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등의 부식을 막고 모양·색을 내기 위한 도장시설은 주로 도심 외곽지역에 자리한다. 공기 중에 흩뿌려 사용하는 페인트에 다량의 발암물질 등이 첨가돼 있어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악취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최근 금천사거리에 건립 중인 KCC오토 벤츠서비스센터 내부에 도장시설이 설치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대 주민들이 크게 공분하고 있다. 주민들은 도장시설 설치계획을 철회하라는 입장이지만 KCC오토 측은 허가를 받은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민들은 KCC오토를 향해 날 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글로벌 명차 브랜드의 이미지 훼손도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스카이데일리가 KCC오토 벤츠서비스센터 건립을 둘러싼 갈등 양상과 이해관계자들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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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밀집지역을 배후에 둔 시흥사거리에 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 ‘벤츠’의 딜러사인 KCC오토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내뿜는 서비스센터 건립을 추진하면서 일대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KCC오토 측은 지자체의 허가를 받은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악취는 물론 발암물질 유출을 우려하며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서비스센터는 늦어도 오는 10월께부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향후 갈등 역시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주민들은 센터건립 자체가 아닌 도장시설 설치만을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KCC오토 측은 저감시설 설치 등을 통해 주민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도심 한복판에 자동차 도장시설…벤젠·에틸렌 등 발암물질 유출
금천구 시흥사거리에 건립 중인 벤츠서비스센터는 지상 10층 지하 4층 규모로 지어진다. 논란이 된 도장시설은 이곳 3층에 자리할 예정이다. 향후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질 경우 하루 150대의 도색작업이 이곳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장시설에서 사용하는 페인트는 총탄화수소(이하·THC)를 내뿜는다. THC는 탄소와 수소로 결합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이하·VOCs)를 포함한 모든 유기화합물을 의미한다. 실제 국내서 발생하는 유기화합물의 83%는 자동차 도장시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VOCs는 대기 중에 휘발돼 악취나 오존을 발생시키는 탄화수소화합물이다. 문제는 바로 이 VOCs가 1군 발암물질이라는 점이다. 피부접촉이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스며들어 신경계 장애를 일으킨다. 벤젠, 폼알데하이드, 톨루엔, 자일렌, 에틸렌, 스티렌, 아세트알데하이드 등이 VOCs로 통칭된다.
저농도에서는 악취를 유발과 함께 환경·인체 등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다. KCC오토 측은 서비스센터 굴뚝을 통해 옥상으로 이 같은 유해물질들을 빼 내 도로쪽으로 배출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문제가 된 성분들의 유출 방향만 바꾼다고 피해가 없겠느냐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물질과 저감장치 등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유해물질이 굴뚝으로부터 1km 이상은 날아가야 농도가 1%수준으로 줄어든다고 조언했다. 현재 KCC오토 벤츠서비스센터가 들어설 지역 1km이내에는 총 1764세대가 살고 있는 남서울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 더불어 남서울럭키 아파트, 스카이아파트 등이 자리하고 있다.
아울러 문일중고등학교, 문백초등학교, 백산초등학교 등의 학교를 비롯해 학원과 유치원이 밀집해 있다. 인근 주민들은 아파트가 밀집해있고 유치원과 학교 등 교육시설이 자리한 도심 한가운데서 발암물질을 내뿜는 시설 건립을 추진한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분노의 감정을 고스란이 드러냈다.
주민 이영숙(51·여)씨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은 물론이고 악취까지 풍기는 도장시설을 인구 밀집지역에 짓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도장시설 하나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보거나 이사를 고려하는 게 이치에 맞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도장시설 건립에 따라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했다. 시설의 저감시설과 유해물질 농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해규모를 섣불리 예측하긴 어려우나 도심 한가운데서 발암물질이 유출되는 만큼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경선 광운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유해물질의 유해성은 독성과 노출도의 곱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독성이 약하다고 해도 노출도가 높다면 유해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도장시설이 도심 한가운데 설치된다면 해당 시설에서 내뿜는 유해시설의 독성이 약하다고 해도 노출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유해성은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공사 진행” vs “주민 생활권 보장하라”
서비스센터 내에 도장시설이 설치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인근 주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및 금천구청 민원게시판 등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에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KCC오토 측에도 도장시설 설치 반대 의견을 내비치며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 강단비(41·여·가명)씨는 “강남지역과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서도 도장시설을 지으려다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고 들었다”며 “해당 지역은 안 되고 우리 지역에 설립을 강행하는 건 금천구와 이곳 주민들을 무시하는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시흥사거리 인근 주택가 중에서도 벤츠서비스센터 배후에 자리한 남서울힐스테이트 입주민들의 반발은 특히 거센 상황이다.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 이후 입주민 대표가 직접 KCC오토 및 금천구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뾰족한 해법은 마련하지 못했고 여전히 단지 내부에는 반대 목소리를 담은 현수막이 내걸린 상태다.
KCC오토 벤츠서비스센터 현장소장은 “지난번 주민대표 및 금천구청 관계자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주민은 도장시설을 빼달라는 의견을 내놓았었다”며 “그러나 이미 도장시설에 대한 허가를 받은 상황이고 애초에 도장시설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KCC오토 관계자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면담도 진행하는 등 주민들의 목소리를 수용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유해물질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서비스센터에 최첨단 플라스마 저감장치를 설치하는 등 법적 기준치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집단시위에 나서더라도 업체 측이 도장시설 설치를 포기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남서울힐스테이트 입주자 대표인 오성공(64·남)씨는 “도장시설 하나가 자리를 옮기는 게 맞지 그 시설 때문에 여기 사는 모든 주민이 이사 갈수는 없는 노릇이다”며 “서비스센터 설립에 따른 문제를 꼼꼼히 파악한 후 입주민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금천구 측은 주민들의 걱정과 관련 민원에 대해 십분 이해한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현재로서는 법적으로 규제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우선은 관련 법규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금천구 관계자는 “서비스센터가 현재는 신축 중으로 ‘자동차정비업’ 등록신청이 되지 않은 상태다”면서 “준공 후 등록신청을 마치면 법규를 면밀히 검토해 여러 부서 간 협의를 바탕으로 처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서비스센터 입지가 준공업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정비시설을 건립하는 데 법적인 문제는 없는 상태다”고 설명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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