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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강희선 성우(KBS)
“목소리 하나로 인생의 희로애락 표현하죠”
샤론스톤·짱구 엄마·캣우먼 등 38년 베테랑 성우…영역 넓혀 연기 출사표
정수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2-20 00:03:04
▲ 1979년 TBC 10기로 입사한 이후 38년째 성우의 길을 걷고 있는 성우 강희선(사진)은 대북방송부터 애니메이션, 내레이션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저에게 성우는 지치지 않는 일이에요. 지금까지 숨 쉬고 있는 이유기도 하죠. 내레이션을 하든 연기를 하든 성우로서 일할 때 가장 행복해요. 희로애락의 어떤 부분이든 목소리를 통해 내 맘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죠”
 
성우 강희선(58·여)은 지난 1979년 TBC 10기로 입사한 이후 38년째 성우의 길을 걷고 있다. 방송사간 통합으로 KBS공채 15기가 된 그는 현재 ‘MBC 오늘저녁 생방송’ 내레이션과 대북방송 라디오 드라마 ‘희망이네 집’에서 주인공 엄마 역할을 맡고 있다.
 
강희선의 목소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안내방송부터 인기만화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엄마, 외화 샤론스톤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스카이데일리는 KBS 국제방송센터에서 녹음을 마친 그녀를 직접 만났다.
 
300대 1 경쟁률 통과한 쟁쟁한 실력…짱구엄마, 샤론스톤 등 목소리 전담
 
성우 강희선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방송반 생활을 하며 처음 방송인의 꿈을 키웠다. 교내 아나운서를 맡아 뉴스, 음악프로그램을 진행한 데 이어 각종 행사에서도 항상 사회를 도맡았다. 그녀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예술대학 TV방송연예과에 진학해 연기를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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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TBC에서 방송하는 ‘밤의 플랫홈’이라는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들었어요. 그때만 해도 성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죠. 어느날 대학 수업 중 대본 리딩을 하는 제 목소리를 듣고 교수님께서 성우를 해보라고 추천해주셨어요. 우연한 기회에 성우 시험에 도전했는데 운 좋게 합격했죠.”
 
▲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우로 데뷔한 강희선(사진)은 그동안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녀는 특히 20년 넘게 맡아온 인기 만화 주인공 짱구엄마 연기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스카이데일리
 
그녀는 300대 1이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우가 됐지만 정작 입사 초기엔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막상 녹음부터 인물 연기 등 하나부터 열까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 되니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성우가 된 후 무려 5년 동안이나 연기에 대한 만족감이 느껴지지 않는 점도 고충이었다.
 
“20대 초반에 인생을 오래살고 굴곡진 삶을 산 캐릭터를 표현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PD가 시키는 대로도 해봤지만 오히려 캐릭터가 이도저도 아닌 방향으로 흘러갔죠. 엄청난 상처였어요. 물론 지금 생각하면 당시 경험은 저만의 재산이 됐죠.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는 법이니까요.”
 
20대 초반에 겪은 상처는 그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후에는 어떤 캐릭터든 본인 나름의 색깔대로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20년 넘게 녹음하며 자신을 대표하고 있는 인기 만화 주인공 짱구엄마도 그렇게 탄생했다.
 
“짱구엄마는 약간 맹하지만 소녀나 푼수 같기도 하고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이 담긴 캐릭터죠. 어떤 분은 제가 짱구엄마를 닮았다고 하기도 해요. 그만큼 짱구엄마는 조금도 꾸미지 않는 제 목소리를 그대로 표현했어요. 굳이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죠.”
 
미국의 유명 여배우 ‘샤론스톤’의 한국어 목소리도 그녀가 연기했다. 샤론스톤의 히트작품 ‘원초적 본능’이 막 개봉한 이후 영화를 패러디 한 땅콩 광고와 외화 더빙에서 샤론스톤 목소리를 직접 연기했는데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샤론스톤 전담 성우’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처음 광고 녹음 때는 감이 오지 않아서 원초적 본능의 배경음악을 들으면서 녹음했어요. 지금은 샤론스톤 목소리가 가장 자신있죠. 의외긴 하지만 제일 쉬운 역할이에요. 계산을 하고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그냥 느낌만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에요.”
 
외화더빙, 지하철 안내방송 등…“제게 성우는 지치지 않는 일이에요”
 
강희선은 성우라는 직업에 상당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그녀는 성우야말로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자 지치지 않는 일이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한다.
 
“제 생각엔 본인이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선택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의욕만 가지고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잖아요. 대신 잘하는 일에 몰두하면 점점 좋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성우 강희선은 목소리로 인물의 희로애락을 표현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성우로서 멋지게 활약하고 있는 그는 최근 분야를 넓혀 연기에 도전장을 냈다. ⓒ스카이데일리
 
그녀는 성우의 매력으로 대리만족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애니메이션이든 외화든 한 번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더빙으로는 영화 ‘배트맨2’의 여주인공 미셀 파이퍼가 연기한 캣우먼을 꼽았다.
 
“성우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맡으면 그 캐릭터를 통해 간접경험을 할 수 있죠. 캣우먼은 극중에서 성격이 4~5번 정도 변해요. 어쩔 때는 고양이였다가 갑자기 평범한 사람으로 변하기도 했죠. 그게 매력적이었어요. 몰두했던 터라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이죠.”
 
강희선은 여태껏 해온 수많은 작업 가운데 가장 보람있는 일로 지하철 안내방송을 꼽았다. 그가 녹음한 지하철 안내 방송은 서울교통공사 1~4호선, 코레일, 부산 지하철 등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지하철 안내 방송은 간단한 녹음이지만 듣고 있는 사람의 기분에 누가 되지 않게끔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녹음해야하는 게 특징이죠. 90년대 후반부터 제가 녹음했지만 재녹음해야 하는 민원이 들어온 적은 지금까지 없었죠”
 
그녀는 최근 활동 영역을 넓혀 연기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12월 말 촬영을 앞둔 웹 영화에서 주인공 엄마 역할을 맡았다. 얼마 전 전체 대본 리딩을 마친 그의 얼굴엔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다.
 
“연기를 하는 성우들이 많아졌어요. 저도 좋은 역할이 있으면 꾸준히 연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흔히들 ‘신스틸러’라고 하죠. 물론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장면을 잡아먹는 ‘신스틸러’가 되고 싶어요”
 
[정수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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