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자제품 전문매장 시장은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이 주도했다. 각 사가 제조부터 유통까지 맡았다. 하지만 1999년 하이마트의 등장으로 전자제품 유통 시장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하이마트는 삼성전자·LG전자 제품 외에 여러 중소 제조업체들의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일종의 전자제품 전문매장 형식으로 운영돼 왔다. 모든 제품을 15%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여러 제조사의 제품을 한 공간에서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이러한 방식에 소비자들도 호응했다. 그런데 최근 이런 하이마트가 소비자 기만 논란에 휩싸였다. 같은 제품임에도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의 가격차가 크게 나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더라도 고객이 가장 가까운 매장에 가서 직접 제품을 수령하는 방식의 구매도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오프라인 매장에서 바로 구매하는 고객만 손해를 입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롯데하이마트를 둘러싼 소비자기만 논란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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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하이마트가 소비자기만 논란에 휩싸였다. 동일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 차이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하이마트가 온라인 매장에서 구매하고 고객이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직접 제품을 수령하는 판매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엔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가서 구매하는 고객들만 손해를 입는 꼴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책임의 화살은 롯데하이마트의 수장 이동우 사장을 향하는 분위기다. 앞서 조리사에 대한 갑질 논란 등으로 자신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상황에서 롯데하이마트의 실적 개선을 통해 이미지 개선 및 조직 내 영향력 확대 등을 꿰하려는 것 아니냐는 게 유통업계 안팎의 반응이다. 이 사장 개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똑같은 제품 온·오프라인 매장 간 가격차 무려 200만원…“소비자가 호구인가”
혼수품을 준비하던 김혜수(32·가명) 씨는 최근 롯데하이마트를 방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 씨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C사의 전기밥솥을 59만8000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본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장에 접속해 보니 같은 제품이 44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곧바로 매장 직원에게 항의했으나 ‘유통마진이 빠져 저렴한 것’이라는 답변뿐이었다.
김 씨는 “본사에서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운영하는데 아무리 유통마진이 빠진다고 해도 15만원씩 차이가 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나는 바로 환불해서 괜찮았지만 이를 모르고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은 제돈 다 주고 사는 호구가 되는 꼴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롯데하이마트의 판매 방식 중에서는 온라인매장에서 구매하고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수령하는 방식도 있다”며 “이를 감안했을 때 유통마진이 빠진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구매하는 고객들만 바보가 되는 꼴이다”고 강조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하이마트 매장을 찾았다. 김 씨가 구매하려했던 전기밥솥은 여전히 같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외에도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온라인 매장과 가격차이가 나는 제품들을 쉽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대우전자가 제조한 845리터 짜리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 붙어 있는 가격표에는 183만원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온라인 매장에서 이보다 80만원 가량 저렴한 105만8000원에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같은 제품임에도 무려 절반에 가까운 가격차가 나는 셈이다.
LG전자 냉장고 제품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동일한 제품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570만원인 반면 온라인 매장에서는 340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본사가 운영하는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똑같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 무려 250만원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다른 제품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이마트는 전국에 직영매장 460여개를 보유한 전국 최대 규모의 전자유통매장이다. 아울러 하이마트의 매출 80%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창출된다. 온라인 매장 보다 실제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가 훨씬 많은 셈이다. 온·오프라인 매장의 가격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고객이 많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현상이다.
특히 매장을 직접 찾는 고객들이 온라인 매장 이용이 서툰 중·장년층이라는 점에서 정확한 실태를 모르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바가지 장사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매장에서 만난 중·장년층의 고객들은 똑같은 제품이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인지하지 못했다.
매장에서 만난 이형곤(62) 씨는 “나 같이 컴퓨터, 스마트폰 등 IT기기에 어두운 사람들은 꼼짝없이 제 값 주고 사는 셈인데 알고 나니 속은 것 같다”며 “모르는 고객에게는 비싸게 팔겠다는 바가지 상술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이에 대해, 매장 직원은 “온라인 같은 경우 유통마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싸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며 “냉장고의 경우 5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제품이 있을 정도로 가격은 천차만별이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이어 “본사의 지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유통마진을 빼도 과한 수준”…하이마트 “오프라인 시장 관행 상 어쩔 수 없어”
전문가들은 유통마진을 빼더라도 정도가 지나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유통시장에서 평균 유통마진율은 평균 30%다. 하지만 문제가 된 제품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매장보다 36%에서 67%까지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하이마트가 온라인매장에서 구매한 후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을 수 있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통채널의 특성 때문에 바가지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앞 뒤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숭실대 경영대학원 안승호 대학원장은 “직영점의 경우 유통망이 한 채널로 통합돼 관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유통과정이 상당히 생략된다”며 “한 두 제품이면 모르겠지만 광범위 하게 그렇다면 심각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남서울대 최재섭 국제유통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에 따라 가격을 달리 받는 시스템이라면 바람직한 판매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런 것들을 소비자들이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매장보다 오프라인 매장이 유독 비싼 이유에 대해 하이마트 측은 유통마진 보다는 동종업계 시장 관행 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인근에 있는 타 가전제품 오프라인 매장과 가격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자신들만 저렴하게 판매하면 시장 질서를 깰 수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하이마트 주변에는 전자제품을 파는 지점들이 위치해 ‘어디가 가격이 싸다·비싸다’ 금방 소문이 난다”며 “그래서 가격을 쉽게 바꾸지 못하고 우리만 낮게 설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하이마트만 잘못하고 있다는 것은 억울하다”고 설명했다.
하이마트의 해명은 자칫 동종업계의 단합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하이마트 스스로 ‘시장질서 때문’이라고 밝힌 이상 공정위가 직접 나서서 단합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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