논란이 일면서 재벌가의 SNS 행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평소 SNS를 즐겨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게시글 하나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과거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도 말실수로 곤욕을 치뤘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는 SNS를 활용하는 재벌들의 시초라는 말을 듣는다.
지난 14일 조양호 회장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순위에 오르며 ‘조양호’의 연관 검색어엔 ‘조양호 SNS’가 함께 떴다. 대한항공 부기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조 회장이 직접 단 댓글이 논란이 된 것이다.
해당 부기장은 앞선 13일 조종사의 근무 강도 등에 대한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조종사 일은 자동차 운전보다 쉽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댓글을 달아 파문이 일었다.
조 회장의 댓글은 대한민국 대표 항공그룹의 오너가 자신의 직원인 조종사를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며 네티즌을 비롯해 유명인들까지 나서 조 회장을 앞 다퉈 비난하기 시작했다.
한진그룹, 딸 이어 아버지까지 오너일가 언행 구설
대한항공은 최근 조종사 노조와 임금 협상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 부기장 김 모씨가 ‘여객기 조종사들이 비행 전에 뭘 볼까요’라는 비행 전 수행하는 절차가 나열된 글을 게시했다. 여기에 조 회장이 직접 단 댓글이 자충수가 됐다.
조 회장은 “전문용어로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KAL(기상변화)은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준다”며 “조종사는 GO NO GO (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으로 가는데”라고 남겼다.
이어 조 회장은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 같은 소리를 하네요.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이러한 조 회장의 댓글 내용은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해 여론이 조 회장을 헐뜯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조 회장이 허위 사실을 적어 다수의 조종사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고발을 불사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히기도 했다.
논란이 가중되자 결국 지난 14일 오전 조 회장의 댓글은 삭제됐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6시 30분 기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순위에 ‘조양호’ 키워드가 상위권에 유지됐다.
이 같은 논란에 몇몇 네티즌들은 “이 집안은 아버지나 딸이나 죄다 문제가 많네요. 그럼 직접 비행기를 조종해 보던가”, “다른 말은 다 제쳐두고라도 ‘개가 웃을 일이다’란 표현은 자기회사 직원들을 향해 그룹 회장이 공식적으로 떠벌일 만한 말은 아닌 듯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또한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알파고에 조종을 맡겨놓으면 네 번에 한 번은 추락해요”라며 조회장을 저격하는 일침을 날렸다.

▲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은 그룹 홍보보다 자신의 일상생활 위주의 글(위)을 올려 대중에게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로 다가갔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는 재벌가에서 거의 처음으로 SNS(아래)를 활용한 CEO다. 2010년 트위터를 시작한 정 대표는 SNS를 활용한 홍보 마케팅을 펼쳤다. [사진=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 트위터 캡쳐화면]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측은 조 회장이 오랜 항공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첨단 비행장비의 발달과 운항통제센터의 지원으로 조종 근무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는 의견을 SNS소통 채널에 개진한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여전히 여론의 못마땅한 시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이 논란의 중심에 서자 자녀들이 과거 언행으로 빚어진 구설 또한 재조명 되고 있다. 세 부녀의 언행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행보가 계속되자 일각에선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자질을 놓고서도 잡음이 무성하다.
친근한 이미지, 젊은 감각 ‘인기몰이’…그룹 홍보맨 역할 ‘톡톡’
한진그룹의 경우는 SNS 활용의 잘못된 예이지만 그룹 오너들의 SNS 활동은 그룹 홍보에 도움을 주기도 해 일명 오너마케팅 효과로도 불린다. SNS를 활용을 활발하게 하고 있거나 또는 했었던 재벌가 일원으로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위), 박용만 두산그룹 전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있다.
정태영 대표는 오너마케팅의 시초로 불릴 만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0년 트위터를 시작하며 현대카드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젊은 감각으로 대중과 소통하면서 스타CEO로 떠올랐다. 정 대표의 페이스북은 6만여명에 이르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가 올린 글은 SNS를 비롯해 각종 블로그를 통해 전파되며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 현대카드의 매각설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직접 부정하는 글을 남기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만 전 회장의 경우 트위터 활동을 통해 소탈한 일상을 나누며 친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를 얻었다. ‘뷘마마(부인마마)’, ‘트친(트위터 친구)’ 등 젊은 감각의 줄임말들도 서슴없이 사용하며 유머러스함을 겸비한 글로 인기를 끌었다.
정용진 부회장 또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CEO이다. 그가 애착을 갖고 출시한 브랜드 ‘노브랜드’와 간편가정식 ‘피코크’를 중점적으로 SNS에 올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SNS는 거의 신세계·이마트 제품으로 도배돼 있다. 최근 이마트가 출시한 간편가정식 피코크와 노브랜드 제품이 가장 많이 포스팅됐다. [사진=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페이스북 캡쳐화면]
직접 시식한 내용과 자신의 해외출장 현장까지 사진으로 찍어 올려 내 오너가로서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SNS 소통으로 20~30대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은 그는 대학 인문학강의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쳐 ‘대학생이 가장 만나고 싶은 CEO’로 꼽히기도 했다.
삭제해도 지워지지 않는 SNS 기록…한 번의 실수, 그룹 이미지 타격
하지만 이 같은 오너의 SNS활동은 그룹 홍보효과와 함께 위험요소도 잠재돼 있다. 앞서 언급된 조 회장을 비롯해 공인이 SNS을 할 경우 가장 큰 단점 중 하나가 바로 실수로 쓴 글을 삭제하더라도 누군가가 저장을 해놓았다면 끊임없이 돌고 돈다는 점이다.
정 부회장은 비슷한 사례를 갖고 있다. 남다른 SNS 사랑을 지닌 그는 신세계그룹의 이미지 홍보 최전선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호감형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그랬던 그도 지난 1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지난 1월 31일 약 2만5000여명의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른 그의 페이스북에 해외 레스토랑 여직원 사진을 올린 것이 화근이 됐다. 정 부회장이 외국인 종업원을 보며 ‘몸도 왜소해 보이고 목도 길어 보이고 여기 서비스 최고임’이라고 게재한 글이 여종업원 외모 비하성 발언을 했다는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지난 2011년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에게서도 있었다. 김 회장은 당시 LG생활건강이 축구선수 박지성과 함께 스포츠 전용 화장품을 출시한다는 소식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에서 “그거 바르면 박지성 같은 멍게 피부로 만들어주나”라는 메시지를 남겨 최고경영자가 외모비하성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같은 날 밤 박 선수에게 사과했다는 메시지를 올렸지만 오너의 발언으로 그룹의 이미지 타격을 입는 ‘트위터 리스크’의 사례로 남게 됐다.
박용만 전 회장의 경우는 지난 몇 년간 트위터로 쌓아올린 소통하는 경영인 이미지가 퇴직논란 한번으로 추락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두산 인프라코어 신입사원 희망퇴직 논란과 함께 ‘사람과 미래다’란 그룹 경영 철학이 한 순간에 일그러지는 수모를 겪었다. 그동안 박 전 회장이 보여줬던 트위터 소통행보가 ‘보여 주기’ 식이라는 비난의 역풍을 정통으로 맞았다.
한 대기업 홍보실 관계자는 “오너의 경우 SNS 활동이 단순한 취미 생활이 아닌 그룹 이미지와 직결된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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