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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공중화장실 개정안 실효성 논란
평창올림픽 의식한 화장실 대청소에 여성배려 ‘뒷전’
휴지통 대용 전락한 여성용품 수거함…졸속 개정안 시행에 부작용 다수
이지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1-15 17:29:06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령(화장실법) 개정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공중화장실 대변기칸 내 휴지통이 사라졌다. 화장실법은 2001년 133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해 2003년말 국회 본회의에 상정·통과되면서 생겨났다. 개정안 발의 전후로 2002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한국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두고 외국인 방문객 급증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공중화장실 대변기 칸 환경 개선이 한창 논의됐었다. 다만, 여자화장실의 경우 휴지통이 사라진 대신 여성용품 수거함을 비치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오랜 기간을 거쳐 마침내 올해 1월 1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됐다. 휴지통을 없애지 않은 공중화장실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작용이 생겨나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여자화장실의 여성용품 수거함 설치가 미비한 수준에 그쳐 문제시 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화장실 휴지통을 없앤 후 벌어지는 각종 문제점과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직접 들어봤다.

▲ 새해부터 공중화장실에 대변기 칸에 휴지통이 사라지며 여성 화장실에 비치된 위생용품 수거함이 기존의 쓰레기통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서울 지하철 한 역사의 위생용품 수거함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올 1월부터 시행된 공중화장실 환경 개선 움직임을 둘러싼 각종 잡음이 무성하다. 청결한 분위기 유지를 위해 휴지통을 없애기로 결정했지만 이를 두고 여성들에 대한 배려가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생리대 등 여성용품 처리가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휴지통을 없애면서 여성용품 수거함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실행이 미비하고 수거함이 쓰레기통처럼 사용되는 사례가 빈번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생리대 버릴 곳 없어 전전긍긍…쾌적한 화장실 환경에 밀린 여성배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5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했다. 악취를 유발하고 미관을 해치는 휴지통을 없애 쾌적한 화장실을 조성한다는 취지였다. 휴지통을 없애는 대신 여자화장실에는 여성용품 수거함을 설치하기로 했다.
 
생리대 등 여성용품 처리가 어려워진 탓이다. 여성용품 수거함에 대해 정해진 규격은 없다. 화장실 운영 주체가 자율적으로 설치하면 된다. 해당 시행령을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제도 시행 보름여가 지난 법률 개정 취지와 달리 공중화장실이 기존 보다 더욱 지저분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버린 통에 변기가 막히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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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휴지통 대신 설치된 여성용품 수거함은 생리대 등 여성용품 외에 각종 쓰레기를 버리는 용도로 이용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지통을 없앤 효과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변기 막힘 문제는 시행령 시행 이전에 선제적으로 휴지통을 없앤 곳에서는 이미 일찌감치 생겨난 현상이기도 하다. 지난해 선제적으로 남·여 화장실 휴지통을 차례로 없앤 지하철 1~4호선의 화장실 변기 막힘 건수는 7월 648건에서 8월 1049건, 9월 1448건으로 두 달 동안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한 곳은 2호선 홍대입구역과 3호선 교대역 등으로 이들 역사는 한 달에 변기 막힘 사고가 55건 가량 발생했다.
 
새해부터 달라진 화장실 풍경에 대해 시민들은 쓰레기가 사라져서 전보다 깔끔해지긴 했지만 쓰레기통 역할을 대신하게 된 여성용품 수거함에 대해서는 개선점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특히 여성용품 수거함의 크기가 터무니없이 작아 여성에 대한 배려 부족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 자료: 서울교통공사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스카이데일리가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시내 지하철역 여성화장실의 여성용품 수거함의 크기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가로는 20cm 안팎, 세로는 35cm 안팎 등이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작아 보였다. 수거함 안에는 생리대를 비롯해 휴지, 제품 포장지 등 다양한 쓰레기들이 가득 차 있었다.
 
서울 연신내에 거주하는 현경미(여·28)씨는 “변기 성능이 개선되지 않은 채 휴지통을 치우고 여성용품 수거함만을 비치한다면 수거함이 곧 휴지통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그 전에 성숙한 시민의식이 우선적으로 뒷받침 돼야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서울 반포동에 거주하는 김기영(여·56·가명)씨는 “공중화장실에 휴지통을 없애야 하는 건 찬성이지만 그 전에 화장실 청소 인력 확충이 선행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용품 수거함만 덩그러니 있는 것도 위생상 좋지 않다”며 “생리에 뒤처리를 깨끗하게 하지 못하는 시민들도 있는 만큼 전용 비닐에 넣어 처리할 수 있도록 조치가 취해 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공중화장실 이용자뿐 아니라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는 미화원들에게도 위생용품수거함은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아 보였다. 3호선 남부터미널역에서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안숙희(여·가명) 씨은 “휴지통이 사라져 청소할 양은 줄었지만 위생용품수거함이 휴지통이 된 듯 여러 종류의 쓰레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역 상가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는 김연주(여·가명) 씨는 실질적인 청소의 한계에 대해 언급했다. 김 씨는 “이용인구가 많아 30분마다 한 번씩 청소를 하고 있다”며 “휴지통을 없앤후부터 여성용품 수거함 내부를 매번 닦거나 소독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법 시행했지만 현장조사는 전무…“제도정착에 3~4년, 시민의식 제고 필요”
 
▲ 다수의 전문가들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시민들에게 ‘휴지는 쓰레기통에 버리라’는 캠페인을 펼치다 이젠 휴지를 변기에 버려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납득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화장실법 개정을 알리는 화장실 앞 포스터 ⓒ스카이데일리
 
2001년부터 논의가 이뤄졌던 휴지통 없는 화장실은 그 준비 기간에 비해 기본적인 현황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미흡한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부족한 쓰레기 처리 공간으로 인해 공중화장실에 쓰레기가 방치될 경우 시각적인 불쾌함은 물론 악취, 벌레, 병균 발생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졌다.
 
행정안전부 생활공간 정책과 주으뜸 사무관은 “전국의 공중화장실은 약 5만여 개로 파악되지만 쓰레기통 여부에 대해서는 조사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주 사무관은 “개정 시행령에 따라 휴지통을 비치한 화장실을 갖춘 시설에 100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에 대한 권한은 지자체에서 갖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실제 과태료를 부과한 화장실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계기관과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해도 휴지통 없는 화장실 문화가 정착되기 까지는 빨라도 3~4년을 보고 있다”며 “그때까지 지속적인 홍보를 추진하고 개도를 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여성정책연구원의 문희경 박사는 화장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휴지는 쓰레기통에’라는 캠페인을 전개하다 돌연 ‘휴지는 변기에’로 기조가 바뀐 정책을 시민들에게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 박사는 “유럽 등 선진국처럼 화장실에 휴지통이 사라지는 방향으로 문화가 바뀌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긴 하지만 패드 형 생리대가 아닌 생리컵, 탐폰 등의 여성용품의 처리 등도 고려해 위생 비닐봉투를 비치하는 등 우리나라에 맞게 단계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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