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이한빛·배태용 기자] 한국의 보수정당은 1945년 김구·이시영·지청천 등이 활동한 한국독립당에서 출발한다. 이후 자유당→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등을 거쳐 지난 2017년 자유한국당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우리나라 보수정당은 국제정세와 국내권력지형에 따라 그 성격과 노선을 수정해 왔다. 반공주의·민족주의 성격이 강했던 초기 보수정당은 1961년 군부가 집권한 이후 국가주의 이념을 한층 강화했다. 신자유주의 열풍이 불어 닥친 1990년대 한국의 보수정당은 국가주의에서 탈피해 온건·중도·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했다.
하지만 기존 보수의 개념에서 다소 변질된 새로운 형태의 ‘극우 포퓰리즘(극우성향의 배타적 극단주의)’이 중심 세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보수정당의 위기가 시작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극우 포퓰리즘’은 ‘줄 세우기 계파정치’로 변질되면서 보수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무력화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형 극우포퓰리즘’ 자유한국당 주류 입성…보수정당 몰락 신호탄
미국의 극우 포퓰리즘 정치세력(공화당내 강경파인 프리덤코커스, Freedom Caucus)은 ‘작은 정부·세금감면·시장 불간섭’ 원칙을 유지하며 미국 정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의 극우 포퓰리즘은 상황논리를 앞세운 일관되지 못한 정치노선으로 인해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 정치세력은 지난해 ‘자유시장질서와 세계질서 회복’을 내세운 중도우파에 밀려 네델란드·프랑스·독일 등의 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했지만 올해 들어 반(反)이슬람, 반이민, 보호무역, 자국우선주의 등의 노선이 국민들의 호응을 얻으며 상당한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 역시 ‘한국형 극우 포퓰리즘’과 명확히 구분된다.
정책전문가인 김봉겸 보좌관(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노선이나 이념은 무엇이다’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막연히 ‘극우’라 하기에 마땅하지 않고 굳이 표현하자면 당리당략과 개인의 정치입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집단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수정당의 분열과 위기는 새누리당 시절 유승민 중심의 전통보수파, 김무성 중심의 수구보수파, 홍준표와 친박계 중심의 극우보수파 등이 벌인 ‘진짜보수, 가짜보수’ 논쟁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촉발됐다.
지리한 논쟁과 대립 끝에 결국 유승민 의원 등 30여명은 2017년 1월 바른정당(이후 바른미래당)을 창당함으로서 보수정당 역사상 첫 대규모 분당사태를 맞았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국민들의 ‘책임지는 자세’와 ‘당 쇄신책 마련’ 요구를 외면해 온 ‘한국형 극우 포퓰리즘’은 또 다시 홍준표 중심의 박 전 대통령 탄핵 용인파와 서청원 중심의 불용인파로 갈라졌다.
이후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선거에서 24%라는 최악의 득표율로 패배한데 이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선 광역단체장 17곳 중 2곳, 기초단체장 226곳 중 53곳만 차지하는 등 보수정당 역사상 전대미문의 일방적 참패를 당했다.
이에 대해 미국 통신사 UPI는 “(지방선거 결과)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국민의 신뢰가 붕괴되면서 동요하고 있다”며 “중도우파인 바른미래당 등도 광역단체장 획득에 실패했다”고 타전했다. 인터넷 대안매체 ‘안티워 닷컴(Antiwar)’은 “자유한국당은 역사적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다”며 “한때 지배적 정치세력이던 자유한국당은 충격적으로 추락했다”고 한국 보수정당의 참패사실을 보도했다.
막말정치·사실왜곡·대안부재 다반사…보수가치 부정하는 보수정당 전락
자유한국당의 급격한 추락 배경에는 ‘냉전 반공주의와 친미주의가 결합된 극우정치’, ‘권력과 금력 중심의 시장경제’ 등 ‘한국형 극우 포퓰리즘’의 등장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및 문재인 대통령과의 극단적 대결구도에 집착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란 보수정당의 가치부정과 논리적 모순을 자주 드러냈다.
정부의 ‘먹방’ 방송 프로그램 규제조치와 관련해 지난 8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국가주의(반(反)시장주의)’로 규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민주당은 “어린이 식생활 정책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시행했던 것이고 지금도 다수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찬성하고 있는 사안”며 “정부의 기본 책무를 문재인 정부는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학계에서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국가주의로 규정한 것은 자유시장 경제 질서를 기본으로 하고 사회국가원리를 수용한 우리나라 헌법(제119조)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다”며 “시장경제와 시장 매커니즘을 구별하지 못한 논리적 모순은 세계적인 자유시장경제의 흐름을 부정한 것이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신동아 기고문에서 “냉전반공주의로 타락한 한국의 자유주의는 자유주의의 고유한 가치와 윤리도 함께 잃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보수 야당이 전대미문의 (선거)패배를 당한 것과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문 정부의 개혁을 발목 잡는 것으로 여겨진 보수 야당은 국민의 신망을 거의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며 “한반도 해빙(解氷)의 흐름을 훼방 놓는 보수 야당의 냉전적 행보도 국민적 비난의 표적이 됐다”고 진단했다.
자유한국당의 위기의 실체는 ‘정부에 대한 막말정치’, ‘사실왜곡을 통한 정치공세’, ‘대안제시 능력부재’ 등으로 구체화 되고 있다. 지난 26일 열린 ‘자유한국당 전국 광역·기초의원 합동 워크숍’에서 행한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 역시 대안 없는 공세로 평가됐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 제재완화 해달라고 마크롱 대통령과 영국 대통령 만나 망신당했다’, ‘국민혈세로 큰 비행기타고 해외순방 다니며 아프리카 후진국보다 못한 외교를 펄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적인 국가운영의 지도자가 아니다’ ‘역량도 능력도 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보면 우리가 잘못해서 정권을 내줬다’ 등의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남북평화 무드가 조성되는 등 국가의 운명이 중대한 기로에 선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은 예전 냉전시대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는 것 같다”며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 일관해 온 자유한국당을 보수정당으로 보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의 정치이념과 노선은 ‘반 문재인’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국의 보수주의를 저급한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봉겸 보좌관은 “신자유주의 이후 닥쳐온 IMF 사태를 계기로 복지확대와 사회안전망 구축이 국가의 주요한 책무로 자리 잡았고 그 기조는 역대 정권에서도 유지돼 왔다”며 “새로운 정책은 차치하더라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이어서 추진하는 것까지 비난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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