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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전국 편의점 수는 3만5977개(가맹점 3만5222개, 직영점 722개)에 달한다. 유통업계는 중소 프랜차이즈와 개인 점포를 합하면 국내 편의점 수는 이미 4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증가 속도 또한 남다르다. 지난 2016년 신규 개점 편의점 수는 6324개, 폐점 편의점 수는 2001개로 나타났다. 편의점 1곳이 사라질 때 3곳이 새로 생겨난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사에서도 지난해 편의점 수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U(씨유)·GS25·세븐일레븐 등 메이저 업체들을 비롯해 후발 주자인 이마트24 등이 점포 늘리기에 합류하면서 증가 추세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편의점의 성장세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주변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편의점 개설 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에 사로잡혀 섣불리 창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베이비부머로 불리는 중·장년층은 물론 청년들도 사이에서도 어렵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부작용 또한 날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편의점 열풍의 그림자’로 선정하고 이와 관련된 이슈를 총 3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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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길해성 팀장, 배수람·이슬비 기자]은퇴시기에 접어 든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편의점 창업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실패 사례 또한 적지 않아 주목된다. 점포 경쟁 심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가맹점들의 매출 하락이 불가피해지면서 편의점을 통해 안락한 노후를 기대했던 중·장년층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2018년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50대 이상 자영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중 50대가 30.3%로 가장 많았으며 60세 이상(29.3%)을 포함하면 5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59.6%에 달했다. 40대의 경우 24.7%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중·장년층의 편의점 창업 건수도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지난 2016년 신한카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50대의 편의점 창업 건수는 총 104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94건보다 약 31% 증가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치를 기록했다.
중·장년층의 편의점 창업이 늘어나는 것은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 없이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거기에 5000만원 내·외로 투자가 가능하고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보증금 성격이라 계약 해지 후 많은 부분을 회수할 수 있어 손실 리스크가 적다는 점도 중·장년층들이 편의점 창업으로 몰리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편의점 전체 매출액 3배 늘 때, 점포당 매출 1.2배 증가…본사·점주 왜곡된 수익구조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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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스카이데일리 |
편의점 본사들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점포수를 3만5000곳 이상까지 끌어올리면서 매출액을 3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본사가 가맹점 이익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구조여서 가맹 점포가 많을수록 본사의 이익은 늘어난다. 편의점 본사 측이 해마다 점포수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편의점 점포수가 고속 성장한 반면 편의점 점포당 매출은 1.2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유통업계 안팎에서 편의점 시장의 과포화와 편의점 본사와 점주의 왜곡된 수익구조가 편의점 점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강남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영석(51·남) 씨는 “편의점 브랜드, 계약 내용에 따라 수수료가 제각각이다”며 “예를 들어 편의점 임대료를 본사가 내면 더 많은 마진을 떼어가고 점주가 내면 덜 가져간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본사가 편의점 수익의 30~35%를 가져가지만 계약 형태에 따라 50% 이상을 떼어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권강수 한국창업정보연구소 소장은 “점주의 몫은 줄고 본사 수익은 느는 지금의 가맹 구조에 칼을 댈 필요가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해 수수료를 포함한 수익배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편의점 시장은 퇴직자들이 퇴직금을 붓고 3~5년 버티다가 망하는 ‘자영업자의 무덤’이 될 것이다”며 경고했다.
지난 수년간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가쟁점주들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심야 자율 영업과 계약 시 영업지역을 설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맹거래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전체 점포 중 심야에 문을 닫는 점포는 3%도 되지 않고 250m 내 동종 브랜드 출점을 막는 영업지역 설정을 무너뜨리는 출점 동의서 요구 관행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편의점 점주 951명을 대상으로 방문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21명(23.2%)은 본인의 영업지역 내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 출점이 이뤄진 적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가맹본부로부터 동의서를 요구받아 작성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68.3%나 됐다. 동의서를 작성한 이유로는 가맹본부와 관계 유지(52.3%), 가맹본부의 영업지원 약속(26.5%) 등이 가장 많이 꼽혔다.
서울 성북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순이(61·여) 씨의 경우, 최근 매장 근처 한 블록 떨어진 곳에는 같은 브랜드 편의점이 문을 열었다. 3년 사이 김 씨의 매장 반경 500m 내에 편의점 4곳이 오픈했다.
김 씨는 “계약서에 보장하는 영업지역(도보 250m 거리)과 관련해 본사는 ‘일시 지원금이나 다른 혜택을 제공하겠다’며 출점 동의서 작성을 요구했다”며 “설령 출점 동의서에 서명을 안 하더라도 그 자리에는 다른 브랜드 편의점이 들어오기 때문에 서명을 거부할 의미가 없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지원금이라도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다”며 “제 살 깎아 먹기 출점 경쟁이 결국 기존 편의점 점주들 생존권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토로했다.
알바생 보다 적게 버는 사장님…“이럴 바엔 차라리 다른 편의점 가서 알바 뛸 것”
편의점 업계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안은 가쟁점주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할 만한 사안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전문가들과 가쟁점주들은 현재 ‘가맹본사-가맹점주-아르바이트생’으로 이뤄진 다단계 구조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영세 자영업자인 가맹점주의 피해가 크다고 한 목소리를 나타냈다. 수익구조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국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선영(68·가명) 씨는 3년 전 퇴직금 5000만원을 들고 편의점을 차렸지만 최근 폐업을 생각하고 있다. 박 씨는 지난해 12월 매출에서 본사 수수료(매출의 35%), 운영비(임대료 등)를 내고 3명의 아르바이트생에게 월급을 주고 322만원 정도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올해 1월 최저임금이 1000원 가량 오르자 순수익은 100만원 가량 떨어졌다.
박 씨는 “이번에 아르바이트생 시급을 1000원 가량 올려주면서 수익은 23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며 “평일 야간근무(월 20일·하루 9시간)를 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월급(234만원)보다 적은 금액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럴 바에야 마음 졸여가며 편의점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며 “지금도 하루 9시간씩 일하고 있는데 차라리 다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어느 편의점이 좀 잘된다 싶으면 근처에 바로 새 편의점이 들어선다”며 “점포수가 늘어 본사는 이득이 되겠지만 가맹 점주들은 계속 하향평준화가 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매출도 뻔하고 본사가 떼어가는 수수료, 전기세 등 나가는 돈은 정해져 있어 최저임금이 오르면 가쟁점주들의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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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스카이데일리 |
편의점 업계 안팎에서는 가맹 본사만 이익을 독식하고 가맹점주만 희생을 강요당하는 구조가 지속되면 결국 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강수 한국창업정보연구소 소장은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 사업은 알바 노동자와 가맹점주의 저임금을 기반으로 고속 성장하고 있는 구조다”며 “현재 구조로는 약자와 약자의 갈등만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맹본사가 책임을 지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공정위와 프랜차이즈 가맹협회, 19개 가맹본부 대표 등은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가맹본부 간담회’를 갖고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CU와 GS25는 최저수입액 보장금액 기준 인상을,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은 전기요금 지원 방안을 각각 공개했다. 공정위의 압박 속에 편의점 업계의 영업이익 감소와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줄이겠다는 게 이들 방안의 취지다. 그러나 본사와 점주의 수익배분 구조 개선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아 가맹점주들의 불만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서초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성규(58·가명) 씨는 “책임은 언제나 점주 몫이고 본사는 수익 늘리기에 여념이 없다”며 “최저임금·임차료가 올라 여론이 안 좋아지면 지원금을 찔끔 주면서 생색내기에 바쁘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슬픈 것은 가맹점주들은 폐업 후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며 “젊은 창업자들이야 다른 일을 할 수 있지만 우리 세대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상역 상권정보연구소 연구위원은 “편의점 업계의 상생 노력은 환영하지만 점주와 본사의 수익배분 비율을 현행 65대 35에서 75대 25 정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이 점주에게 몰리니 오히려 ‘을’인 점주와 아르바이트생 간에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점주와 본사가 함께 수익과 손해를 공유하는 수익공동체가 되도록 수익 배분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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