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 육성을 중장기 산업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등장하는 새로운 기술들이 경제·사회 등을 한 단계 진일보 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이른바 인간중심의 지능정보사회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손꼽힌다. 활용범위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특히 발전 속도가 다른 어떤 기술보다 빨라 원천기술 확보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기술격차가 급격히 확대되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에 미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 앞다퉈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인공지능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기술력을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세웠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창간 7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현주소’를 주제로 관련 내용들을 5편에 걸쳐 보도한다.
|
최근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을 비롯해 빅데이터, IoT, 바이오, 자율주행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산업뿐 아니라 국가시스템, 경제 등 사회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각국 정부에서는 인공지능 산업 발전에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인공지능의 경우 응용분야가 넓은데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기술로 꼽히고 있어서다. 사실상 인공지능 기술이 향후 제조업을 비롯한 거의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실정은 녹록치 않다. 인공지능 관련 기술 수준이나 특허, 기업 수 등에서 미국, 유럽 등 기술선진국뿐 아니라 중국과 같은 후발주자에게도 뒤처지고 있어 투자와 교육, 환경 등을 개선해 하루빨리 인공지능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22년 세계 인공지능 시장 100조 돌파…뒤쳐지는 ICT강국 한국
세계 인공지능 시장은 다양한 응용분야에 AI기술이 확대 적용돼 2022년까지 매년 51.1%씩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기관마다 시장 규모 면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긴 있지만 모두 50% 안팎의 비약적인 성장세가 이뤄질 것이라는 공통분모도 가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올해 세계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73억5000만달러(한화·약 8조2136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48억2000만달러보다 무려 52.5% 성장한 수치다. 오는 2025년에는 898억5000만달러(약 100조4073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ICT 본고장인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독일과 중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핵심기술 및 플랫폼 주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의료·금융 등과 같이 분야별 데이터를 활용한 응용 산업분야에서 활용될 만한 특화된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한 혁신 기업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과거 인공지능 산업 후발주자였던 중국은 정부의 막대한 투자에 힘입어 기술의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불과 2015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기술력이 떨어졌던 중국은 2016년 우리나라를 근소하게 역전한 데 이어 올해에는 그 폭을 더 벌렸다.
반면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력은 세계 주요국에 비해 다소 뒤쳐져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인공지능 기술 강국인 미국이 100이라고 쳤을 때 지난해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력은 78.1%에 머무른다. 인공지능 기술 수준뿐 아니라 주요 경쟁력 수치에서도 한국은 갈수록 미국, 중국 등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특허출원부터 논문, 투자규모, 기업 수 등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 경쟁력에서 턱없이 밀리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인공지능 핵심 기술인 딥러닝 논문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표한 곳은 중국이다. 미국, 일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로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뒤쳐져 있다. 인공지능 특허 수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9700여 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과 일본이 각각 6900여건, 5000여건 등을 기록했다. 한국은 2600여건에 불과했다.
韓 4차산업혁명위원회 2022년까지 2.2조 투입…“인공지능 인프라·환경 개선 요원” 지적
이러한 결과는 인공지능 산업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도 정부 차원의 인공지능 산업 육성 정책을 강화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 적극 추진해왔다. 미국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인공지능 투자 전략계획을 세우고 정부가 선제적으로 장기투자에 나서며 민간경쟁력을 유도해왔다.
미국은 과학기술정책국(OSTP)을 통해 인공지능 서빗 회의를 개최하고 6대 부문별 인공지능 지원 정책을 제시했다. 인공지능 투자예산 우선지원, 자율차·드론·의료기기 등 규제장벽 제거, 인재양성, 전략적 군사우위 확보, 정부 서비스부문의 인공지능 기술 활용, 국제 인공지능 협상 주도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인공지능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산학연 혁신역량 결집 정책을 펼쳤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전략 실행계획을 수립해 공동개발후 가이드라인, 공동사업 지원 등 인공지능 사업 촉진정책을 마련했다.
중국은 정부차원의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경쟁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인공지능 투자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다. 지난해 중국의 인공지능 산업은 152.1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51.2% 증가했다. 중국의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줴이가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일본 딥젠고를 제치고 우승할 정도로 급격한 기술발전을 이루고 있다.
우리 정부는 올해 들어 부랴부랴 인공지능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나섰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는 가시지 않고 있다. 투자계획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한데다 정작 인공지능 산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인력확보 환경과 인프라 개선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오는 2022년까지 인공지능 산업에 약 2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인공지능 R&D 전략을 발표했다. 세계적 수준의 AI 기술력 확보하고 최고급 인재 5000명 양성, 개방 협력형 연구기반 조성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인공지능 기술개발에 1조6000억원, 인력양성에 4700억원, 연구기반 조성에 1000억원 가량 투입된다. 기술력 확보를 위한 첫 번째 중점 추진과제는 공공분야(국방, 의료, 안전 등)를 대상으로 대형 AI프로젝트를 추진해 머신러닝, 시각·언어지능 등 범용기술 연구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인공지능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행 인공지능 R&D 챌린지를 미국 DARPA 그랜드챌린지 형태로 확대 개편하고 인공지능 국가전략프로젝트 목표 조정 및 대규모 병렬 처리용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개발 등 고위험·차세대 기술 분야에 대한 중장기 투자 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인재 양성에도 주력한다. 인공지능 핵심·차세대 원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고급인재와 인공지능 응용 신제품·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데이터 활용 중심 융복합 인재를 구분해 총 5000명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고급 연구인력은 2019년 인공지능대학원을 신설(2022년까지 6개)하고 기존 대학연구센터에 AI연구 지원을 강화해 2022년까지 1400명 규모로 양성한다. 데이터 활용 중심 융복합 인재는 AI 프로젝트형 교육 및 실무인재 교육 등을 통해 2022년까지 3600명 규모로 육성할 방침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 우리나라 인공지능 산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연구비 펀딩 제도 개선과 인프라 제공을 통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상업화에 맞춘 연구지원이 아니라 딥러닝 전반에 걸쳐 영향을 줄 수 있는 근본적인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인공지능의 근본적인 기술에 대해 성과가 없어도 꾸준히 투자가 이뤄지지만 한국은 단기성과 위주의 평가가 대부분이다”며 “인공지능 기술의 경우 상업적 측면의 접근도 필요하지만 알고리즘 연구와 같은 기초학문 선행분야 연구가 필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글에서 발표한 ‘배치 정규화(Batch Normalization)’는 상업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순수 연구지만 인공지능 딥러닝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다. 실리콘밸리 대기업들과 같이 선행연구에 투자하는 비용과 인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방증하는 결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 경쟁력 향상을 위한 연구 환경과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인공지능 연구는 기초과학 연구와 상당부분 닮아있어 이를 개발하기 위해선 우수인재가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제공돼야한다는 설명이다.
정부출연기관의 한 연구원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저명한 학술대회인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IPS)나 머신러닝국제컨퍼런스(ICML) 등에서 발표되는 논문들의 출처는 대부분 실리콘밸리의 대기업이나 대학이다”며 “우수한 인재풀과 이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성된 환경이 훌륭한 연구결과로 이어지는 셈이다”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