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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마녀사냥·유언비어 공론화 장 전락한 현대판신문고
사적인 민원부터 연예인 사형 요구까지…“적절한 가이드마련 시급”
조성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6-01 17:04:02
정부와 국민 간 소통의 부재 문제는 역대 정권 대부분의 숙제였다. 문재인정부는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신설했다.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청원 게시물이 국민 20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해당 부처가 직접 답변을 해주는 형식이다. 당초 취지는 국민과 정부 간의 소통창구 역할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황당한 내용으로 혼란을 조장하는가 하면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게시물도 심심치 않게 게재되고 있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국민청원에 대한 일정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국민들 및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 국민들과의 직접 소통 채널을 강화하고자 만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인터넷 커뮤니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짙은 정치적 성향으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 일간베스트, 오늘의 유머 등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의 청원도 게재돼 논란은 더해지는 분위기다. 사진은 청와대 ⓒ스카이데일리
 
정부와 국민 간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하·국민청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시간이 흐를수록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짙은 정치적 성향으로 사회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 인터넷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일베), 오늘의유머(이하·오유) 등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루 평균 700여개의 게시물…개인민원, 마녀사냥 등 부작용 속출
 
국민청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과의 직접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신설한 국민·정부 간 소통창구다. 국민청원은 △정치개혁 △외교·통일·국방 △일자리 △미래 △교통·건축·국토 △경제민주화 △인권·성평등 등 17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
 
국민청원 이용자 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민청원이 신설된 지 약 10개월이 지난 가운데 총 게시물 수는 19만건을 넘어섰다. 욕설과 비속어 등이 포함된 국민청원이 삭제되는 것을 감안하면 10개월간 20만건 이상의 청원이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평균 약 700개의 국민청원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청원의 인기에 힘입어 청와대에 접수된 민원 역시 크게 늘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대통령 비서실로 접수된 민원은 총 4만8177건이다. 전임 박근혜정부 출범 1년차(3만3179건)에 비해 45.2% 증가한 수치다. 국민청원을 통해 정부와 국민 간 장벽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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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부작용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건강한 공론의 장, 신문고 역할이 아닌 단순한 개인민원 창구,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장소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자료:인크루트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최근 국민청원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민원성 청원들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군대 가기 싫어요’, ‘배그 점검시간을 새벽에 하게 해주세요’, ‘야식 뭐 먹을까요’ 등 장난 섞인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정작 중요한 국민청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심지어 한 개인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게시물도 올라오고 있다. 최근에는 배우 유아인·이광수 사형, 가수 이홍기 처벌, 가수 겸 배우 배수지 국적박탈 등의 자극적인 제목의 국민청원이 게재되기도 했다. 해당 국민청원의 동의 수가 1000명을 넘었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일베·오유 연상케 하는 청와대 게시판…“혐오·차별 조장하는 게시물 검열 필요”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3516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6.3%가 국민청원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들 중 20.2%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 공론화’를 우려했다. 단순한 분노의 배출창구가 될 가능성(17.8%), 과도한 의견 표출이 난무(17.5%), 특정 개인에 대한 지나친 공격 우려(17.5%) 등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국민들 역시 국민청원의 역기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익명에 기댄 채 자신의 감정만을 표현하는 경우가 잦으며 부작용 및 피해 등을 생각하지 않은 채 국민청원을 이용한다는 지적이다. 안드레(29·남) 전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은 “국민 누구나 자신들의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굉장히 큰 소통창구다”며 “다만 해당 내용이 합리적이지 못한 의제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지켜져야 하지만 최근 국민청원에 올라온 내용들은 그렇지 않은 내용들이 제법 있다”며 “근거가 부족한 청원 혹은 차별과 혐오를 전제로 하는 게시물들에 대해 적절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고 전했다.
 
평소 국민청원을 유심히 본다는 이동현(29·남) 씨는 “국민들이 이용하는 공론의 장에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 얽매여 게시물을 올리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다”며 “최근 프로야구 경기에서 오심이 하나 발생했는데 당시 경기 심판을 징계해야한다는 글이 왜 국민청원에 올라오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이 동의하면 청와대가 답변하는 시스템이다. 이로 인해 특정인에 대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 국민청원이 올라올 경우 많은 동의를 얻을 수 있다. 국민청원이 결국 마녀사냥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사진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배우 이광수 사형 요구 청원과 가수 겸 배우 배수지 국적 박탈 요구 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이 씨는 “국민청원에 합당한 이유를 적는 공간이 굉장히 짧다”며 “익명에 기대 무분별한 글을 개진하는 것 같은데 해당 청원 작성자가 사실관계 여부 등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청원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국민동의 숫자에 의존해 청와대가 답변을 하는 시스템이 아닌 정책결정자가 해당 사안을 직접 모니터링해 중요도를 판단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수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청, 구청 등에 제기해야할 민원을 국민청원에 올려 정작 해결돼야하는 현안들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신문고 역할이 아닌 단순한 개인의 민원창구로 전락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특정 인물과 사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20만명이라는 정량적 기준에만 의존하다 보니 특정인에 대한 마녀사냥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만명이라는 국민동의도 중요하지만 정책결정자의 적극성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해야 한다”며 “정책결정자가 국민의 편의·권익을 위해 중요한 사안들을 판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회 각층의 국민들과 정부 인사로 구성된 국민청원 관리단 같은 기구를 꾸려서 의제를 확인하고 선정하는 작업을 한다면 공론의 장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은 “장난스럽고 비현실적 제안도 이 공간에서는 가능하고 국민이 분노를 털어놓는 곳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특정인에 대한 사형 청원 같은 내용은 올리지 않았으면 한다”며 “국민 모두가 청원이라는 공론장을 함께 지키고 키워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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