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월 쓰레기 배출 부담원칙에 따라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가 실시됐다.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 품목의 분리수거를 원활히 하자는 취지였다. 이후 각 지방자치 단체별로 쓰레기봉투 가격·규격이 정해져 판매가 실시됐다. 각 지자체들은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쓰레기봉투 판매가격과 판매점 위치 등을 공개했다. 현재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는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상태다. 쓰레기봉투는 생필품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그런데 최근 쓰레기봉투 판매 문제를 두고 소상공인과 각 자자체 간에 파열음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소비자들에게 쓰레기봉투를 판매할 땐 현금과 카드 결제를 동시에 허용하지만 정작 지자체로부터 구매할 땐 현금으로만 지불해야 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마진율이 적은데다 카드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니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쓰레기봉투 판매 자체가 부담이 된다는 반응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쓰레기봉투 유통 구조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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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수수료 종량제봉투(이하·쓰레기봉투)’를 판매하는 일반 소매점 업주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쓰레기봉투를 사올 때는 무조건 현금을 사용해야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때는 카드결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마진율이 낮은 상황에서 카드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다 보니 업주들은 ‘안 파느니만 못 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소매점 업주들은 “카드수수료라도 아껴보려고 손님에게 현금 구매를 권유하면 하면 손님과의 크고 작은 다툼이 발생하기 일쑤다”며 남모를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부당한 유통 구조 때문에 ‘나쁜 점주’가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일부 소매점주들은 쓰레기봉투 판매를 기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로부터 대량 매입해도 무조건 현금결제…카드수수료 빼면 마진율 3% 남짓”
현행법에 따르면 쓰레기봉투 판매를 위해서는 관할 지자체에 신청해야 한다. 편의점·마트·슈퍼마켓 등의 소매점은 보통 1주일 또는 한 달 단위로 지자체와 협약을 맺은 판매대행업체로부터 쓰레기봉투를 매입한다. 거래방식은 오로지 현금결제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들에게 판매 할 때는 현금결제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점주들이 카드수수료를 고스란히 떠안는 유통 구조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서울 성북구에서 D마트를 운영하는 이경선(44·남) 사장은 마트 운영 경력만 32년이다. 그는 “쓰레기봉투 제도가 시행된 이후 시간이 갈수록 고충이 더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사장은 “과거만 해도 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적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점포 전체 매출의 카드 결제 비중이 85% 이상인데다 쓰레기봉투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1주일 마다 200~300만원 어치의 쓰레기봉투를 매입 한다는 이 사장은 “일반 손님이 쓰레기봉투만 구매하면 웬만해선 카드 결제를 받지 않고 다른 품목들과 함께 구매하면 카드 결제를 해주고 있지만 그 때 마다 손님들이 불쾌한 기색을 내비친다”며 “어쩔 수 없이 카드결제를 해 줄 수밖에 없는데 마진율 겨우 5~6%에 수수료 떼고 나면 3% 밖에 남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한 편의점 점주 김흥기(남·63) 씨는 “쓰레기봉투 낱장도 손님이 원하면 카드 결제를 받고 있다”며 “손님의 편의를 위해 어쩔수 없이 해주곤 있지만 쓰레기봉투를 팔고 카드를 받으면 사실 남는 게 거의 없다”고 푸념했다.
수원 장안구에서 W마트를 운영하는 김미소(31·여) 사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30만원 가량의 쓰레기봉투를 매입하고 있다. 김 사장은 “고객이 원하니 어쩔 수 없이 쓰레기봉투를 카드로 판매하고 있다”며 “최근 장안구청에 마진율 문제로 항의를 했는데 정식으로 민원을 넣으라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소비자들 “현금 주면서도 기분은 불쾌”…지자체는 문제해결 뒷짐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는 종량제 종류별·용량별 판매가격과 판매점포를 안내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의 경우 생활폐기물용 봉투 판개가격은 △5L 130원 △10L 250원 △20L 490원 △30L 740원 △50L 1250원 △75L 1880원 △100L 2500원 등이다. 음식물쓰레기봉투는 △2L 200원 △3L 300원 △5L 500원 △10L 1000원 등이다. 쓰레기봉투 판매 점포는 상호와 위치, 전화번호 등을 안내하고 있다.
슈퍼·편의점에서 쓰레기봉투를 구매 중이던 장우진(서울 송파구·26·남) 씨는 “쓰레기봉투를 묶음으로 사면 카드로 결제해도 점주들이 별 말 하지 않지만 낱개로 살 때는 가끔 현금만 가능하다고 할 때가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사긴 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에 사는 이시형(26·남) 씨는 “급할 때는 아파트 단지 내 작은 가게에서 낱장을 현금으로 사고 평소에는 큰 마트에서 묶음 단위로 카드로 구매한다”며 “일반 점포들의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카드를 아예 안 받아 많이 불편할 때가 있다”고 호소했다.
쓰레기봉투 마진율을 올리거나 공급단가를 낮춰야 한다는 소매업주들의 요구와 관련해 서울 중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쓰레기봉투 가격에는 제작·운반·처리비용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며 “소매점 마진율을 올리려면 봉투 값을 인상해야 하는데 이는 주민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쓰레기봉투는 공공재 성격이 강한만큼 구청 쪽에서도 소매점에 양해를 구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수수료 등의 조율을 위해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종량제 봉투 수수료를 포함해 소매점의 소액 카드결제 수수료와 관련된 사안은 뜨거운 감자다”며 “다만 쓰레기봉투 등은 소매업자 뿐 아니라 소비자 편익과 직결돼 있어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이에 대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슬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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