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재벌 롯데·신세계의 각기 다른 셈법에 유통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기업은 한 곳에 각기 다른 콘셉트의 매장을 출점해 소비자의 지갑 공략에 나섰다.
21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는 설 명절을 앞둔 지난 9일부터 서울 서초구 지파이브센트럴프라자 지하 1층에 ‘롯데 프리미엄 슈퍼마켓(서초점)’을 운영 중이다. 이 건물 1층에는 지난해 11월 문을 연 신세계의 노브랜드(서초G5센트럴프라자점) 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강남 한복판, 그것도 부촌으로 손꼽히는 지역에 위치한 같은 건물에서 롯데는 고급화를, 신세계는 실속을 중요시하는 소매점을 차례로 출점한 셈이다. 이곳을 찾은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음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슈퍼마켓에 99만원 ‘와인’ 50만원 ‘치즈’…로브스터 기본 고기숙성도 OK
당초 롯데 프리미엄 슈퍼마켓이 있던 자리에는 롯데슈퍼가 운영돼 왔다. 지난해 7월 이곳과 1km 떨어진 곳에 롯데마트 서초점이 문을 열게 됐고 새로운 형태의 유통채널을 고민하던 롯데는 주민여론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프리미엄 슈퍼마켓을 신설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리미엄 슈퍼마켓은 소득 상위 30% 소비층을 타깃으로 하는 고급형 슈퍼마켓이다.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고급 식제품으로 매대의 40%를 꾸렸다. 5%는 독점 판매하는 최고급 식재료를 전면에 내세웠다. 일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상품들과 최고·최상급의 제품 및 식재료를 한 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서초점은 도곡·문정·공덕점에 이어 롯데가 선보인 네 번째 프리미엄 슈퍼마켓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이곳을 찾아가봤다. 입구에서 보기엔 일반적인 슈퍼마켓과 다르지 않았으나 구성품목 면면을 살펴보면 가히 상위층을 위한 슈퍼마켓다웠다.
감귤 옆 코너에는 1팩 당 9900원에 판매되는 최고품질의 담양딸기가 판매되고 있었으며 우리나라와 페루 등지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품종의 포도도 진열돼 있었다. 먹기 좋게 썰어 소품종으로 포장된 과일코너 한 가운데는 고당도 명품 원두막수박이라 명명된 100g짜리 수박이 판매 중이었다. 수박에 부착된 가격표에는 3만4900원이란 숫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수산물코너에서는 마리당 2만4900원인 캐나다 산 로브스터(바닷가재)와 국내산 활전복 등이 판매 중이었다. 아쿠아리움을 연상시키는 거대 수족관에 각종 횟감이 즐비했다. 식재료뿐 아니라 이를 이용해 조리한 초밥·회·매운탕꺼리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육류코너였다. 지역별 한우제품이 부위별로 진열된 코너 뒤편으로는 고기가 숙성중인 ‘에이징 룸’이 자리하고 있었다. ‘에이징 룸’은 워터·웻·드라이 에이징으로 세분화 돼 설치돼 있었다. 워터에이징 룸에서는 진공포장 상태의 한우가 섭씨 2.2도의 물에 담겨 있었다.
와인코너에서 가장 고가에 팔리는 와인은 펜폴즈그랜지로 750ml 한 병이 99만원에 판매 중이었다. 와인과 잘 어울리는 치즈코너에는 1년 동안 숙성한 고다치즈 ‘마투로 휠’ 11kg 제품이 60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와인코너 담당자는 “십 만원대에서 수 십 만원에 달하는 와인들이 곧잘 팔리는 편이다”고 언급했다.
신동빈의 최고급 슈퍼마켓 위엔 정용진의 노란혁명 실속 노브랜드
2015년 이마트에 첫 선을 노브랜드는 신세계의 PL(Private Label·유통사 상표 부착제품) 브랜드다. 점차 품목을 확대하다 2016년 8월에는 경기 용인 기흥구에 첫 단독매장을 선보였다. 이후 현재까지 신세계는 노브랜드 단독 브랜드매장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130여곳의 노브랜드 매장이 운영 중이다.
불과 한 층 차이였지만 G5센트럴프라자 1층에 위치한 노브랜드 매장은 롯데 프리미엄 슈퍼마켓과 확연히 차이를 보였다. 가격에 거품을 뺀 실속형 매장을 추구하는 만큼 매장 인테리어 역시 단순했다. 제품 수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비록 그 수는 적었으나 생활용품부터 라면·과자·빵·자동차용품·육류·냉동식품 등에 이르기까지 종류 만큼은 다양했다.
2016년 신세계가 인수한 제주소주의 푸른밤 제품들도 눈에 띄었다. 전면에 여자모델의 사진을 내세우고 특유의 노란상표를 걷었다는 점에서 매장 내 타 제품들과 차이를 보였으나 가격만큼은 타 제품들보다 저렴한 것이 특징이었다.
불과 두세 달 새 프리미엄을 앞세운 슈퍼마켓과 실속을 중시하는 매장이 차례로 들어선데 대해 인근 주민들은 꽤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노브랜드 매장에서 만난 박영심(57·여) 씨는 “이왕이면 아이들에 비싸고 좋은 제품을 구입하려 하는 것이 엄마들 마음 아니겠느냐”며 “신선채소나 일부 수입제품을 구매할 땐 롯데 프리미엄 슈퍼마켓을 선호하는 편이나 과자·물티슈 및 일부 생활용품 등은 노브랜드 제품이 생각보다 질이 좋아 필요할 때마다 특성에 맞는 매장에서 쇼핑을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서 고기와 채소 등 식재료를 구입한 뒤 소주와 생수구입을 위해 노브랜드 매장을 찾게 됐다는 박상준(36·남), 채미영(35·여) 부부는 “가격의 차이가 제품의 질적 차이로 이어질 경우 롯데 프리미엄 슈퍼마켓을 이용하겠지만 집에서 마시는 물과 소주 등은 노브랜드 매장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