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저는 공부엔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등수를 셀 때는 오히려 뒤에서부터 세는 게 빨랐죠. 하지만 굳이 공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관심사에 매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줄곧 생각해왔죠. 그러다가 커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과거엔 커피에 대한 자료가 많이 없어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포기하진 않았죠.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바리스타 교육기관 겸 카페인 ‘서동진의 커피랩’을 운영하는 서동진(50·남) 대표를 만났다. 현재 ‘서동진의 커피랩’ 상호를 사용하는 카페는 총 9개이지만 서 대표가 운영하는 단 한 곳이다. 나머지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정보를 공유하는 연합체 방식으로 운영되는 별개의 매장이다. 서 대표는 지금까지 카페 창업을 희망하는 소상공인에게 커피 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해왔다. 그와 상담한 후 문을 연 카페는 현재 40곳이 넘는다.
일과 커피 두 마리 토끼잡이 안간힘…어려운 환경 속 끊임없이 연구·해석 노하우 터득
“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10년 동안 건설회사에서 회계·재무업무를 맡았죠.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고 커피를 자주 마시니까 보니 자연스럽게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대학 때부터 좋아하기도 했고요. 처음엔 인스턴트커피를 주로 마셨는데 점차 원두커피로 취향이 옮겨갔죠”
서 대표는 2004년에 커피를 직접 볶아 보기도 하고, 그 맛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공방을 차리고 커피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원두를 팔기만 해선 생계유지가 어려웠기 때문에 4년여 간은 커피 공부와 직장생활을 병행했다.
“혼자 공방에서 커피를 연구했어요. 다른 사람에게 배우는 것보다 혼자 깨우치는 것이 좋았어요. 직접 생두를 로스팅(커피원두를 볶는 과정)하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했어요. 자료나 정보는 부족했지만 끊임없이 연구·해석해서 제 나름대로 커피 만드는 노하우를 축적했죠”
그는 일과 커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남들보다 2배 이상 바쁜 생활을 했지만 커피에 대한 열정 하나로 공방을 운영을 이어갔다. 서 대표가 홀로 독학을 시작했을 당시 국내 커피시장은 큰 편이 아니었다. 인스턴트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았고 커피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다. 결국 대부분의 노하우를 홀로 터득해 익힐 수밖에 없었다.
“커피가 좋고 재밌었어요. 하지만 혼자 공부하니까 터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죠. 막히는 부분이 생기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슬럼프를 겪기도 했죠. 길게는 1년, 짧게는 몇 개월씩 공방에도 잘 안가고 커피도 마시지 않기도 했죠”
직접 연구소 차리고 본격적으로 커피연구 돌입…예비창업주 상대 교육 지원도
슬럼프를 벗어나게 해준 이들은 서 대표와 같은 취미를 가진 주변 지인들이었다. 서 대표는 그들이 만들어 준 커피를 마시며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 놓으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갔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부족했던 점들을 극복해 나갔다. 그 시기 지인들과 커피연구소를 차려 함께 공부하기도 했다.
“지금은 카페, 커피에 대한 정보가 넘쳐 나지만 당시만 해도 거의 전무했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커피연구소를 만들었어요. 각자 500만원씩 모아 사무실을 얻었죠. 전기회사, 섬유회사, IT회사에 다니는 3명과 함께 주말마다 새로운 커피를 맛보고 공부했죠. 커피연구소 덕분에 제 스스로 많은 발전을 이루게 됐죠. 인터넷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커피 정보를 공유하면서 1년 넘게 운영 했어요”
서 대표는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연구소 문을 닫아야만 했다. 커피를 볶을 때 나는 비리고 탄 냄새로 인해 주변 상가 사람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컸지만 당시 일을 계기로 그는 본격적인 커피 교육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커피연구소 문을 닫은 후 본격적으로 바리스타 학원을 운영하기로 마음먹었어요. 하지만 당시 수원에는 바리스타 교육기관이 없어서 학원 설립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았죠. 결국 조리학원 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었어요. 생뚱맞게 도마, 냉장고, 싱크대 등을 마련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수원 최초의 바리스타 전문 학원을 열었죠”
서 대표는 질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커피생산국으로 출장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카페 창업을 도전하는 소상공인들을 위해서는 직접 자신의 매장에서 일을 배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카페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30~50대가 가장 많아요. 하지만 체험을 통해 경험을 쌓을 만한 곳은 거의 없죠. 저는 그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었어요. 창업하기 전에 매장에서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이죠”
하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도전한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서 대표에게 큰 상처로 돌아왔다. 매장에서 일주일에 1~2번씩 일을 배운 수련생들은 시간이 지나고 일이 손에 익으면 청소 등 기본적인 일을 게을리 하곤 했다. 수련생들의 수준에 따라 만드는 메뉴에 차이가 발생하자 교육생을 차별 한다는 불평도 나왔다.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자 서 대표는 1년 만에 교육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결심했다.
“바리스타 교육은 천직…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커피 유토피아 만드는 게 목표”
서동진 대표는 취미로 커피 공부를 시작해 지금은 커피교육, 카페운영, 원두무역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서 대표는 이들 중 가장 매력적인 일로 커피교육을 꼽았다. 체력만 허락한다면 더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요즘은 직업 체험교육의 일환으로 바리스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 중에는 학교에 부적응한 학생들이 체험하러 오는 경우도 더러 있죠. 그런 학생들이 제 수업을 듣고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되면 기분이 좋아요. 특히 제자들이 바리스타로 성장해 ‘어디 어디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
“2달 전에는 모교에서 직업 강연을 하기도 했어요. 학생들이 원하는 강사의 강연을 듣는 방식이었는데 제 교실은 정원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했죠. 뿌듯하고 떳떳했어요. 공부는 아니지만 한 분야에 꾸준히 몰두한 게 마침내 결실을 이뤘다는 기분이 들었죠”
서 대표는 혼자 커피 공부를 시작했을 때부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바리스타 교육과 카페 창업 컨설팅 일에 몰두하고 있다. 혼자서 배움과 창업을 하는 일이 얼마나 막막한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몸이 고될 때도 많아 사무실에서 쪽잠을 취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그는 커피와 관련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커피 산지에 가서 보면 생두를 수확하고 재배하는 데 많은 수고가 들어가요. 저는 이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요. 커피를 좀 더 손쉽게 수확할 수 있는 기구들을 제작하고 전달 해 수확 환경을 개선해주고픈 소망이 있죠”
“우리나라에 온 가족이 커피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시설을 만드는 것도 목표에요. 비닐하우스로 지어야 하겠지만 커피농장과 바리스타 교육시설, 펜션 등을 한 곳에 세우고 싶어요. 생산부터 소비까지 커피의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그야말로 커피만을 위한 유토피아인 셈이죠”
[정수민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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