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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은 문재인정부의 정책 키워드 중 하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하며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저출산 문제는 역대 정부에서도 관심을 보여 온 분야 중 하나다. 역대 정부는 지난 10년간 관련 문제 해결에 총 80조원 가량을 쏟아 부었다. 앞으로 3차 계획을 위해 2020년까지 108조원 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 정부를 비롯한 역대 어떤 정부도 저출산 문제와 관련된 속시원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현장에 있는 이른바 워킹맘·대디들이 체감적으로 와 닿는 부분이 없다며 정책의 실효성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육아휴직·경력단절 등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기업들 역시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정책 시행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부작용만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중소기업 인력난 및 경영악화 등이 대표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일·가정 양립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가족친화정책의 허와실을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선정하고 관련 내용들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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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길해성 팀장, 배수람·이슬비 기자]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일·가정 양립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취지로 마련한 가족친화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이런저런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혈세 수십조원을 투입하고 추가로 100조원이 넘는 돈을 더 투입할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를 찍었고 현실과 괴리된 정책들로 위킹맘·대디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역대 정부는 그동안 꾸준히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저출산 1·2차 대책에 지난 10년간 80조원을 쏟아 부었다. 2020년까지 목표로 삼은 3차 계획에는 총 108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동안 쏟아 부은 천문학전인 금액이 무색하게 출산율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으로 출생아 수가 30만명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1980년대 80만명대를 웃돌던 출생아 수는 2002년 49만2000명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40만명대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40만명대마저 붕괴됐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인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최악의 출산율 시나리오로 생각했던 1.07명보다 더욱 악화된 수치다.
체감효과 미비한 유명무실 저출산 대책…육아휴직 고사하고 경력단절도 여전
저출산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자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도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시각이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여성 일자리 대책 역시 그 중 하나다. 산업계 및 노동 전문가들은 그 실효성에 대해 물음표를 그리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여성 일자리 대책은 남녀고용평등법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 적용하고 남녀고용평등 전담 감독관을 배치해 성차별적 고용행태를 타파하겠다는 게 골자다. 세부적으로는 △임신기 육아휴직 허용 △배우자 유급출산휴가 확대 △거점형 공공직장어린이집 설치 등을 통한 경력단절 예방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기회 제공 강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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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스카이데일리 |
그러나 현직에 종사하고 있는 다수의 근로자들은 기존에 내놓은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만 내놓는 것은 결국 보여주기식 정책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여성일자리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육아휴직의 사용률은 공무원이 75%를 차지한 반면 일반기업은 49%, 비정규직 직원들은 1.9% 등이었다.
한 광고회사에 재직 중인 김성현(여·가명) 씨는 “이상적인 대책을 많이 내놓고 있지만 실제 적용될지는 의문이다”며 “현재 육아휴직은 나는 물론 남편도 눈치를 봐가며 써야하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경력단절 문제 역시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일자리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전국출산력조사 결과, 출산 전후 취업 중인 기혼여성 가운데 44.6%가 경력단절을 경험했다. 비정규직 72%, 민간 기업 49.8% 등이 경력단절 유경험자였다. 반면 공무원은 11% 정도에 그쳤다.
출산·육아 등은 여성 경력단절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7년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경력단절 요인의 61%를 차지했던 출산·육아의 비중은 2016년 68%까지 증가했다. 정부의 연이은 정책에도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김소현 한국여성일자리연구소 소장은 “공공부문과 달리 일반 기업에서는 정책 적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현상이다”며 “지금 있는 정책들도 실효성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데 관련 정책의 개선이 아닌 추가를 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의 반감만 사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현실과 동 떨어진 보육정책, 하루 종일 일하며 아이들에게 죄책감 느끼는 워킹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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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스카이데일리 |
보육시장에서도 투명성과 공정성이 필요한 정책들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머지 60%가 여전히 민간 시장영역이라는 점이 오히려 주목받고 있다. 제대로 된 민간 보육기관 관리와 현실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김소현 소장은 “유아교육기관과 보육기관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교육청 등은 적발된 기관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해당 기관들은 벌금만 내고 계속 운영하면 되기 때문에 결국 피해는 맞벌이 부부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육기관의 교사 1명이 아이 3명을 돌본다”며 “이런 시스템에서 보육의 질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덧붙였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대다수의 워킹맘들은 개선이 필요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무상보육정책을 꼽았다. 엄마들은 인근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어 초조해하는 한편 인기 높은 곳에 보내기 위해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어린이집 입소를 신청해 놓는다는 이들도 존재했다.
인기 어린이집 입소 경쟁은 전업맘과 워킹맘을 분리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보육기관 관련 정보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보육기관에 대한 정보를 주변 엄마들이나 입소문에 의존하다 보니 워킹맘은 상대적으로 전업맘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2세 아이 둘을 키우는 회사원 정혜미(31·여) 씨는 “어린이집 역시 엄마의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종일반과 맞춤반으로 체계를 나누면서 ‘편가르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정부의 실효성 없는 보육정책 때문에 워킹맘들의 고충은 날로 커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출산 문제 해결 외친 문재인정부…최대 장애물 양육비 문제 ‘모른척’
육아비용 역시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예비부모(첫 자녀 출산 이전 가구), 영유아(영아·유아),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등의 자녀들 둔 가구를 그룹별로 300명씩 1200가구를 무작위로 선정해 조사했다. 응답자들에게 추가 출산 의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4.3%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로는 ‘양육비 부담’이 1위로 꼽혔다.
양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역대 정부는 2008년부터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민간 아이돌봄 업체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이용자수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아이돌봄 서비스 비용을 20%까지 인상한다고 밝혔다. 추가임금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문재인정부의 아이돌봄 서비스 비용 인상 계획에 워킹맘들은 심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정아 씨(33·여) 씨는 “이렇게 20%씩 늘려버리면 내후년에는 드는 비용이 거의 160만원이 넘어갈 수도 있겠다 싶어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까지 했다”며 “저출산과 경력단절을 해결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의지는 말 뿐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준표 선임연구원은 “일반기업 종사자들은 임금이 갑자기 오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 번에 올리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문재인정부의 친노동 정책이 다른 부분보다 앞서 나간 경향이 짙기 때문에 과도기를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 문재인정부의 저출산 문제 해결 관련 정책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의도는 좋지만 사회 전반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정책들이 따로 놀고 있다면 그 부작용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식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출산 자체를 강조하기보다는 삶의 질 전반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정책기조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급격하게 여러 가지 정책에 메스를 대다보니 그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가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시급한 게 무엇인지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삶의 질은 객관적 삶의 조건(소득과 주거 등 물질적 토대)과 주관적 만족도의 조합으로 구성된다”며 “일자리와 살 집을 갖게 돼도 출산 이후 육아와 경력단절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높아진 사회보장 수준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은 지속되는 모순된 상황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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