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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현장]-강남지역 아파트 화재예방 실태

‘똘똘한 한 채’ 강남 고급아파트 불나면 속수무책

강남 아파트 20곳 중 소방로 확보 단 6곳…허가만 받고 펜스 설치

김형진기자(hj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7-05 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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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강남 지역에 소방차 진입로를 막은 아파트 단지들이 여럿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일부 단지는 소방차 진입을 위한 폭 5m 기준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서초구 소재 한 아파트 단지 ⓒ스카이데일리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건,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 등 두 번의 대형 화재참사 이후 화재예방이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강남 지역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미흡한 화재예방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강남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중에는 소방차 진입로를 아예 막아 버린 경우가 있는가 하면 소방차 진입로 자체의 폭이 좁은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펜스·문으로 가로 막힌 강남 아파트 소방차 진입로, 불나면 속수무책
 
지난해 12월 발생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사건은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로 기억되고 있다. 특히 사망자 수가 많이 발생한 데는 소방당국의 미흡한 초기대응과 함께 인명구조를 위한 차량이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진입하지 못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불과 한 달여 뒤인 올해 1월 발생한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사건은 46명이 사망하는 비참한 결과를 낳았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점과 불법증축 시설로 인해 대피로가 막히면서 사망자를 더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 강남 지역 내 일부 아파트 단지는 준공검사를 막 통과한 후 주민총회를 열어 소방진입로에 펜스 및 문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측은 최근 보행자들이 늘어나 안전을 이유로 펜스와 문을 설치했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소방진입로를 펜스라 가로막은 한 아파트 단지 ⓒ스카이데일리
 
두 번의 대형 화재참사의 원인이 ‘인재(人災)’에 가깝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고 소방 차량이 신속히 화재현장에 접근해 생명을 살기까지의 시간, 이른바 ‘골든타임’ 확보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재각인 됐다.
 
정부와 국회는 신속하게 △소방기본법 개정안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소방안전 관련 법안 3건을 처리됐다. 소방차의 현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 주택에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전용구역에 주차하거나 진입을 가로막으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했다. 다중이용업소의 영업장이 속한 건축물 5M 이내를 주차금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남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중 상당수가 화재 위험에 버젓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서초·송파지역의 10년 이하 신축 아파트 단지 20여 곳을 확인한 결과 소방규정을 지키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강남 2곳, 서초 3곳, 송파 1곳 등 6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신축 아파트의 경우 소방차 주진출로에 불법 설치물이 버젓이 놓여 있는가 하면 학원과 택배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있었다. 특히 특화설계를 통해 ‘개방형 아파트’로 인·허가를 받은 후 재건축을 완료한 아파트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는 삼중 주차로 인해 소방차 주정차구역 표시를 찾을 수 없었다. 아파트 관계자에 따르면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들은 안전진단 기준에 유리한 점수를 받기 위해 소방차 진출로 및 주정차 구역 설치를 꺼리는 편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스카이데일리
       
강남·서초·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들은 준공 검사 완료 후 아파트 입주민들의 동의 아래 소방진출로와 보조 소방진출로에 펜스를 설치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 소방진출로와 소방 주·정차구역에 대해 아무리 설명해도 속수무책이다”며 “최근에는 보안 등의 문제로 펜스와 방범 문을 설치했다”고 귀띔했다.
 
관할 구청도 허가를 내 주는 과정에서 애를 먹고 있다. 한 지자체 담당자는 “재건축 과정에서 통행로를 ‘보행로’ 또는 ‘소방진출로’ 등으로로 표현해 어떤 것이 소방 진출로인지 파악할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자신의 땅에 ‘펜스 및 문을 다는 행위’를 지자체가 막을 수 없고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민원이 끊이지 않아 골치가 아플 정도다”고 하소연했다.
 
인·허가 관련 기관인 서울시소방안전본부는 “소방진출로에 (방범)문 설치를 규제하는 항목이 빠져 있고 소방차 전용구역에 학원차량과 택배차량의 주차는 불가하지만 정차까지 막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건축 인허가 가산점 받은 후 소방도로 폐쇄…서울시 “준공검사 취소 사실상 불가”
  
현재 서울시는 개방형 아파트의 경우 화재 등 위급상황 발생 시 소방차량이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재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오히려 가산평점을 부여하고 재개발·건축 사업자에 대해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 강남 지역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차구역마다 소방차전용 주정차 구역 표시가 돼 있는데도 전용구역에 주차 또는 정차돼 있는 차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아가 아파트 입주민 사이에선 아예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를 허용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소방차전용 주차구역에 주차된 일반차량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대다수 개방형 아파트들은 ‘생활환경 개선과 방범’을 명분으로 소방진출로에 펜스 설치하고 있어 법의 맹점을 이용해 편법 행위를 일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상식 소화전의 경우 주변 표시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 도시주택과 담당자는 “(펜스설치에 대해)주민 동의가 있었는지만 파악할 뿐 조형물·펜스 설치에 대한 위법성을 판단해 준공검사를 취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호서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김시국 교수는 “고층 아파트의 경우 아직까진 대형화재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만약 발생한다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소방진출로 및 소방 주·정차 시설에 대한 더욱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각 시 및 지자체는 소방법 위반에 대해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고소 및 고발 등 법적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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