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시 연현마을 주민들과 200여미터 떨어진 제일산업개발 간의 갈등은 올해로 34년 째 계속되고 있다. 제일산업개발 아스톤 공장에서 나오는 ‘비산먼지’와 ‘악취’가 갈등의 주된 원인이다. 지난해 경기도는 대기정밀검사 결과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된 아스콘 공장에 대해 생산 정지처분을 내렸지만 제일산업개발은 악취 저감장치를 설치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한 뒤 재생산 허가를 받았다. 잠시나마 평화를 찾았던 연현마을 주민들은 또 다시 반발했다. 주민들은 “벤조피렌 적절량에 대한 명확한 기준치가 없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연현마을 주민들은 촛불집회 등 집단행동을 통해 공장 폐쇄를 촉구하고 있지만 제일산업개발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양 측의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경기도가 나서 중재에 나섰지만 이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연현마을과 제일산업개발 아스톤 공장을 찾아 유해물질 배출 문제를 둘러싼 갈등 양상과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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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암물질 벤조피렌이 검출된 아스콘 생산 공장 재개를 두고 사업자인 제일산업개발과 공장 인근에 위치한 경기 안양시 연현마을 주민들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제일산업개발은 “벤조피렌 방지시설이 설치 돼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데 반해 주민들은 “안심할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특히 인근에 위치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건강 악화를 우려하며 중앙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강력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초등학교 200미터 거리에 아스콘 공장가동…30년 이상 발암물질 노출 가능성
제일산업기획과 연현마을 주민들 간 악취와 비산먼지 문제로 인한 갈등은 1984년 공장가동 이후 30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본격화 된 계기는 지난해 3월 경기도가 제일산업개발의 아스콘 공장의 대기정밀검사 결과 생산과정에서 발암물질 벤조피렌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부터다.
벤조피렌은 화석연료 등 불완전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한 종류로 인체에 축적될 경우 각종 암을 유발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환경호르몬이다.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발암물질 1등급으로 지정돼 있다.
당시 경기도는 제일산업개발에 대해 무허가 대기배출시설 설치운영 위반에 따른 생산중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제일산업개발은 곧장 일반 아스콘 생산시설에 악취저감장치인 벤조피렌 방지장치를 설치했고 지난해 12월 15일 일반 아스콘 생산시설 재가동 허가를 경기도에 신청했다. 경기도는 신생 아스콘 공장에 대해 재가동을 허가했다.
벤조피렌 방지장치 설치 등의 후속 조치를 통해 공장 재가동에 나서자 잠시나마 평화를 되찾았던 연현마을은 또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수십 년 간 발암물질을 배출한 데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방지장치 하나만 달랑 설치해놓고 버젓이 공장을 재가동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공장 가동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특히 공장 200m 반경 내에 초등학교가 중학교가 자리하고 있어 아이들의 건강 악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현마을 주민 김정해 (42·여·가명) 씨는 “작년에 처음 발암물질 검출 돼 아스콘 공장 운영이 중단됐지만 제일산업개발은 사과 한마디 없이 공장을 재가동하려고 한다”며 “35년 동안 주민들을 발암물질에 노출시킨 것도 모자라 다시 공장을 재가동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토로했다.
연현마을 학부모들이 중심이 된 ‘건강한 연현마을을 위한 부모모임(이하 건연모)’의 반발은 더욱 거셌다. 건연모에 다르면 아스톤 공장으로 인한 피해 입증을 위해 자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주민의 85% (526건)가 천식·아토피 등 환경질환을 앓고 있다. 해당 실태조사 내용이 이미 다수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상태다.
3년 전 연현마을로 이주해 온 강정화 (43·여·가명)씨는 “아이들이 이사 온 다음부터 아토피와 비염이 급격히 심해졌다”며 “아토피의 경우 병원 치료를 받아도 상태가 진전되지 않고 오히려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지난해 벤조피렌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스톤 공장의 대기오염 때문에 아이가 아토피에 걸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연현마을에는 아토피 증상이 심한 아이들이 여럿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중재에도 해결 난항…아이들 목숨 달린 공장가동 반대운동 확산 움직임
경기도는 제일산업개발이 벤조피렌 및 악취 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등 개선작업을 벌여 법적으로 재가동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연현마을 주민들은 “대기환경보전법상 벤조피렌에 적절량에 대한 기준치가 없다”며 제일산업개발 측에 공장 재가동 승인을 자진 취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문소연 건연모 위원장은 “현행법상 특정대기유해물질 중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는 배출허용 기준 자체가 없어서 재가동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며 “주민들과 아이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인 만큼 계속해서 투쟁해 나갈 것이다”고 토로했다.
제일산업개발 관계자는 “악취와 일정수준 이상의 발암물질이 검출 됐던 재생 아스콘 공장은 폐쇄됐고 신생 아스콘 공장은 악취와 벤조피렌 방지시설을 설치했기 때문에 공장 재가동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스콘 공장 재가동 반대 움직임은 연현마을을 넘어 안양시 전체로 퍼져 나가는 분위기다. 지난 7일 연현마을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3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안양시의회 의장과 부의장 등이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지역주민·경기도·안양시·제일산업개발이 참여하는 4자 협의회를 구성하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팔을 걷어 올렸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지자체 역량만으론 공장 가동을 저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중앙정부의 개입을 강력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국내실태조사, 해외사례 등을 검토해 2019년까지 우선순위에 따라 배출허용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배태용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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