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명실공이 국내 최고의 휴가지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극성수기엔 교통체증으로 서울에서 이동하는 데만 한나절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강원도에 자리한 계곡·해수욕장 등의 유명 피서지는 극성수기엔 숙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로 불릴 정도로 어렵다.
하지만 강원도 내 모든 지역이 혼잡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강원도 내에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명소가 여럿 존재한다. 이들 모두 ‘강원도의 숨겨진 보석’이라 불리기에 손색 없는 곳이다.
하얀 암반 위를 타고 흐르는 1급수의 매력…오지마을이 품은 비경 덕풍계곡
강원도 삼척시에 자리한 덕풍마을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강원도 내에서도 ‘오지 중에 오지’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마을 뒤쪽에 자리한 덕풍계곡(용소골)이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발길이 하나 둘 늘었다. 강원도의 유명 휴양지에는 비할 바 못되지만 이곳만의 특별한 매력에 아는 이들은 매년 여름이면 빼 먹지 않고 덕풍계곡을 찾는다.
덕풍계곡의 가장 큰 매력은 계곡 트레킹이다. 계곡 입구에서 계곡 안쪽까지 8km 거리를 걷는 ‘계곡 트레킹’을 하려면 덕풍마을까지는 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덕풍마을에서 시작하는 덕풍계곡 트레킹은 1박이 아닌 경우 두 번째 용소까지 올랐다 하산하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덕풍계곡에는 계곡의 커다란 소(沼)를 일컫는 용소가 총 3곳 존재한다.
덕풍계곡은 칼로 자른 것처럼 깎아지른 급경사의 협곡으로 이뤄져 있다. 협곡 내부로 들어서면 1급수를 자랑하는 맑은 물이 하얀 포말을 이루며 쉼 없이 자유낙하를 반복한다. 골짜기를 헤집고 들어온 계곡의 바람은 땡볕을 날려버릴 듯 차갑다.
갈지자를 그리며 길게 이어진 골짜기 곳곳에 숨은 비경들은 이곳을 찾은 이방인들에게 신비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크고 작은 소와 담들은 더위에 지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계곡에 발을 담그면 1급수가 지닌 상쾌함이 발바닥을 통과해 뼈속까지 느껴진다.
덕풍계곡 트레킹의 백미는 이곳을 대표하는 비경인 첫 번째 용소다. 용소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어 소로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다. 서울 인근의 계곡에 만나는 작은 소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어쩌면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똬리를 틀고 소안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첫 번째 용소를 통과하면 발걸음이 분주하던 계곡물이 하얀 암반 위를 타고 유유자적 허세를 부린다.
첫 번째 용소를 지나면 호리병 모양의 검푸른 요강소를 지나 두 번째 용소에 이른다. 두 번째 용소는 첫 번째 용소에 비해 크기가 작지만 웅장함은 지울 수 없다. 덕풍계곡 트레킹은 대부분 두 번째 용소를 보고 다시 덕풍마을로 돌아오는 코스다.
덕풍계곡이 지금까지 1급수를 자랑하는 천연자연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오지라는 점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도도한 매력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비경을 눈에 새기며 덕풍마을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낚시부터 물놀이, 카누체험까지…‘관조의 미학’을 만끽할 수 있는 마곡유원지
홍천군 서면에 자리한 ‘마곡유원지’는 행정구역상으로 홍천군에 속하지만 접근하기엔 춘천이나 가평이 더 쉽다. 예전 ‘백패킹(야영장비를 갖추고 1박 이상의 여행을 떠나는 아웃도어)의 성지’로 불리던 소남이섬(배바위)이 지척에 자리하고 있다. 차를 이용해 강 입구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홍천강을 품고 있는 마곡유원지는 여름철만 되면 이곳의 매력을 즐기기 위해 많이 이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곳이다.
홍천강에서는 낚시는 물론 다슬기잡이, 물놀이 등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이곳만의 백미는 따로 있다. 바로 카누를 타고 즐기는 카누투어다. 카누는 앞과 뒤가 뾰족하게 생긴 긴 배를 말한다. 카누투어가 주는 매력이라면 단연 강 밖에서 바라보던 풍경이 아니라 강의 높이, 즉 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연이다.
일반적으로 바라보는 강의 풍경은 늘 물 밖에서 다른 한쪽을 마주보는 것이다. 하지만 카누를 타면 풍경은 한쪽이 아닌, 좌우의 자연을 한 번에 마주할 수 있다. 게다가 수면을 가르며 부드럽게 나아가는 카누의 속도는 ‘빨리빨리’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관조의 미학을 깨닫게 한다.
이 밖에 마곡유원지에선 마을주민들이 운영하는 떡메치기체험과 맨손송어잡지, 풍등 날리기 행사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백패킹 명소인 배바위까지 난 2.8km 길이의 강변을 따라 걷는 트레킹도 이곳만의 매력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태양이 남긴 밤하늘의 흔적…‘별들의 천국’ 양구군 국토정중앙천문대
강원도 양구군은 38선에 근접한 군사지역이란 관념 탓에 지금껏 멀게 만 느껴지던 지역이다. 하지만 춘천까지 고속도로가 뚫리고 춘천에서 양구로 가는 길에 터널이 개통되면서 서울에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지역이 됐다.
양구를 대표하는 인물로는 ‘빨래터’를 그린 화가 박수근을 꼽는다. 그는 독학으로 그림을 배워 평생 가난과 싸워가며 지난한 삶을 살았던 예술가다. 양구군은 그를 기념하기 위해 미술관을 세우고 한반도의 정중앙이라는 지역적 특색을 홍보하기 위해 봉화산(874m)아래 정중앙 탑을 세우는 등 관광객 유치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탑 아래에는 밤하늘에 별을 관찰할 수 있는 천문대와 야영장, 공원 등을 조성했다.
국토정중앙천문대는 2007년 개관했다. 내부에는 지구와 태양계, 은하에 이르기까지 신비로운 우주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실과 가상의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천체영상실이 마련돼 있다. 800mm 대구경 반사망원경과 200mm 반사망원경 등을 설치해 지구 주변의 달과 화성 등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천문대 옆에는 펜션과 야영장이 자리해 방학을 맞은 아이들의 과학체험 장소로 이용가능하다. 국토정중앙천문대는 가족 단위 관광객 유치를 위해 7월 중순부터 ‘가족과 함께하는 어린이과학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국토정중앙천문대에서 맞는 휴가의 백미는 ‘별과의 대화’이다. 이곳에선 태양이 하늘이란 밭에 뿌려놓은 별이란 씨앗을 저녁이면 만날 수 있다. 밤이 깊어지면 양구의 하늘은 온통 별들의 천국이다.
이 별들의 영롱함을 좀 더 관찰하고 싶다면 주말마다 운영하는 관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된다. 별들이 속삭이는 땅, 떨어지는 별똥별이 신비로운 양구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으며 바가지요금이나 교통체증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철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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