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빈부격차가 심할수록 나타나는 대표적인 부작용이 바로 ‘한탕주의’다. 최근 우리나라도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한탕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미래세대로 일컬어지는 젊은층 사이에서 한탕주의 풍토가 빠르게 확산돼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한탕주의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얼마 전에는 한 젊은 남성이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젊은층 사이에서 불고 있는 한탕주의와 이로 인한 각종 부작용은 국가의 미래를 위협할 만한 사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심지어 10대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한탕주의 풍토가 생겨나고 있어 심각성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안은 일부 인기 연예인들의 화려한 삶에 매료돼 맹목적으로 연예인의 꿈을 쫒는 경우다. 실제로 연예인으로서 성공할 확률은 극히 희박한데도 불구하고 실패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연예인을 쫒다 보니 각종 부작용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이 밖에 일확천금을 노리고 인터넷방송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 역시 한탕주의가 불러온 부작용으로 꼽혔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미래세대의 한탕주의’를 선정하고 현재 실태와 각종 부작용 등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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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 유은주·김민아·제갈민 기자]우리사회에 한탕주의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래세대로 일컬어지는 젊은층들 사이에서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20·30대 청년층 사이에서 일확천금을 노린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방에 인생역전’ 가상화폐 뛰어든 미래 세대들…순식간 빚더미 부작용 속출
최근 가상화폐로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을 벌었다는 사례가 입소문을 타면서 젊은 직장인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심지어 중·고등학생들까지 가상화폐 투자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앱 분석 사이트 와이즈앱이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관련 상위 10개 앱 사용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20·30대가 56.7%(20대 24%, 30대 32.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연령대 별 가상화폐를 거래한 경험은 30대가 19%, 20대가 14% 등으로로 다른 연령대 보다 높았다. 앞으로 거래의향이 있다는 답변 역시 30대 23%, 20대 22% 등으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24시간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할 만큼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청년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거액을 잃고 폐인이 됐다는 청년들의 얘기가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자영업자 이민형(35·남·가명) 씨는 지난해 9월 가상화폐 ‘코모도’를 구입했다. 이 씨는 한 달 정도 거래해 본 결과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에 부모님에게까지 투자를 권유했다. 하지만 현재 이 씨 가족은 총 투자금 4억원 중 1억8000만원만 남은 상태다.
이 씨는 “처음 돈이 벌리기 시작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 했지만 이번 기회에 한 몫 제대로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올인하게 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가격이 뚝 떨어졌고 하는 수 없이 반등할 때까지 기다리는 처지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에 너무 많은 돈을 벌었다 잃었다 해보니 10년 넘게 왜 이렇게 열심히 일했나 싶은 생각이 든다”며 “모든 일에 의욕이 사라져 본업에 소홀히 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올 설에는 가족들 얼굴보기 미안해 보러가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빚을 내면서까지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드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한 기업체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현수(27·남·가명) 씨는 가상화폐 투자를 시도하다가 결국 부모님이 마련해 준 전세 보증금에 손을 댄 케이스다.
박 씨는 “지난해 대학 다닐 때 부모님이 해주신 전세 보증금을 빼서 가상화폐 투자금으로 썼다”며 “이후 신용대출까지 받아서 총 8000만원 가량 투자했지만 지금 남은 돈은 370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하루가 미치도록 괴롭다”고 호소했다.
김정민(30·남·가명) 씨는 가상화폐에 손을 댔다가 현재 큰 곤경에 처한 상태다. 4살 어린 동생이 방위산업체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모아둔 돈 4000여만원과 본인이 모아둔 돈, 심지어 신용대출까지 합쳐 6000여만원을 이오스·퀀텀·제트캐쉬 등 세 곳에 분산 투자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김 씨는 “값이 떨어져서 현금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당장 이번학기 동생 대학 등록금이 문제다”며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형편이라 가상화폐로 큰 돈을 벌어서 학비와 생활비로 쓰려고 했는데 계획이 크게 어긋나버렸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투자로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겪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공무원 신혁주(33·남·가명)씨는 “친한 친구들 중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가상화폐 투자를 추천했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현재 두 친구의 관계가 크게 어긋나 버렸다”고 설명했다.
현실극복 대신 한탕주의 인식 확산…“문제의 원인파악·해결 중요”
주목되는 사실은 각종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규 가입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로 지적된다. 특히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 내에서는 투자를 독려하는 내용은 물론 자살을 암시하는 말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오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졌다.
실제로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확인한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3가지 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성투하세요’, ‘존버정신’, ‘한강가즈아’ 등이었다. ‘성공적인 투자를 하세요’의 줄임말인 ‘성투하세요’는 마치 인사말처럼 쓰였다. ‘존버정신’은 속어 ‘X나게 버티는 정신’이란 말의 줄임말로 ‘묻어두고 버티면 (시세가) 오를 테니 무조건 버티자’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한강가즈아’는 ‘시세가 떨어지면 자살하겠다’는 극단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대다수 전문가들에 따르면 청년층이 가상화폐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소득·빈부 격차 등 사회적 양극화 심화 △기회균등의 부재 △상대적 박탈감 등 각종 사회적 문제에 대한 극복 의지 보다는 현실을 기피하려는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돈을 벌기 보다는 단숨에 일확천금 노리는 풍토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부 젊은 청년들이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돈을 벌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이를 극복하기 보단 일확천금을 벌려는 시도가 결국 가상화폐 열풍으로 이어진 것이다”며 “중요한 점은 가상화폐 투자는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많다는 점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특히 최근에는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지만 중간쯤부터는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버티게 되는 상황에 빠진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 오래 버티면 본전을 찾을지도 모른다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업이 있다면 일에 집중할 수 없고 심리적으로 피폐해지고 인간관계도 단절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며 “어릴 적 상처가 트라우마가 되듯이 젊은 시기 경제적 실패가 향후 경제적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상화폐 투자가 ‘큰돈을 벌 기회’로 인식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취업 의지를 꺾고 있다”며 “과거 기성세대가 겪었던 로또 신드롬이 현재 젊은 세대들의 가상화폐 신드롬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나진경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회 문제가 한탕주의를 부추긴다”며 “예를 들어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복권이나 가상화폐를 통해 한 번에 만회하려 한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실험자들에게 당첨금이 높고 당첨확률이 낮은 선택지와 당첨금이 낮고 당첨확률 높은 선택지를 주면 전자를 선택하는 사람이 다수라는 심리학 연구결과가 있다”며 “인간의 심리체계 자체가 ‘한탕주의’에 더 끌린다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정부가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원인이 아닌 증상만 치료하는 격이다”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청년층의 한탕주의는) 가상화폐가 아닌 또 다른 형태로 발현될 것이다”고 꼬집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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