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대한민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파문의 여파가 여전히 곳곳에 잔존해 있다. 비선실세 파문의 장본인인 최순실이 연루된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경제계의 상흔은 더욱 선명하다. 10대 그룹 상장사 기부금이 2년 새 14.5%나 감소한 점이 대표적이다. 최순실에게 대기업 자금이 기부금 형태로 넘어간 일명 ‘최순실 게이트’ 이후 기부금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지난해 이사회 의결 등 절차를 대거 강화한 탓이다. 국민기업으로 불리는 KT그룹의 경우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강하게 남아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도 모자라 최순실의 측근이 KT그룹에 몸담은 사실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연루 정황이 끊이지 않고 수면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법 정치자금 구설수에까지 휩싸이며 국민들로부터 적지 않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KT그룹 수장인 황창규 회장을 향한 퇴진 압박은 2년째 지속되고 있다. 비슷한 일에 연루된 대기업 수장들이 줄줄이 교체된 상황이라 황 회장의 퇴진 여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당시 경제인 명단에 황 회장이 누락된 점은 퇴임 가능성에 더욱 무게감을 싣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황창규 퇴진설’에 대한 정·재계, 그리고 그룹 안팎의 여론 등에 대해 취재했다.
|
황창규 KT그룹 회장을 향한 퇴진여론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 방북 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 경제인 제외되며 현 정부와의 불화설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향후 4차 산업혁명 준비하는 과정에서 핵심인 정보통신 분야와 관련, 국내 선도기업인 KT그룹과 현 정부와의 불화는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국민 여론이다.
현재 황 회장은 곳곳에서 제기되는 퇴진 압박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황 회장 스스로 퇴임 의사가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KT그룹 내부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대적 남북경협 의지 표명 불구 방북명단 배제…퇴진여론 무시한 광폭행보 ‘눈총’
KT그룹 주력 계열사인 KT는 지난 5월부터 남북협력사업개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대북 사업을 준비 중이다. 남북협력사업개발 TF는 즉각적인 업무추진과 전사적인 지원을 위해 경영기획부문장 직속의 임원급 조직으로 출범했다. 경영기획부문은 일찌감치 황 회장의 친위부대로 불려왔던 부서로 그룹 차원의 굵직한 일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이번 TF출범이 황 회장의 의중이 깊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TF팀은 총 4개 분과로 이뤄져 있다. ‘대정부지원 분과’는 정부 정책 협력을 지원한다. ‘BM·인프라 분과’는 남북협력사업 개발 및 추진을 담당한다. ‘그룹사 분과’는 KT 남북협력사업과 연계한 사업을 발굴과 추진을 맡고 ‘지원분과’는 협력 사업에 추진되는 재원 및 연구개발(R&D) 등을 지원한다.
황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불리는 구현모 KT 사장이 남북협력사업개발 TF장을 겸직 중이다. KT의 주요 부문장과 그룹사 사장이 각각 4개 분과의 수장을 맡았다. 대부분은 황 회장 임기 내에 승진한 인물들이다. 강국현 신임 스카이라이프 사장(그룹사분과장)과 김희수 KT 경제경영연구소 전무(지원분과장)가 대표적이다. 이 역시도 남북경제협력 사업을 황 회장이 직접 돌본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사안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KT의 발 빠르고 적극적인 대북지원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황창규 회장은 정부 주도의 남북 평화체제 구축 움직임에서 한발짝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일례로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황창규 회장은 경제인 특별 수행원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는 포스코와는 사뭇 다른 처우라 더욱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미국 경제사절단 파견 당시 권오준 포스코 전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 등은 정경유착, 총수 배임횡령 혐의 등을 사유로 나란히 명단에서 배제됐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 4월 수장 교체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신임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이번 방북명단에 포함됐다.
최정우 회장이 방북명단에 포함되면서 황 회장의 퇴진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부와의 불협화음은 결국 KT그룹, 나아가 국민 전체의 피해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황 회장은 퇴진 거부 의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어 여론의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황 회장은 최근 대규모 투자 계획을 앞세워 여론 되돌리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 10일 4차 산업혁명 인프라 구축, 혁신성장 고용지원 프로그램 마련, 중소기업과 상생, 대졸직 6000명 채용 등의 내용을 담은 혁신성장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오는 2020년까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미래성장산업에 1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황 회장의 이러한 조치는 오히려 반감 여론만 키우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KT새노조 및 일부 경제시민단체 등은 황 회장이 취임 초 8000여명의 직원들을 해임하더니 이제는 대규모 신규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것은 새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한 무분별한 투자가 결국 KT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친노동 정책 엇박자…“KT 직원은 양반, 나머지 계열사는 노비”
최근 KT그룹의 양면성 논란이 불거져 나오면서 황 회장에 대한 퇴진 압박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KT가 정부의 친노동 정책에 적극 화답하고 있는 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 간의 차별뿐 아니라 정규직 사이에서도 직원들 간의 차별이 유독 극심하다는 지적이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주력계열사 KT와 KTcs, KTH 등 다른 계열사 직원들 간의 임금격차 및 근속연수에서 차이가 심하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금감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 직원들과 나머지 계열사 직원들의 임금 격차는 많게는 3배 수준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 KT 소속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남성 8200만원, 여성 7100만원 등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KT그룹 내 코스피 상장기업인 KTcs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남성 2700만원, 여성 2100만원 등이었다. 다른 계열사도 비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KT그룹 내 코스닥 상장기업인 KTH의 경우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남성 6400만원, 여성 3800만원 등이었다.
직원들 간의 임금격차는 결국 퇴사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KT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 20.6년, 여성 17.0년 등이었다. 반면 KTcs의 경우 남성 3.4년, 여성 4.8년 등에 그쳤다. 이는 KT 직원들 대비 4분의 1도 안 되는 근속연수다.
실제로 KTcs 소속 직원들은 지난 6월 임금체불, 갑질문제, 임금과 수당 현실화 등의 개선을 위해 KT새노조 KTcs지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KT 소속 직원이 영업실적을 관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KTcs직원에게 실적압박을 하고 개인 업무까지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직원들 간의 이러한 괴리는 결국 KT그룹 내 지배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타 그룹과 대비 KT그룹은 유독 계열사들이 KT의 굳은 일을 대신 수행하거나 콘텐츠를 공급하는 형태의 단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KT그룹이 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ICT 기업이란 점에서 계열사들이 단순 업무를 영위하는 데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계열사 간의 간극을 좁힐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KT그룹 내 이러한 구조가 형성된 원인으로는 황 회장의 경영 방침이 우선적으로 지목된다. 계열사 간 격차와 직원들 간의 괴리감이 생겨나게 된 것은 황 회장이 취임 후 내걸었던 ‘통신 본연의 경쟁력 확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직원들 간의 차별, 그로 인한 반노동 문제는 결국 황 회장의 책임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KT그룹 소속 한 고위 임원의 전언이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