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반려견 생산업을 20년 넘게 한 김인중(62·남·가명) 씨는 “일부 생산업자의 비도덕적 행위를 전체 생산자에게 투영시켜 우리를 범죄자 집단으로 볼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대처할 시간을 비롯해, 유예 기간이 2년에 불과한 것은 결국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반려견 농장을 운영하는 한명희(58·여·가명) 씨는 “전공으로 수의학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수의사도 못 고치는 병을 우리는 고칠 정도로 정성을 다해 반려 동물업을 해왔다”며 “비윤리적인 집단으로 눈총을 받는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허탈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는 반려동물 생산업계를 ‘강아지 공장’의 공장장으로 폄훼하고 있다”며 “동물보호법, 가축분뇨법 개정안 등을 통해 사실상 우리들의 생업을 포기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 반려견 생산업자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밀어붙이기 식 규제가 계속될 경우 폐업하는 농가가 속출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G 시에 있는 반려견 생산업자의 농장이다. ⓒ스카이데일리
반려동물 생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3명의 업계 종사자가 재정적인 압박과 부정적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가축분뇨법 유예대상서 ‘개 농장’ 제외…생산업 충족기준 대폭 늘어
반려동물 생산업은 동물보호법의 규정을 받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업종은 8개로 분류돼 있다. 이중 허가제는 반려동물 생산업이 유일하다.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는 △동물생산 농장의 뜬장(사육하는 개의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바닥이 지면에서 떨어진 철창) 신규설치 금지 △개 75마리당 1명의 관리 인력 확보 △동물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운동장 설치 △만 1세 미만 교배·출산 금지 △보수교육 의무화 등 동물생산업의 시설과 인력기준 대폭 강화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법령 개정의 취지에는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영세업자들의 경우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동물보호법 이외에 건축물 용도, 그린벨트, 가축사육제한 거리 등 여러 법령의 기준도 맞춰야 한다.
대구에서 반려견 생산업을 하는 박민혁(67·남·가명) 씨는 “종사자의 대부분이 노인으로 복잡한 행정절차를 따라가기가 버겁다”면서 “정부 부처별로 적용되는 기준이 너무 많아 다 갖추기도 힘들어 결국 국내 반려견 생산업 전부가 폐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 통과된 가축분뇨법(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반려동물 생산업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가축분뇨법은 무허가로 운영되는 축사에 대해 일정규격 이상의 분뇨처리 시설을 설치하도록 한 법이다. 소·돼지·말·사슴 등은 물론 개 농장도 법 적용 대상이다.
당초 가축분뇨법은 3년 유예기간을 거쳐 200m²이상 축사에 대해 지난달 2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국회는 법안의 일부 내용 개정을 통해 개정분뇨처리시설 이행계획서 등에 대한 제출기간을 9월24일로 6개월 유예했다. 또 최대 1년까지 적법화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연장 대상에서 개 농장은 제외됐다. 개 농장에는 육견 뿐만 아니라 반려견 생산 농가도 포함된다.
▲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17년 3월부터 2018년 2월 사이 조사한 수입 개 검역 현황. [그래픽=배현정] ⓒ스카이데일리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개 농장을 제외하자고 한 것은 아니다”며서 “국회의 가축분뇨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개 사육시설은 이미 다른 법률에서도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별도의 추가 이행 기간을 두지 않기로 해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폐업 농가들 속출 우려…중국산 개 수입 불가피
그러나 가축분뇨법상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건축법, 토지법 등을 포함, 26가지에 달하는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적법화 농장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법률상 처벌을 받게 된다.
정승헌 건국대학교 축산학과 교수는 “농가들의 현실적 여건을 생각하지 않고, 시설을 갖출 시간만 줬다고 해서,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 받으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가축분뇨법의 본질은 가축분뇨로 말미암은 환경오염 방지 및 자원으로 이용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도 환경, 자원이용과는 상관없는 건축법, 도로법 등 다른 법을 이유로 가축분뇨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가축분뇨법의 월권행위다”라고 밝혔다.
정 교수가 2016년 발표한 연구내용을 보면, 수질오염 총량에 가축분뇨가 미치는 영향은 16.4%로 나타나, 그동안 환경부가 주장한 60.4%와 큰 차이를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려견 생산업계가 국내 반려견 수요를 충당해왔다”며 “지금 당장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생산업자가 폐업을 하게되면, 국내 반려견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강아지를 수입해 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2월까지 1년간 중국에서 수입한 개는 7335마리로 전체 수입 개의 54.%를 차지했다. 미국(2681마리), 일본(783마리) 등이 뒤를 이었다.
수의학 관계 전문가는 “국내에서 반려견 수입 시 검역을 거치지만 검역과정에서 검역이 완벽하게 이뤄질 거라 믿기 힘들고, 중국에서의 반려견 생산 자체가 과연 국내 동물보호법 기준에도 맞을지는 의문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