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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길해성 팀장, 배수람·이슬비 기자]1·2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의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의 수혜 덕분에 편의점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우려는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최근 편의점 업계가 최저임금·임대료 인상 등 각종 악재로 활로 모색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사례는 더욱 잦아지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수는 △2013년 2만4859개 △2014년 2만2020개 △2015년 2만8994개 △2016년 3만2611개 △2017년 3만6823개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전체 편의점업계 매출액은 약 22조4000억원 가량이다. 2013년 12조8000억원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편의점은 단순히 숫자와 시장 규모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취급 품목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신선식품·정육·반찬품목 등 기존 소상공인들이 주로 취급하던 품목들도 팔고 있다. 저가의 자체브랜드(PB) 품목을 늘려 기존 ‘편의점은 비싸다’는 의식을 탈피하는 한편,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고 있어 기존 소상공인들의 반발은 점차 커지고 있다.
야채·과일·고기 등 없는 것 없는 편의점 등장에 골목상권 초토화
편의점들은 문구·치킨·과일 등에 이어 최근에는 정육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달 CU, 이달 초 GS25 등이 정육 판매를 시작했다. 명분은 축산농가의 판로와 가맹점의 품목을 확대한다는 이른바 ‘상생’ 차원에서였다. 그러나 편의점 주변에서 정육점 운영하는 업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육점 업주들은 “골목상권과의 상생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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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관악소상공인축산협동조합 부이사장이자 관악구에서 9년간 정육점을 운영해 온 이시현(44·남) 씨는 “정육점은 드문드문 있지만 편의점은 골목마다 있으니 접근성 경쟁에서 상대가 될 수 없다”며 “대기업 계열 편의점들이 포장 정육을 판매해 버리니 식육처리 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1년에 한 번씩 위생교육을 받아야만 정육점을 운영할 수 있는 우리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옆에 가서 서로서로 팔아주고 지역에 돈이 도는 것이 지역 상생인데 편의점은 아르바이트 급여·점주 수익 빼고는 대부분의 이익이 대기업 본사 몫 아니냐”며 “대기업이 어느 정도 영역에서 영업하는 것은 이해해도 이제는 죽자고 달려드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유재춘 축산기업중앙회 회장은 “자판기로 정육을 판매하는 것은 분명 라면·껌을 자판기로 판매하는 것과 다른데 정육점처럼 잘 관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며 “대기업들이 영세상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염두에 두고 판로를 개척해야지 이런 식이라면 축산농가가 붕괴되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편의점들이 손을 뻗친 분야는 정육뿐 만이 아니었다. 야채, 젓갈류 등 취급 품목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GS25는 최근 소포장된 ‘한 끼 채소’, ‘순수 고구마’ 등을 선보인데 이어 ‘한 끼 젓갈’ 판매를 시작했다. 올 상반기 중 과일을 포함해 30종 이상의 새로운 농축수산물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CU도 지역 과수농가와 손잡고 국내 유명 산지에서 재배된 과일을 월별로 집중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관악구에서 19년 간 야채가게를 운영해온 이경호(58·남) 씨는 “과거엔 야채만 팔았는데 영업상황이 좋지 않아 언젠가부터 반찬으로 만들어서 팔고 있다”며 “그마저도 영업상황이 좋지 않아 직원 숫자를 줄이고 근근이 버티고 있는데 편의점에서까지 야채를 판다니 이제 장사를 접을 때가 된 것 같다”고 호소했다.
관악구 소재 반찬가게 ‘수라간’ 점주는 “1·2인가구가 늘어 반찬가게가 잘 될 거라고들 말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젊은 사람들은 집에 가서 밥을 해 먹기 보단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 도시락을 사먹기 때문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편의점에서 아예 대놓고 반찬까지 팔겠다니 앞으로 장사할 길이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관악구에서 생활용품 마트를 15년 간 운영해온 김강식(63·남·가명) 씨는 “그나마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해왔는데 편의점에서 자체 제작 품목을 취급하는 바람에 그 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경기가 나빠져서 이 골목 전부 장사가 안 돼 직원을 줄이는 와중에 바로 앞 편의점은 아르바이트를 2명씩이나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용지물 된 공정위의 편의점 규제…대기업 생존 노력에 애꿎은 소상공인 불똥
공정거래위원회(이하·공정위)는 지난 2012년 ‘모범거래기준’을 통해 편의점·제빵·피자·커피·치킨 등의 가맹점 신규 출점 시 가맹점 간 거리를 제한한 바 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편의점은 같은 브랜드에 한해 250m 이내 출점이 금지됐지만 이는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다. 게다가 다른 브랜드 간에는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해당 기준은 2015년 폐지됐다.
모범거래기준 발표 당시 공정위는 ‘가맹사업법’도 함께 고시했다. 해당 내용 따르면 가맹본부와 점주가 가맹 계약서 작성 시 협의해 영업지역을 개별적으로 설정하도록 돼 있다. 현재 편의점 본사들은 동일한 브랜드 간 출점 범위를 250m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도보를 기준으로 적용돼 문이 어느 방향으로 나 있는지, 도로를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따라 골목별로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연희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실장은 “과포화 된 편의점업계에 최근 ‘이마트24’까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어 편의점 숫자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편의점 본사들은 막대한 자본을 내세워 가맹점주들의 창업을 지원해주고 판매 품목을 늘리는 등 본사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결국 많은 수익은 가맹점주가 아닌 편의점 본사에 돌아가고 이들로 인해 골목 상권들은 수익구조가 나빠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향후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편의점 총량제’와 특정 기간 내 몇 점포 이상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편의점 쿼터제’ 등에 대해 논의·주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슬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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