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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문재인정부 경제정책 허와실(中-일자리)
소득주도성장의 역습…서민 일자리·소득 사라진다
저소득층 근로자 체감경기 악화 아우’…“경제정책 수정 불가피”
임현범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9-17 00:08:53
▲ 최근 각종 국내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그 여파가 미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기변동 민감도가 높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택시, 대리운전, 기간제 비정규직 등 서민층 근로자를 중심으로 고용불안 및 소득 감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역에서 대기 중인 택시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임현범 차장|유은주·나광국 기자]최근 각종 국내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그 여파가 저소득 근로자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변동 민감도가 높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택시, 대리운전, 기간제 비정규직 등 서민층 근로자를 중심으로 고용불안 및 소득 감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 경기 활성화를 이루겠다던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정책 취지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수정 및 보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심의 바로미터’ 택시·대리운전 기사 “체감경기 사상 최악” 호소
 
택시는 이른바 경제와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불린다. 서민들의 소비심리 악화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초구와 마포구, 동작구, 관악구, 용산구의 택시회사 및 기사식당 등에서 만난 택시기사들은 최근 경기 악화로 소득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회사에 상납해야 할 사납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는데 최근에는 운이 안좋으면 회사에 낼 돈만 겨우 건져 이른바 공치는 날도 생기기 일쑤라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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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터미널 인근 기사식당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종영(58·남) 씨는 “금요일과 토요일처럼 주말을 앞둔 요일 중에서도 늦은 저녁과 같이 특정 시간대에만 손님이 넘쳐나고 평소엔 손님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며 “올해 초까지만 해도 평일에 회식하고 시외로 나가는 직장인 손님이 많았는데 주 52시간이 시행된 이후에는 평일 저녁 10시만 지나도 직장인 손님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신논현역 인근에서 갓길에 차를 대놓고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박상화(익명·남) 씨의 반응도 비슷했다. 박 씨는 “택시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하루 사납금이 야간 15만7000원, 주간 13만3000원인데 12시간을 꼬박 일해서 겨우 3만원 벌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예전엔 주로 돌아다니면서 손님을 태웠는데 요즘엔 기름값이라도 아끼기 위해 번화가 인근에 세워놓고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금천구의 한 택시회사에서 만난 김진식(62·남) 씨는 주변 사례까지 동원해가며 경기침체에 대해 하소연했다. 김 씨는 “식당을 운영하는 한 친구도 예전엔 가까운 거리라도 택시를 곧잘 이용했는데 장사가 안 되다보니 요즘은 걸어다니거나 버스를 탄다고 한다”며 “시민들은 택시를 충원해달라고 하는데 특정 시간대에만 손님이 몰릴 뿐 평소엔 빈 택시가 훨씬 많다”고 토로했다.
 
대리기사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신논현역 인근에 위치한 서울이동노동자 서초쉼터에는 콜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시간대인 오후 8시가 지났음에도 휴대폰을 바라보는 대리기사들로 가득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오후 8시부터 12시까지 시간대에는 콜이 빗발쳐 쉼터에서 기다리는 대리기사들이 적었다는 게 한 대리기사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리운전 기사는 “지난해에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하루 평균 10시간 일하면 평균적으로 콜을 10건 이상은 받았는데 요즘은 많으면 7~8건 정도에 불과하다”며 “직장인들 술자리가 줄어들다 보니 대리운전 수요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손님 없어 눈치 보기 급급한 음식점·편의점 근로자들…임시·일용직마저 ‘시간 쪼개기’ 성행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주로 아르바이트생 등 임시직이나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 탓에 최저임금 인상과 매출 감소가 겹치자 고정적인 아르바이트 자리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손님이 없어 눈치를 보다가 스스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논현역 인근에서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상현(57·남) 씨는 지난 6월 기존 6명이던 아르바이트생을 3명으로 줄였다. 올해 초 최저임금이 인상된 데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손님까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최저임금 인상된 이후 정부의 지원금으로 어느 정도 보전이 되는가 싶었는데 최근 들어 손님이 급감했다”며 “건물 월세와 식재료비, 인건비, 대출상환금 등을 빼고 나면 정작 남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내수부진까지 겹쳐 소상공인은 물론 저소득 근로자들은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저임금과 경기침체로 인해 그나마 있던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현상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편의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취업준비생 윤서진(23·여) 씨는 지난해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올해 6월 관둬야 했다. 당초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하루 6시간이었던 근무시간을 편의점주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3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편의점 매출이 20% 가까이 줄어들자 점주가 직접 근무에 나선 것이다.
 
윤 씨는 “올해 초 최저임금이 올라갈 때도 평일 주·야간 아르바이트생 2명과 주말 주·야간 아르바이트생 2명 등 총 4명이 있었는데 1명을 줄였다”며 “쉽게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도 대부분 근무시간이 짧은 주말이나 야간에만 몰려있어 한 달여 정도 만에 구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동작구에 소재한 일본식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는 최종열(가명·남·34) 씨는 당장 생활비 마련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2년 가까이 일했던 가게가 내달 문 닫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명이었던 가게 직원은 현재 3명으로 줄었는데 그 후에도 수익이 없다시피 한 상황이 수개월째 이어지자 사장이 결국 가게를 접기로 한 것이다.
 
최 씨는 “1년 새 손님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매출이 거의 반 토막 나다시피 했다”며 “식자재비와 임대료까지 상승하면서 가게 사장님이 오히려 직원들 월급을 챙겨주느라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 문을 닫는다는 게 심정적으로 이해는 되지만 막막하다”고 밝혔다.
 
일자리·소득 절벽 내몰린 서민…전문가 “소득주도성장 정책 수정 불가피”
 
휘청이는 서민경제는 각종 경제지표상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저소득층의 소득 확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내세운 것과 달리 저소득층 가계소득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일자리 상황 역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업자 수는 3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8월 기준으로 지난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뿐만 아니라 실업자 수는 113만3000명으로 IMF 외환위기 이후 8개월 연속 100만 명을 넘어섰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해외 주요국과 고용률을 비교해보면 고용시장 악화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큰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고용률이 현저히 낮다. 15~64세 OECD비교 기준으로 8월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66.5%인 반면 미국은 70.6%다.
 
빈부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1분위 가구(소득 하위 20%)의 소득은 132만4900원, 2분위 가구(소득 하위 20~40%)의 소득은 280만200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6%, 2.1% 줄어든 수치다. 반면 5분위 가구(소득 상위 20%)는 913만49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3% 늘어났다.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수정 및 보완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저소득 근로자의 소득은 감소하고 실업 문제는 심화되는 등 부작용만 발생하고 있다”며 “정책 취지가 아무리 좋다 해도 최저임금 등에 따른 실업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보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경제가 좋아지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정작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은 미흡하다”며 “해외시장 상황이 좋기 때문에 정부가 조금만 규제를 완화해줘도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지적했다.
 
정책 방향성에 대한 명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성장과 분배 둘 중 하나에 주력해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분배가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미약한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 자체는 이를 너무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분배와 성장 둘 중 하나를 확실하게 정한 뒤 구체적인 경제지표상 목표를 설정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현범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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