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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명암<856>]-SPC삼립

허영인의 빛바랜 상생…남양유업 갑질횡포 판박이 파문

불안정 물량공급, 유통기한 임박제품 밀어내기, 대형마트와 염가직거래

나광국기자(kkna@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2-12 00: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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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30대 남양유업 영업관리소 팀장이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협박을 하며 물량을 떠넘기는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한국 사회가 크게 들썩인 적 있다. 당시 남양유업 직원의 행태는 ‘갑(甲)질’, ‘갑(甲)의횡포’ 등 새로운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상당한 파장을 낳았다. 공분한 대중들은 급기야 남양유업 불매운동까지 벌였다. 사건 발생 약 5년여가 흘렀지만 남양유업은 여전히 당시 사건의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당시 사건과 비슷한 일이 제빵업계에서도 불거져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국내 양산빵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SPC삼립 대리점들은 본사 측의 갑질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일부 SPC삼립 대리점주 등에 따르면 본사는 지속적으로 잔여유통기한이 짧은 상품을 대리점에게 제공하는가 하면 불공정한 반품정책·장려금 정책을 펼치는 등 대리점이 수익을 거두기 힘든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SPC삼립은 본사가 직거래하는 대형유통마트에는 대리점 납품가 보다 싸게 제품을 납품해 대리점이 경쟁하기 힘든 상황을 초래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SPC삼립 본사측은 일부 대리점의 불만일 뿐 전반적으로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스카이데일리가 SPC삼립의 대리점 불공정거래 논란과 이로 인해 예상되는 후폭풍 등을 현장취재했다.

▲ 최근 SPC삼립이 대리점을 상대로 상식과 거리가 먼 ‘갑(甲)질’ 행태를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대외적으로 상생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SPC삼립의 이중적인 경영 행태에 허영인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SPC삼립 본사 ⓒ스카이데일리
 
그동안 상생·정직 경영을 외치며 정부의 상생 정책에 발맞추는 모습을 보였던 국내 1위 양산빵 유통 업체인 SPC삼립이 대리점을 상대로 갑(甲)질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SPC삼립 일부 대리점에 따르면 SPC삼립 본사 측은 과도한 대리점 출점, 불합리한 근로조건 제공 등 대리점을 상대로 노동착취에 가까운 운영을 일삼았다. 게다가 대리점보다 값싼 가격으로 대형유통업체와 직거래를 일삼기까지 했다.
 
SPC삼립 본사의 비상식적인 갑질 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그동안 가족 경영을 강조해 온 허영인 회장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상생·정직 경영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허 회장은 “기업의 경영성과는 행복한 구성원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임직원들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행복한 기업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기한 임박 제품 밀어내기 후 반품불가 원칙 고수…“앞날이 캄캄하다”
 
복수의 SPC삼립 대리점주에 따르면 SPC삼립 본사측은 겉으로는 정부의 상생 정책에 발맞춰 직원들을 대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정작 뒤로는 반대 행보를 일삼아 왔다. 대리점을 상대로 탄압에 가까운 행태를 벌여온 것이다. SPC삼립은 대리점에게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빵을 납품하거나 불합리한 반품·장려금 정책을 펼쳤다. 인기 제품의 경우 주문을 해도 납품 기일을 맞춰주지 않는 등 대리점이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을 제공했다.
 
천안에서 SPC삼립 대리점을 30년간 운영해 온 정성영(63·남) 씨는 “대리점이 빵을 주문하면 그에 맞는 수량이 대리점으로 전달돼야 하지만 주문한 수량보다 적게 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며 “부족한 수량을 나중에 보내주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안 주는 경우도 있어 거래처를 잃는 등 손해보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 SPC삼립 대리점주들의 주장에 따르면 본사는 잔여유통기한이 3∼6일인 소위 ‘유통기한 임박 제품’을 대리점에게 제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본사 측은 유통기한이 짧아 반품이 들어오는 빵에 대해서 일부만 반품을 받아 주고 있다. 사진은 12월 10일에 출하된 빵(왼쪽)과 12월 11일에 출하된 빵(1일 후 출하된 빵의 유통기한이 더 짧다) [사진=SPC삼립 대리점]
 
이어 그는 “2014년부터 2018까지 이런 식으로 834개 빵을 받지 못해 총 1021만원 가량의 손실을 봤다”며 “이런 손실에 대해 본사에 이의제기를 하면 책임자는 ‘대리점하기 싫으면 말아라’는 식으로 답변하곤 한다”고 말했다. 
 
지역과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한 점주는 “아버지로부터 대리점을 물려받아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며 “약 20년 가량 우리 가족이 SPC삼립 대리점을 운영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변하지 않는 문제는 잔여유통기한이 너무 짧은 제품을 본사에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빵마다 유통기한이 다르긴 하지만 대리점들은 통상적으로 판매할 빵을 본사에 주문하면 유통기한이 5~7일 정도 남은 빵을 받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SPC삼립은 유통기한이 3일에서 4일 남은 빵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대리점이 거래처에 빵을 다시 납품할 때 거절당하거나 추후 빵을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본사는 대리점에 제공하는 빵에 반품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반품처리해주는 빵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2018년 12월 SPC삼립의 반품정책을 기준으로 봤을 때 100%반품을 받아주는 상품은 7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상품은 종류마다 반품을 받아주는 퍼센트가 정해져 있어 그 범위를 초과하면 손해는 대리점이 감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점주는 “본사측은 빵을 일정부분 반품처리해주니까 문제없다고 말하지만 애초에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 때문에 빵을 반품 처리하면 상품이 없어 손해 보는 대리점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SPC삼립은 본사가 직접거래 하는 대형마트에서 발생하는 반품 상품에 대해서는 전부 반품처리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 SPC삼립 대리점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장려금 제도다. 장려금 제도는 매출이 전달보다 상승하면 그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을 말하는데 SPC삼립 대리점들은 반품·미출하 상품이 많아 매출 증가가 힘들다고 말한다. 사진은 최근 변경된 SPC삼립 장려금 제도 [사진=SPC삼립 대리점]
 
SPC삼립 대리점주들은 장려금 제도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장려금 제도는 대리점의 매출에 따라 매월 지급되는 성과급이다. 한마디로 전달보다 매출이 높으면 그 정도에 따라 돈을 지급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정작 SPC삼립 대리점들은 자신들을 위한 장려금 제도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토로한다.
 
지역과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SPC삼립 대리점주 3인은 본사의 장려금 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점주들은 “본사에서 장려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서울과 같은 대도시가 아니면 요즘 월 매출 1000만원을 넘기는 것은 쉽지 않다”며 “1000만원에 장려금이 5%면 50만원인데 이걸로는 기름 값, 전기세를 충당하기도 힘든데 이게 무슨 장려금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들은 “매출을 높이기 위해선 물건을 많이 받아서 많이 팔아야하는데 그 과정에서 유통기한이 짧은 빵 때문에 생기는 반품 빵에 의해 대리점이 손해를 안 보면 다행이다”며 “본사는 여러 대리점이 모여 같이 운영하라고 하지만 대리점이 뭉치면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나가는 돈이 많아져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리점에 대한 본사의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에는 합리적 이유 없이 반품이 가능한 제품을 한정하거나 공급제품의 일정비율 내에서만 반품을 허용하는 등 반품을 제한하는 행위가 존재한다. 공급업자 내부지침으로 반품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거나 엄격한 반품제한 정책을 실시해 대리점의 반품을 사실상 어렵게 하는 행위(2013년 남양유업 사건)가 여기에 포함된다.
 
합리적 이유 없이 공급업자의 귀책사유로 정상적인 재판매가 불가능한 상품의 반품을 거부하는 행위도 여기에 해당된다. 잔여유통기한이 3∼6일인 소위 ‘유통기한 임박 제품’을 일방적으로 대리점에 공급해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2013년 남양유업 사건)도 불공정거래로 간주하고 있다.
 
대리점 발판 삼아 성장한 SPC삼립…본사는 대리점보다 낮은 단가로 대형마트와 직거래
 
▲ SPC삼립 대리점주들 주장에 따르면 대리점들이 빵의 단가를 가지고 경쟁할 동안 SPC삼립 본사는 대리점에 제공하는 빵의 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대형유통업체와 직거래하고 있다. 사진은 SPC삼립 대리점에 제공하고 있는 상품 중 토스트앤샌드위치, 버터롤, 옛날꿀호떡 거래명세표(위)와 SPC삼립이 직거래하는 업체 상품 거래명세표 (SPC삼립 대리점 거래명세표 단가에는 부가가치세 10%를 추가해야함) [사진=SPC삼립 대리점]
 
SPC삼립 대리점주들은 본사의 과도한 시장점유율이 갑질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본사의 수익을 위해 좁은 지역에 대리점을 다수 출점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대리점 사이에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대리점이 거래처에 납품하는 빵의 단가를 낮춰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제빵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제빵시장은 크게 양산빵 시장과 베이커리 시장으로 구분된다. 현재 국내 양산빵 시장의 절대 강자는 SPC삼립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조사별 점유율에서 SPC삼립은 시장의 72.5%를 차지했다.
 
천안에서 SPC대리점을 운영 중인 정성영(63·남) 씨는 “이 지역 인구가 2만8000명 정도 되는 작은 지역인데 대리점이 3개고 파리바게트 등 삼립 계열사만 해도 5개가 있다”며 “대리점은 거래처를 만들기 위해 빵의 단가를 낮춰서 거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수익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본사의 무절제한 대리점 출점으로 대리점 간 경쟁이 심화되는 사이 본사가 대리점보다 낮은 단가로 대형유통업체에 상품을 직거래 납품하고 있는 사실이다. 지역과 이름을 익명 요구한 한 대리점주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야 하는데 이미 대형마트가 대리점 보다 더욱 싼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과거 한 거래처는 ‘대형마트에서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며 거래를 끊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본사는 대리점이 거래하지 못하는 곳에 납품을 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하지만 대기업 본사와 대리점이 경쟁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대리점을 기반으로 기업이 성장했으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SPC삼립에는 대리점과 상생하는 문화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김해인] ⓒ스카이데일리
 
오랜 세월 SPC삼립 대리점을 운영해온 대리점주들은 분노와 허탈한 감정을 토로하는 것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SPC삼립 대리점주들은 “대리점을 20~30년 운영했으면 많이는 아니어도 삶의 수준이 개선돼야 하는데 뒤돌아보니 처음과 전혀 달라진게 없다”며 “지금 간신히 밥 먹고 살고 있는데 대기업으로 성장한 SPC삼립은 과연 자신들의 성장 발판이었던 대리점을 얼마나 대우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SPC삼립이 지금까지 성장할 동안 사라진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하면 대리점의 힘이 컸다”며 “그런 대리점을 상대로 명절이면 관련 없는 물건을 보내거나 심지어 한번은 본사에서 직접 전국 대리점으로 네비게이션을 팔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 여러 가지 문제를 본사에 제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을 당시 본사 영업팀장이 찾아와 선례를 남기면 안 되기 때문에 보상해 줄 수 없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SPC삼립 관계자는 “SPC삼립은 전국에 많은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일부 대리점이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서 회사 전체에 문제가 있다고 일반화하면 안된다”며 “회사가 대리점에게 잔여유통기한이 짧은 빵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SPC삼립에 24년간 근무한 결과 이렇게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대리점이 회사를 협박하기 위해서다”며 “회사는 지원금을 주면서 대리점을 도와주려고 하는데 일부 대리점이 이해관계 속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문제를 만들고 있어 회사 입장에선 너무도 안타깝다”고 밝혔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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