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해보험(이하·한화손보)의 수장 자리를 꿰차고 있는 박윤식 사장의 경영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자사 수익성에 몰두한 나머지 정작 보험사의 의무 이행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 처한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청구 했을 경우 인색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화손해보험은 보험금 청구 고객에 대한 소송 건수가 동종업계 상위권을 기록했다. 보험금 청구 고객에게 소송으로 소위 말하는 ‘재갈 물리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비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패소율도 높아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밑져야 본전 식의 무차별 소송은 고객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동종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적개선·책임경영 외부출신 인사 박윤식, 한화손보 장수CEO 가능성 ‘청신호’
손보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한화손보 안팎에서는 박윤식 한화손보 사장의 장기 집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화손보의 실적 개선을 주도한 공로 때문이다. 앞서 한화손보는 2009년 제일화재와 합병 이후 실적 악화로 수장 교체가 빈번하게 이뤄졌다. 연임에 성공하는 CEO가 단 한 명도 없었다.
3번의 수장 교체 끝에 2013년 박 사장이 4번째로 수장을 맡았다. 박 사장은 DB손해보험(전·동부화재)에서 변화관리팀장(상무), 경영지원실장(부사장) 등을 거쳐 지난 2013년 한화손보로 둥지를 옮겨 대표이사(부사장)를 역임하게 됐다. 외부인사인 박 사장은 재임기간 동안 눈에 띄는 실적 개선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박 사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4년 흑자전환을 일궜다. 이후 줄곧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내실을 탄탄하게 다졌다. 능력을 인정받은 박 사장은 지난 2016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 사장은 지난해 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덕분에 그의 3연임 가능성은 사실상 기정사실화 된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임기 만료 직전해인 지난해의 경우 박 사장의 경영 성과가 꽃을 피운 시기로 평가된다. 실적 등 각종 경영 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손보의 영업이익(잠정·연결)은 1923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42% 증가한 금액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약 29% 증가한 1438억원을 나타냈다.
보험회사의 영업수지를 결정하는 대표적 지표인 손해율도 상당 부분 개선됐다. 지난해 3분기 한화손보의 손해율은 자동차보험을 손해율을 중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p 개선된 82.05%를 기록했다.
‘손해율’은 보험회사가 거둔 보험료 가운데 소비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보험회사가 1000원의 보험료를 받아서 500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면 실제 손해율은 50%다. 통상적으로 손해율이 100이하일 경우 남는 장사를 한 것으로 본다.
박 사장에 대한 그룹 내부의 긍정적 평가도 그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그 배경에는 ‘책임 경영’을 강조한 그의 경영 철학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박 사장은 ‘책임 경영’을 강조하며 자사주 매입에 앞장서 왔다. 박 사장은 현재(1월 8일 기준) 한화손보 주식 10만3335주(0.09%)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 전문 경영인 가운데 자사주 보유 순위로는 상위권에 머무는 수준이다. 전문경영인의 자사주 매입은 저평가 된 주가를 안정시키는 한편 주주가치 제고, 경영신뢰도 상승 효과 등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위기에 처한 고객 상대 소송 뒤통수…“박윤식 경영성과 빛 바랬다”
그런데 최근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박 사장의 성과가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와 주목된다. 보험사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고객 신뢰도와 관련해 각종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화살은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박윤식 사장을 향하는 분위기다.
손보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보험금을 청구한 고객에게 돈을 지급하는 대신 소송으로 일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험금 청구 1만건 당 민사조정 비율이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보험계약 무효확인 및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의 전부 패소율도 가장 높았다.
통상적으로 보험은 고객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가입한다는 점에서 위기에 처한 소비자에 대한 배려를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행보는 실적개선 압박 때문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박 사장에게는 소비자신뢰 보다 자신의 안위를 택했다는 비판에 뒤따르고 있다.
손해보험협회및 금융소비자연맹(이하·금소연)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한화손보의 보험금 청구 1만건당 대비 민사조정 제기비율은 1.68건이나 됐다. 동종업계 평균인 0.16건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본안소송 제기비율도 2.75건을 기록하며 14개 손보사 가운데 4번째로 높았다. 평균 1.56건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보험계약 무효 확인 및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은 보험금을 지급한 고객이 기지급한 보험금에 도덕적인 문제가 있거나 사고원인 등이 허위 등으로 확인될 때 하는 소송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손보사들은 고객에게 보험금 지연시키거나 지급하지 않기 위해 고의로 소송을 제기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소연은 “일부 보험사들이 오랫동안 보험금을 많이 지급한 고객을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보험계약해지 또는 담보해지 등을 목적으로 이를 압박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전체 손보사 가운데 7개사의 신규 건수가 ‘0’건이고 일부 손보사에 소송건수가 집중된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손보의 무차별 소송은 최근 손보업계 전반적인 분위기와 크게 어긋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6개 손보사가 소비자와 분쟁조정 중 먼저 소송을 제기하는 건수(분정중소제기)는 전년 대비 51건 감소한 197건이었다. 농협·AIG·BNP파리바카디프·에이스 손보는 0건을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전체 분쟁조정 가운데 먼저 소송을 제기한 비율이 1.36%에서 0.41%로 대폭 줄었다.
그러나 한화손보는 달랐다. 소비자와 분쟁조정 중 보험사가 먼저 소송 제기하는 건수(분쟁중소제기)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한화손보의 분쟁조정 대비 보험사 소송제기 비율은 전년 동기 4.46%에서 4.93%로 증가했다. 14개 손보사 가운데 MG손해보험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정수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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